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심엔 나무와 숲이 있는 공원이 많다. 걸어서 5분 안팎 거리에 녹색 공간과 만나도록 도심이 가꿔져 있다. 그래서 독일의 많은 도시는 ‘공원 안에 도심’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독일 도심에 또 하나 흥미로운 공간이 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치료 목적으로 시작된 ‘작은 정원’ </font></font>독일에선 ‘텃밭 정원’이 집단적으로 모인 곳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작은 정원’이란 뜻을 가진 ‘클라인가르텐’이다. 독일 사람들은 도심 외곽 한적한 곳에서 정원을 가꾸며 사는 것을 선호한다. 여러 여건상 그러지 못하는 도시 사람들에게 클라인가르텐은 작은 농촌이자, 작은 정원 구실을 한다.
이곳에서 도시 사람들은 임대료를 내고 공간을 빌려 채소를 재배하고 정원을 가꾼다. 휴식공간인 정원까지 가꾼다는 점에서 먹는 채소를 키우는 한국의 도시 텃밭 분양과는 다르다. 그간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을 보고 돌아가 한국식 클라인가르텐을 일부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과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클라인가르텐의 위치다.
한국의 클라인가르텐은 대개 도심 외곽에 있다. 생활공간과 멀리 떨어져 있어 주로 주말에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은 아파트 단지나 정원이 없는 도시의 집 근처에 있다. 걸어가거나, 차를 타고도 아주 짧게 이동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 클라인가르텐 전국협회 부회장인 알프레드 루틴은 “클라인가르텐은 도시에 맑은 공기를 유입하는 허파와 같다”고 말한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50%" align="right"><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ffffff"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fffff"><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size="4"><i><font color="#991900">“클라인가르텐은 도시에 맑은 공기를 유입하는 허파와 같다.”
-알프레드 루틴</font></i></font>
</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독일의 클라인가르텐은 19세기에 의사이자 교육자인 슈레버 박사가 주도해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햇볕 아래에서 채소를 가꾸라”는 처방을 한결같이 내렸다. 독일은 일사량이 한국보다 30% 정도 적어, 체내에 비타민D가 부족한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
클라인가르텐은 독일 전역에 퍼져 있다. 대산농촌재단이 주최한 독일·오스트리아 농업 연수에 참가한 국내 농업인들이 지난 5월12일 찾아간 독일 남서부 카를스루에시(市)에서만 클라인가르텐의 총면적이 240만m²(72만6천 평)에 달했다.
하나의 클라인가르텐 단지 안에는, 가구당 임대되는 평균 250~300m²(75~90평) 규모의 작은 정원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다. 이런 식의 작은 정원이 인구 30만 명에 육박하는 카를스루에에 모두 7800개가 있다. 카를스루에 클라인가르텐은 4년마다 열리는 클라인가르텐 심사에서 금메달을 11번 받은 곳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재배한 채소는 나누되 팔지 않아</font></font>클라인가르텐 단지에서 텃밭 겸 정원을 임대받은 사람들은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신의 작은 정원 3분의 1에선 채소를 재배하고, 3분의 1은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머지 3분의 1은 휴식공간으로 꾸민다. 휴식공간에 약 16~24m²(약 5~7평) 규모의 작은 집을 지을 수 있다.
이 집에서는 의자 등을 놓고 쉴 수 있지만 하룻밤 숙박하는 등 주거를 할 순 없다. 자신의 원래 집과 클라인가르텐을 오가며 텃밭 정원으로만 가꾸라는 취지다. 자신의 작은 정원에는 나무를 높게 심을 수도 없다. 나무 때문에 응달이 생기지 않게 하고, 인근 정원의 다른 사람들이 쉽게 들여다보며 인적 교류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클라인가르텐은 개인 소유 전원주택에 딸린 정원처럼 공간이 넉넉하지만 임대료를 포함한 연간 운영비 부담은 작다. 임대료, 회원 가입비, 전기료, 수도료 등을 모두 더해 1년에 350유로(약 46만원)다. 한 달에 29유로(약 3만8천원) 정도의 부담만 지면 된다.
아이들의 생태체험을 위해서 클라인가르텐 임대 신청자들 가운데 어린아이가 많은 집에 임대 우선권을 준다. 텃밭과 정원을 제대로 가꾸지 않아 경고를 2번 받으면 퇴출된다. 후순위 신청자는 6개월에서 1년6개월 정도 기다리면 자기 순번이 돌아온다. 화학비료와 농약, 시멘트 사용은 금지된다.
대형 건물이나 주차장을 짓는 유혹을 뿌리치고 도심에 클라인가르텐이 들어설 수 있게 만든 것은 연방건축법이다. 이 건축법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을 세울 때 일정 면적의 클라인가르텐을 포함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도심 속 텃밭 정원’은 독일처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
독일이 이런 의지를 보이는 것은 한국보다 국토 면적이 3.5배나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클라인가르텐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알프레드 루틴 부회장은 “도심에서 사라져가는 도마뱀을 클라인가르텐에선 찾아볼 수 있는 등 환경 복원 기능도 있고, 이웃들과 함께 일하고 어울리다보면 사회적 친화·융합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채소와 정원을 가꾸면 건강에도 도움이 돼 환자 수와 병원 병상 수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클라인가르텐은 도심의 공유지를 시민에게 내주었을 때 어떤 사회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클라인가르텐에서 생산한 채소를 주변과 나눠먹기는 하지만 외부에 팔지 않는 점도 눈길을 끈다. 채소 씨앗을 자신들에게 제공한 농민과의 상생을 위해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환경 복원과 사회 융합 역할</font></font>카를스루에시의 한 클라인가르텐을 찾아갔을 때, 노부부들이 한낮의 햇볕 아래에서 텃밭의 풀을 뽑으며 정원을 가꾸고 있었다. 저마다 자신의 취향을 살린 정원들이 한데 어울려 대규모 클라인가르텐을 형성하고 있었다. 남편과 아내 모두 휠체어를 타고 텃밭을 돌보던 한 장애 노부부는 한국에서 온 일행과 만나 “꽃을 만지고 채소를 가꾸면서 웃는 일이 많아졌고 건강도 유지되고 있다”며 자신의 정원에 핀 꽃처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카를스루에(독일)=<font color="#008ABD">글·사진</font>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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