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북한 해방을 위한 공통 비전 성취와 여러분들의 생활 지원 및 실력 향상이 목적입니다.”(김성욱이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
“저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성욱 선배와 약속을 했습니다. 제 꿈은 대한민국이 자유통일 되는 것입니다.”(알파팀 팀원 김아무개의 2011년 조갑제닷컴 주최 강연)
우파단체 설립 후 국가정보원 지원 끊긴 정황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의 지시에 따라 포털 사이트 다음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다음 뉴스’와 ‘아고라’에서 정부에 유리한 댓글을 달며 여론 조작 활동을 한 ‘알파팀’은 최소 9명이다. 김성욱대표는 이들에게 ‘조회 수 기본 1천 클릭, 평균 1만 클릭, 최대 10만 클릭’이 국가정보원의 요구이며 “칼럼 게재 후 자주 들어가서 공작을 하고 댓글을 달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 “(알파팀원) 상호 간 추천이 필수적”이라고 팀원들을 독려하면서도 “실적에 대한 국정원의 압박이 심해서 괴롭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국정원은 이들에게 “조회 수를 올리는 비급”이라며 ‘조회 수 조작 프로그램’을 전달했다. 김성욱 대표는 국정원에서 매월 입금받은 돈을 각 팀원의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은 제1158호(4월24일치) ‘국정원은 왜 우익청년들에게 2만5천원을 줬나’ 등 알파팀 관련 연속 보도에서 이 사실을 기사화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한국자유연합을 설립한 뒤 신통치 않았다. 2008년 12월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알파팀 활동은 2009년 9월 말 한국자유연합이 설립될 때까지만 이어졌고 이후 흐지부지됐다. 알파팀원이던 ㄱ씨는 과의 인터뷰에서 “양성화된 이후 이상하게 활동을 못했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1차적 이유는 국정원의 지원이 그 무렵 끊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어느 정도 활동할 수 있음을 확인한 뒤 ‘단체 설립’을 지시했다. 국정원은 이 단체에 1인시위, 기자회견 등 권력을 보위하는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길 요구했지만 알파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 김성욱 대표는 애초 국정원의 지원을 받아 자신이 운영하던 뉴스 사이트 ‘리버티헤럴드’를 ‘우파의 ’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이 계획은 실패했다. 리버티헤럴드는 현재까지 사실상 김성욱 대표의 1인 블로그 형태로 운영된다. 그가 리버티헤럴드에 쓴 글은 2200편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러나 글의 주제를 살펴보면 ‘북한, 안보, 종북세력 비판’ 등으로 한정된다. 한국자유연합 창립 이후에도 김성욱은 리버티헤럴드에 자신의 소명이 “종북세력과의 영적 전쟁”이라며 이를 실행할 또 다른 단체의 설립을 준비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영적 전쟁’이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성욱 대표가 알파팀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자우편을 보낸 것은 2010년 2월로 확인된다. 김 대표는 “자유통일-북한해방을 위한 정치세력화 실무 모임에 참석을 바란다”고 공지하며 “리더인 나의 지시에 딴지 거는 분들은 참석을 자제”하고 “비생산적-소모적으로 야당식 발언하는 것은 용납 못함”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실무 모임 이후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면 알파 모임은 잠정적으로 활동 중단 예정”이라는 뜻도 밝혔다.
알파팀 와해 이후, 팀원들 보수 인터넷 기자로김성욱 대표가 만들려던 정치세력화 실무 모임의 이름은 ‘Will’(윌)이었다. 이 무렵 김 대표는 보수 성향의 젊은 변호사가 많다는 모임에서도 ‘기독교 원리주의’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파팀원이던 ㄱ씨는 “김성욱씨가 기독교 신봉주의자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았지만, 이 무렵 아예 기독교계의 호메이니를 자처했다”며 “자신을 반대하는 말을 용납하지 못했다”고 했다. 국정원의 지원이 끊어진 이유에 대해 “김성욱이 자주 국정원이 너무 공무원 조직이고, 이명박 정부가 보수를 너무 실용적으로만 이용하려 든다고 비판했다”며 “국정원은 이런 김성욱씨가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해 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욱 대표가 작성한 ‘윌’ 창립 제안서의 마지막은 기독교 원리주의를 이념적 기반으로 삼는 한국 극우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다. “시대는 지금 결단을 원한다. 북한 주민을 구원하고, 북한 지역을 재건시킬 당신을 찾고 있다.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 결단할 때 있나니. 참과 거짓 싸울 때에 어느 편에 설 건가. 빛과 어둠 사이에서 선택하며 살리라.’ 당신은 참과 거짓, 빛과 어둠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서서 싸울 것인가? 하나님의 거룩한 도성인가? 바벨론인가?” 김성욱 대표가 이명박 정권을 옹호하는 여론 조작 등 ‘실용적’인 우파 운동보다 영적 각성을 더 추구하는 종교 색채를 노골화하면서 알파팀은 결국 와해됐다.
알파팀원은 우파 진영 안에서 상대적으로 훈련된 사람들이다. 김성욱 대표 역시 그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이 확보한 알파팀 내부 문건을 보면, 김 대표는 알파팀원들에 대해 “(인터넷이나 신문 독자투고란, 나름 논리적 일관성을 갖춘) 칼럼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고 평했다. 이들은 알파팀 활동이 지지부진해지자 우파 진영 내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다. 알파팀 활동 때부터 스스로를 “인터넷 기자급”이라고 생각한 만큼 이들은 무리 없이 우파 진영의 여러 매체에 연착륙한다.
알파팀의 다수는 실제 보수 인터넷 매체의 기자가 됐다. 알파팀원이던 김아무개씨는 최근까지 인터넷 논객 출신 변희재 등이 만든 기자로 활동했다. 또 다른 김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 역시 기자가 됐다. 오아무개씨는 을 거쳐 현재 소속으로 국회에 출입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들이 보수 매체에서 쓴 기사와 칼럼을 보면 내용적으로 알파팀의 주장과 큰 차이가 없다. 알파팀을 직접 지원한 국정원이 알파팀과 같은 주장을 더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우파 매체는 지원하지 않았을까. 향후 집중 수사가 필요한 지점이다.
김성욱 대표는 지난 4월 의 알파팀 첫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대형 교회와 군을 돌며 안보 강연으로 돈을 벌었다. 보수 논객으로 종합편성채널의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인터넷에서 김성욱을 검색해보면, 그가 이명박·박근혜 정권기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활동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수 언론과 정당 등 우파 진영 내부를 향해서도 거침없는 ‘모두까기’ 내공을 선보인 김 대표는 국정원에 대해서만큼은 유별나게 관대했다. 4월 보도 직후 자취를 감췄던 김성욱 대표는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활동할 무렵 ‘Joshua Kim’(여호수아 김)이란 필명으로 돌아와 리버티헤럴드에 글을 올리고 있다.
김성욱, “국정원한테 일부 후원받았을 수 있다”김성욱 대표는 과의 통화에서 끝까지 국정원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대한민국이 거짓으로 점철돼 있어 영적 각성이 필요하다”는 믿음으로 젊은 청년들과 함께했을 뿐이며 “북한 해방을 위한 공통 비전 성취와 우파 논객 생활 지원 및 실력 향상을 목적으로 돈을 지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돈을 준 것이냐는 질문에 “후원받은 것이니 일부 그랬을 수는 있다”고 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류석우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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