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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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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중 셋이 “존속하길” 응원하며 후원

후원자 대상 설문조사, 87%가 “앞으로도 계속 후원할 것”
등록 2020-03-18 22:12 수정 2020-05-03 04:29
지난해 3월 <한겨레21>이 후원제 시작을 알린 제1254호 표지. <한겨레21>을 후원해준 전체 정기·일시 독자는 3월5일 기준 620명에 이른다.

지난해 3월 <한겨레21>이 후원제 시작을 알린 제1254호 표지. <한겨레21>을 후원해준 전체 정기·일시 독자는 3월5일 기준 620명에 이른다.

지난해 3월 제1254호 창간기념호 표지 ‘한겨레21 후원제를 시작합니다’ 기사와 함께 이 후원제를 출범한 지 한 해가 지났습니다. 은 후원제 첫돌을 맞아 후원 독자에게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어렴풋이 짐작했던 후원 독자의 얼굴을 그려보려는 시도였습니다. 모든 후원 독자를 조사한 것이 아니어서 제한적이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누가 을 후원했고, 왜 후원했는지, 의 지속가능한 가치는 무엇인지 윤곽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문조사는 3월6일부터 10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했습니다. 전체 정기·일시 후원자 620명 중 연락이 닿는 후원자 331명에게 설문지를 배포했습니다. 이 중 132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해 후원제에 참여한 동기, 향후 후원 여부, 정기구독 여부 등에 응답했습니다.

읽고 싶은 기사 1위 “자본과 권력 감시”

설문조사를 해보니 후원 독자의 연령은 40대, 50대, 60대 이상, 30대, 20대 이하 순으로 많았습니다. 이들이 을 후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후원 독자 4명 중 3명꼴로 이 지속가능한 매체로 존속하길 원해서였습니다. 설문지에 후원 독자들이 쓴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계속 살아 있길” “영원히 존속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제에는 초심, 저널리즘의 본질, 정도를 잃지 말라는 바람이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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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을 후원하는 독자(14.3%)가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특정한 기자 또는 기사가 인상 깊어서 을 응원하는 후원 독자(6.8%)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좋은 보도는 후원 계기가 됐습니다. 전우회 비리 의혹을 다룬 ‘고엽제전우회처럼 돈 버는 법’,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나는 진실을 원합니다’ 보도 직후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이 기사와 관련된 열쇳말로 후원 의사를 밝힌 익명의 후원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한 후원 독자는 설문지에 “어느 기자의 글을 읽고 가슴이 울려 처음으로 후원까지 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후원 독자들이 에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탐사·심층·기획 보도 강화(82.5%)였습니다. 실제로 전체 후원자의 96.1%가 ‘취재후원’ 방식으로 후원에 참여하고 있기도 합니다. ‘구독나눔’을 해달라는 응답(7.5%)도 있었습니다. 을 보고 싶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보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구독나눔은 현재 세종·충북·전남·전북·광주·인천·경남·경북·강원·제주 등 전국의 작은 도서관 30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밖에 “남들이 모두 ‘예’라고 외칠 때 ‘아니요’라고 외칠 수 있는 기사”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기대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후원을 지속할 의사가 있는 후원 독자는 87.1%에 이릅니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12.1%나 됩니다. 향후 후원 의사가 불분명한 회색 지대는 정기·일시 후원 독자를 늘리기 위해 이 꾸준히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후원을 지속하는 데 향후 의 보도 또는 논조가 영향을 미칠까요. 답은 “매우 그렇다”(46.2%), “어느 정도 그렇다”(43.9%)였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후원 여부에 의 보도나 논조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이들은 읽고 싶은 기사로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비판”(36.9%)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권력보다 아직은 펜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는 후원 독자들의 기대감이었습니다. 이어 치우치지 않는 공정 보도(33.6%), 사회적 약자 대변(19.3%), 전문적인 시사 정보(8.4%) 등의 순서로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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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은 하지만 구독하지 않는 독자도 많았습니다. 을 정기구독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후원 독자는 34.8%에 이릅니다. 여러 이유로 구독하진 않지만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콘텐츠를 접한 비독자들이 후원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지지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후원제를 공식화하기 전 정기구독하지 않는 한 독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없어 잘 읽지 못하는데 이 쌓이는 게 싫어 구독을 끊었다. 하지만 보도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기에 후원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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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지 않아도 후원하는 이유는

물론 정기구독하는 후원 독자의 절반 이상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어서” 여전히 종이 잡지를 봅니다. 응답자의 18.6%는 다른 매체에서 볼 수 없는 심층보도가 많다고 꼽았습니다. 종이 잡지 매체를 선호해서 을 구독하는 후원 독자도 12.7%나 됐습니다. 가족 또는 지인과 함께 읽고 싶어 구독한다는 응답(8.1%)도 있었습니다. 개별적으로는 보수 성향 매체를 읽으면서 진보 성향 매체를 함께 읽고 싶어 정기구독하는 후원 독자도 있었습니다.

반면 을 정기구독하지 않는 후원 독자 대부분(28.2%)은 정기구독할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인터넷으로도 무료로 볼 수 있어 구독을 안 하는 후원 독자(19.5%)도 있었습니다. 부정기로 을 사서 읽는다는 응답(15.2%)도 있었습니다. 이는 종이 잡지 구독자 수를 늘려 구독료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매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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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결과 인상 깊은 기사를 “하나만 꼽기 어렵다”며 응원해준 후원 독자도 많았습니다. “바쁘게 살다보니 기억을 못해서”라며 다 좋다고 몽땅 칭찬해준 후원 독자도 있었습니다. ‘#오빠 미투’ ‘우리들의 2010년대’ ‘공장이 떠난 도시’ ‘채식 급식해주세요’ ‘플라스틱 로드’ ‘삼성은 다 보고 있다’ ‘바이러스와 싸우는가 인간과 싸우는가’ ‘공황사회’ ‘플랫폼에 노동권은 도착하지 않았다’ 등 하나하나 나열하기에 너무 많습니다. “늘 설레는 마음으로 모든 기사를 읽는다”는 후원 독자의 말로 이만 줄여봅니다.

“지금도 좋습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후원 독자들이 원하는 탐사·심층·기획 보도 분야는 다양했습니다. 이주민,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에 대한 감수성은 후원 독자와 기자들이 공유하는 정서였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종교의 세속화, 종교단체의 투명성 등 종교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도 분출했습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다룬 기사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탈원전, 지속가능한 먹거리, 환경보호를 위한 일상적인 노력 등을 담아달라고도 했습니다.

뚜벅뚜벅 정도를 걷겠다는 다짐

후원 독자 10명 중 8명이 주변에 후원을 권유할 의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절반 가까이 되는 후원 독자가 현재 말고도 다른 매체를 후원하고 있을 만큼 후원의 가치를 아는 열성적인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사 외적으로 여전히 후원제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정기후원 자동이체 수수료도 내야 하고, 연말정산 기부금 처리도 되지 않습니다. 많은 후원 독자가 차마 묻지 못하고 헤아려 넘어간 것을 압니다. 후원제 출범 직후 후원 계좌번호를 하나하나 눌러가며 송금하던 불편까지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덮었을 마음을 알기에 은 더 분발합니다. 이마저도 “후원이 도움되지만 때론 부담되기도 할 듯하다”며 걱정해준 후원 독자가 있어 더 힘이 됩니다.

감사하다고 말해야 할 에 오히려 “감사합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파이팅” “사랑합니다”라고 말해준 후원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단 말을 돌립니다. 후원 독자들이 해준 표현을 그대로 옮기며, 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더 공정하고 더 다양한 보도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되겠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정도를 걷겠습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살아남겠습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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