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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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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노답

북 ‘화성 15형’ 발사 이후 북·미는 어떻게 대응할까…

대화와 도발·제재 가능성 모두 있지만 단기 전망은 어두워
등록 2017-12-05 13:46 수정 2020-05-03 04:28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의 ICBM ‘화성 15형’의 시험 발사를 참관하며 기뻐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발사로 미국 수도 워싱턴을 직접 타격할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보했음을 일정 부분 입증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의 ICBM ‘화성 15형’의 시험 발사를 참관하며 기뻐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발사로 미국 수도 워싱턴을 직접 타격할 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보했음을 일정 부분 입증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1월29일(한국시각)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뒤 “국가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이론적으로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ICBM을 보유하게 되자, 미국엔 상당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단기적으로 한반도 정세는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맞선 초강수

북한은 ICBM을 발사한 당일 낮 관영 을 통해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화성 15형’이라 칭하며 “29일 새벽 3시18분(평양 시각 2시48분) 평양 교외에서 발사됐으며 정점고도 4475km, 사거리 950km를 53분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 당국이 등을 통해 화성 15형 발사 사진과 영상 등을 공개하며 이번에 쏘아올린 ICBM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12월1일 국회 국방위 현안 보고 자료를 통해 화성 15형을 ‘신형 ICBM급’으로 판단하고 “비행시험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며, 정상각도 발사 때 1만3천km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지적대로 화성 15형의 비행거리가 1만3천km에 이른다면, 북한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에 도달할 탄도미사일 능력을 입증한 게 된다. 고각발사(정상발사보다 최고 고도를 높여 비행거리를 제한하는 발사 방식)하는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에 보수적으로 평가하던 국방부가 이같은 공식 판단을 내린 것은, 화성 15형의 위협을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국방부의 판단은 한-미 군 당국이 조율한 정보 평가일 가능성이 커, 미국 쪽의 심각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지난 9월15일 일본 상공을 통과한 뒤 서태평양에 떨어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 12호’ 발사 이후 75일 만이다. 이른바 ‘자제 기간’을 끝내고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ICBM 발사라는 초강수를 둬 북-미 교착 국면을 탈피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북한이 추가적인 긴장 고조 행위를 벌일 것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초 한·중·일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그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특사인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북한으로 보내 복잡하게 꼬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은 쑹 특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하자,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북 향후 행보, 협상 vs 추가 도발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북한과 미국의 행보와 셈법, 한국과 중국의 중재적 역할 등이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북한은 11월29일 정부 성명에서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포했다. 북한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종말 단계 정밀유도 기능, 탄두 작동 등의 기술까지 성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은 이 능력을 확보한 듯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이를 실증하려면 대기권에 진입한 핵탄두를 일정 고도에서 터뜨려보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북한은 핵무기의 기술적 완성도나 실전 배치 가능성과 별개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1월1일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에 이를 수 있는 ICBM이 마감 단계에 있다”고 밝힌 ‘과업’을 종료했다고 ‘정치적 선언’을 했다.

북한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성명의 뒷부분에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목적의 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쪽에선 이 점을 들어, 북한이 앞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내세우며 미국에 대화 제의를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이미 완성했으니 이를 명분으로 추가 도발을 중지하고 평화 공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더 완성하기 위해 일정 기간 ‘휴지기’를 거쳐 추가 긴장 고조 행위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서두르며 추가 억지력을 갖추려 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SLBM은 이번처럼 지상에서 쏘아올리는 ICBM과 달리 사전 발사 예측이 불가능하다. 북한이 핵능력 증강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미 기존 매뉴얼 넘어 무력시위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북한 원유 공급 중단과 해상 봉쇄 등의 압박 카드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북한 원유 공급 중단과 해상 봉쇄 등의 압박 카드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한·미 양국 정부다. 전자의 분석대로 북한이 향후 ‘협상’ 쪽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더라도, 한·미 정부가 이를 바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화성 15형을 쏘아올린 당일 ‘최대의 압박’이라는 기존 대북 접근 방식을 바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독자 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 외교적 고립, 무력시위 등 네 갈래로 추진되고 있다. 무엇보다 안보리를 통해 ‘대북 유류 공급 축소·중단’과 ‘해상 수송 차단’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두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 수단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부 고위 관계자도 11월29일 한국 언론의 워싱턴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대북 추가 제재가 가능한 분야가 많지 않다. 해상 차단과 송유 문제가 가장 큰 덩어리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유류 공급 축소·차단’이다. 그러나 이를 실행해야 하는 주체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트 대통령의 별장 마라라고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때부터 중국 쪽에 줄기차게 북한에 원유 공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지난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정제유 수출은 절반가량 줄이고 원유 공급은 현행 수준에서 동결하는 대북 결의 2375호 채택에 결국 동의했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어디까지 응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다음 쟁점은 해상 수송 차단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1월28일 성명에서 “북한을 드나드는 물품들의 해상 수송을 차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상 수송 차단’의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을 방문한 배가 다른 나라를 못 가게 하는 것일 수 있고,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네오콘이 내놓았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도 있었다”며 “미국도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기존 매뉴얼’을 넘어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위 고하, 직책을 막론하고 미국인들에겐 ‘뉴욕 9·11 테러’ 트라우마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정서를 결코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북한이 워싱턴을 타격할 능력에 도달했거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하면, ‘9·11 트라우마’가 정책에 어떻게 반영돼 작동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더구나 현재 미국을 이끄는 것은 ‘예측 불가능’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거는 트럼프 행정부다.

북한과 미국이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가진 뒤 ‘탐색적 대화’를 거쳐 협상 쪽으로 국면 전환을 모색하는 정치적 동력이 생겨날 수 있다. 여건은 나쁘지 않다. 당장 미국은 내년 초부터 11월 중간선거 체제로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선거를 앞두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정권 편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핵 증강 방치하면 최대 피해자는 한국

한국 정부도 내년 2월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긴장을 관리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 중국 역시 10월 당대회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권력 기반이 강화된 뒤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대화 국면으로 전환된다 해도 ‘비핵화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북한과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간극이 워낙 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자칫하면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애써 방치하는 ‘전략 없는 인내’, 곧 현상 유지가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최대 피해자는 불행히도 한국이 될 것이다.

이용인 워싱턴 특파원 yyi@hani.co.kr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덕 본 일본


일본은 어떻게 이틀 전 발사 감지했나


11월29일 북한이 쏘아올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에 맞서 일본 정부가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한국 정부가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군사 정보’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일 양국이 2016년 11월 체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일본에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보상의 이익을 주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일본 정부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를 파악한 것은 발사가 이뤄지기 이틀 전인 ‘11월27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를 보여주는 것은 일본 언론의 보도다. 일본 은 28일 “북한이 조만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란 징후가 관측됐다는 사실이 11월27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알려졌다. 발사 준비가 이뤄지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전파 신호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징후는 있지만, 반드시 발사한다고는 할 수 없다. 예전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일본 고위 관계자의 발언 내용도 직접 인용했다.
이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파악한 정보가 아니었다. 은 11월30일 일본 정부가 “북한이 29일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해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안전한 정보로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위험과 타국이 수집한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정을 고려해 이를 공표해 국민에게 주의 환기를 시키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일본은 북핵·미사일 관련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미국과 한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일본도 6기의 정보수집위성을 운용하고 있지만 ‘대략의 움직임은 파악할 수 있어도, 일본 혼자 수집한 정보만 갖고는 상세한 해명을 할 수 없다’(정보 고위 관계자)”고 지적했다.
보도에서 드러나듯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일본에 결정적 군사 정보를 제공한 ‘타국’은 한국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전파 신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국가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청와대 관계자 “오늘(29일) 새벽 도발은 이틀 전에 미리 감지됐다”고 밝혔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같은 날 관훈토론회에서 “(북한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것은 2~3일 전부터 한-미 간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국가정보원은 11월20일 “북한 미사일 시설에서 차량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엔진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도 파악해 국회에 보고했다. 이같은 정보는 한국과 일본이 2016년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따라 일본 정부에 실시간 전달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일본 정부가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중요 군사 정보를 등을 통해 미리 슬쩍 흘리며 미묘한 ‘간 보기’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후 일본은 나름 만반의 대비 태세에 들어간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1월27일부터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자택에 돌아가지 않고 총리 관저 옆의 공저에서 잤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중의원 아카사카 숙소에서 비상 대기하다 29일 새벽 발사 사실이 전해지자 바로 총리 관저에 복귀했다. 그 때문에 아베 총리는 미사일 발사 3분 만인 29일 새벽 3시20분 ‘정보 수집과 분석에 전력을 기울이고 국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 등 세 가지 내용이 포함된 총리 지시를 내릴 수 있었고, 스가 장관도 북한이 쏜 미사일이 아직 동해에 떨어지기도 전인 새벽 4시1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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