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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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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진수 특허 비리’ 5개 특허 더 수사 중

서울대가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등장한 대전지방경찰청 수사 내용

첫 보도에 나온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외에도 툴젠으로 특허 더 넘긴 혐의
등록 2018-09-15 14:00 수정 2020-05-03 04:29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서울대로부터 받은 자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서울대로부터 받은 자료.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현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의 ‘특허 빼돌리기’ 의혹과 관련해 대전지방경찰청이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특허 외에도 5개 특허를 추가로 조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와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의 국가연구개발비를 받아 개발한 기술인데 김 전 교수가 최대주주로 있는 툴젠이 특허를 출원했다는 혐의 등이다.

연구비는 나랏돈으로, 특허는 자기 회사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최근 서울대로부터 ‘툴젠 명의 특허와 서울대 논문 비교 검토’ 문건을 받았다. 시행 일자가 2018년 4월10일로 적힌 이 문건에는 대전지방경찰청이 수사하는 6개 특허의 상세 내용이 표로 정리돼 있고 그 밑에 “※대전지방경찰청 송부 자료 참조”라고 적혀 있다. 서울대가 대전지방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라는 뜻이다.

문건의 ‘배경’에는 “대전지방경찰청의 수사 자료 협조 요청(관련, 대전지방경찰청 수사과-2123, 2018.3.26.)에 따른 서울대 소속 발명자의 특허 중 (주)툴젠 명의로 출원된 특허에 대한 서울대 관련 논문과 비교 검토 필요”라고 적혀 있다. 이 문건에 등장하는 논문과 특허들을 대전지방경찰청이 수사 중이라는 뜻이다.

대전지방경찰청이 수사하는 총 6개 특허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뉴클레아제에 의해 유전자 변형된 세포를 농축시키는 방법’ ‘마이오스타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TALEN 및 이를 이용한 마이오스타틴 유전자가 녹아웃된 동물을 제조하는 방법’ ‘캄필로박터 제주니 CRISPR/CAS 시스템 유래 RGEN을 이용한 유전체 교정’ ‘표적 DNA에 특이적인 가이드 RNA 및 CAS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핵산 또는 CAS 단백질을 포함하는 표적 DNA를 절단하기 위한 조성물 및 이의 용도’ ‘표적 특이적 뉴클레아제를 이용한 표적 DNA의 민감한 검출 방법’ ‘불활성화된 표적 특이적 뉴클레아제를 이용한 표적 DNA의 분리 방법’이다.

이 중 ‘표적 DNA’로 시작하는 이름의 특허는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가위 원천기술과 관련된 특허로, 지난주 (제1229호)이 보도한 내용과 관련 있다. 은 김진수 전 교수가 동료들과 함께 크리스퍼 기술을 개발한 뒤 거짓 발명신고서를 작성해, 특허 소유권을 서울대 산학협력단에서 바이오기업인 툴젠으로 넘겼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 미국에 가출원된 특허 3개를 언급했는데, ‘표적 DNA’ 특허는 이들을 ‘우선권 정보’로 표기하고 있다. 미국에 출원한 특허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에도 출원했다는 뜻이다.

다른 5개 특허는 기존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다. 표의 ‘관련성’ 열에는 논문과 특허의 연관 관계가 적혀 있다. 예를 들어 ‘뉴클레아제’로 시작하는 이름의 특허와 관련해선 “김효진(서울대) 연구 결과를 툴젠으로 출원”이라고 돼 있다. 서울대 소속의 김효진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과 툴젠에서 출원한 특허 내용이 같다는 혐의다.

서울대, 경찰 요청에도 1년째 조사 안 해

‘마이오스타틴’으로 시작하는 이름의 특허와 관련해선 “이충일(서울대)의 연구 결과를 툴젠의 특허와 논문에 사용한 뒤 저자 및 소속기관 누락”이라고 돼 있다. 크리스퍼 카스9 유전자가위 원천기술과 관련해선 “조승우(서울대), 김소정(서울대), 김종민(서울대)의 연구 결과를 툴젠의 특허로 출원”이라고 적혀 있다. 이 지난주 보도한 내용과 일치한다.

대전지방경찰청의 수사 내용에는 특허 출원 외에 서울대의 연구 결과를 툴젠의 IR(기업설명회) 자료로 썼다는 혐의도 2건 포함돼 있다. 표 아래 ‘검토’란에는 “툴젠 단독 명의 또는 서울대(또는 IBS 포함) 공동명의 특허 중 서울대 소속 저가(‘저자’의 오타)가 포함된 논문과 관련 특허 사이의 기술 내용 비교 검토 후 서울대 환수가 필요한 경우 환수 조치 필요”라고 적혀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은 이번에 새로 등장한 ‘특허 빼돌리기’ 추가 혐의와 관련해 에 “논문 저자와 특허 발명자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지금까지 의혹을 사실로 오인해 여러 편의 오보를 했다. 자중해달라”고 말했다. 툴젠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고 당사자들이 수사 당국에 충분히 소명했기 때문에 별도로 해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대전지방경찰청으로부터 2017년 9월12일 이들 특허와 논문의 관련성을 분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조사하지 않았다. 서울대는 최근 외부 특허법인에 김진수 전 교수의 논문과 특허 분석을 맡기려고 했으나 해당 법인에 이해 충돌 문제가 있어 계약을 맺지 못했고 다른 특허법인을 알아보는 중이다.

서울대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경찰에 바로 협조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수년 전 일이라 자료를 취합하기가 어려웠고, 특허 관련 부분은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가 없어서 외부에 맡기려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허 조사는 사실 경찰이 해야 할 일인데 왜 우리에게 조사해서 보내라고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은 에 “만약 추가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사실상 연구자의 고의의 혹은 학계의 잘못된 관행이 유발한 혼합적 문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연구를 대상으로 비리를 저지른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각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교육부에 주문할 예정”이라 했다.

박용진 의원 “대학·출연연 실태조사 필요”

서울대의 자발적 협조만 기다리며 1년 넘게 수사를 못한 대전지방경찰청의 태도도 납득하기 어렵다. 박용진 의원실이 9월9일 서울대에서 받은 ‘김진수 겸임교수의 특허소유권 논란 관련 본교 진행 경과’ 자료를 보면, 대전지방경찰청은 2017년 9월12일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김용근 전 지식재산관리부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뒤 “권리관계 유무 및 기술이전에 관한 타당성 검토 등 관련자료 일체”를 받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서울대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올해 3월26일 공문을 보내 자료 제출을 독촉한다. 4월19일에는 서울대 쪽 2차 참고인 조사를 하며 “연구성과물(논문)과 (주)툴젠 소유 특허 동일성 비교 요청”을 한다.

하지만 서울대는 4월 말 내부 회의를 거쳐 자료 제출을 보류하기로 결정한다. 박용진 의원실 자료를 보면, “대전지방경찰청의 IBS 수사 결과 확인 후 진행하기로 내부 결정”이라 적혀 있고 그 아래 “경찰청 제출 자료의 파급력, 툴젠의 대학 기부 사실 등을 고려하여 신중 결정 필요”라고 돼 있다. 경찰에 제출할 자료가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서울대도 알고 있었던 셈이다.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서울대를 강제 수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또한 수사 착수 계기와 시기, 혐의 등을 한 가지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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