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개념도. 사드는 지상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적의 공격용 미사일을 격추해 무력화하는 무기 장비다.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갈무리
입춘이 지나 한반도는 다시 얼어붙었다. 북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 이어 2월7일 오전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발사한 게 발단이 됐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주한미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한 공식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드는 최근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도입하려는 핵심 무기 중 하나다. 적의 미사일을 지상에서 감시하고 직접 요격미사일로 격추하는 미국산 무기 장비다. 국방부는 “미국과 대한민국은 증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동맹의 미사일방어 태세를 향상시키는 조치”로서 사드 협의를 시작한다고 했다. 덤으로 3월에 열리는 키리졸브 한-미 연합훈련을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한-미 양국의 입장에 비춰 갑작스러운 발표였다. 국방부는 사드에 대해 3년째 ‘미국으로부터 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으며, 결정도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북의 이번 로켓 발사는 위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지만, 2012년 ‘은하 3호’가 보여준 기술력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차 핵실험에 대해서도 당시 미국 국방부는 ‘북의 핵기술이 향상 안 됐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도발을 사드 배치 논의의 시작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계기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광고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논의의 시작을 알린 데 이어, 사흘 뒤 이번엔 통일부가 나섰다. 2월10일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가동의 ‘전면 중단’ 결정을 북에 통보했다. 2004년 개성공단 생산 이래 두 번째 전면 중단이자 남한이 먼저 중단하기로 한 건 처음이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그 자금이 얼마큼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또는 공단 가동 중단 전후로 우리 기업의 손익은 각각 얼마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날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남쪽 인력을 추방했으며 자산을 동결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안전판 구실을 해온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 논의의 시작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한·미 대 중·러 관계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가 남북관계를 30년 가까이 쌓아온 남북교류협력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면, 사드 배치는 한국에 전면적인 외교·경제·군사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우려가 높다. 벌써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거세다. 오로지 미 정부와 군수업체만 이 사태를 느긋하게 관망하고 있다.
사드는 크게 네 가지 장치로 이뤄져 있다. 레이더(AN/TPY-2), 발사대(Launcher), 요격미사일(Interceptors), 발사통제장치(Fire Control) 등이다. 사드 한 포대는 6개의 발사대에 요격미사일 8개씩을 장착할 수 있다. 사드 1포대 배치 비용은 1조~2조원가량으로 한국 전역을 방어하려면 최소한 2포대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
사드는 레이더를 통해 최대 3천km까지 탄도미사일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최대 발사 거리는 200km이며 요격 고도는 40~150km다. 제조사인 미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2009~2013년 13차례 동안 사드 비행시험이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요격에 성공한 경우들도 탄두가 분리되지 않은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했거나,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 대신 수송기에서 떨어뜨린 중·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했거나, 어떤 미사일을 요격했는지 밝히지 않은 경우들이었다”고 지적한다.(‘북한 위협론과 사드’, 북한연구학회 하계학술발표논문집, 2015) 실제 상황에서의 요격 능력이 검증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를 수십 년간 연구해온 전문가인 시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와의 지난해 6월 인터뷰에서 “북한의 스커드 B(사거리 약 300km)와 C(600km)와 노동미사일(1000km)이 사드 요격 가능 범위에 들어오지만, 스커드 미사일은 공중에서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고 높은 고도에서 요격해야 하는 노동미사일은 기만탄과 진짜 탄두를 구별하기 어려워 사드의 요격이 어렵다”고 분석한 바 있다.
사드는 1990년 개발에 착수한 이래 26년간 성능을 의심받고 있다. 마이클 길모어 미 국방부 작전실험평가 국장은 지난해 3월 국회 상원 군사위에서 “사드 시스템의 구성 요소들은 지속적이고 꾸준한 신뢰성 향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자연 상태 시험에서 결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광고
하지만 이 발언 이후 불과 9개월 만에 제조사 록히드마틴은 추가 계약을 맺는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MDA)은 지난해 12월 록히드마틴과 5억2800만달러(약 6378억원) 상당의 사드 요격미사일 생산·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미 국방부는 현재 보유 중인 7개 사드 포대 가운데 5번째 포대를 가동했다. 미 국방부가 록히드마틴의 뒤를 받쳐주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외에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유일하게 2011년 사드를 구매했다.
한국에 사드 배치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 후보자의 구상은 현재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부임 이전부터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공언했다.
2013년 7월30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그는 “우리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완전히 대응하려면 사드나 이지스함과 같은 유기적인 상층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이를 도입하면 기존 저고도 방어용 패트리엇 미사일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논의 시작 발표 넉 달 전인 지난해 10월, 차기 이지스함에 록히드마틴의 전투체계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와 록히드마틴은 지속적으로 한국의 사드 배치 가능성을 언론을 통해 흘려왔다. 그때마다 한국 국방부는 대부분 부인했다. 미 경제전문지 은 2014년 5월28일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이미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 위해 부지 조사도 실시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일주일 뒤엔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 정책국장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부가 사드의 성능과 가격을 알기 위해 정보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국방부는 “국산 무기 개발을 위한 자료 수집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0월엔 록히드마틴이 직접 나섰다. 마이크 트로츠키 항공미사일방어 담당 부사장은 미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양국의 정책 당국자들 사이에서 사드 배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이 이를 부인하자, 하루 만에 “우리는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말을 바꾸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록히드마틴은 한국과는 이미 66년 넘은 인연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쌕쌕이’라고 불리며 북한과 중공군을 상대로 폭격한 제트전투기 ‘F-80 슈팅스타’의 제조사다. 록히드마틴은 이를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홍보하는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1970~90년대에도 미 국방부에 F-16 전투기 수천 대를 파는 등 전투기 사업으로 큰 이윤을 남겼다. 이 전투기는 한국 공군 주력기로도 들여왔다. 20여 년이 지나 성능 개량 사업도 록히드마틴이 맡게 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F-16 계열 KF-16 전투기 134대의 1조8천여억원 상당의 성능 개량 사업을 당초 계약 상대인 영국 BAE시스템에서 록히드마틴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는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를 7조여원을 들여 4년간 총 40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록히드마틴은 1990년대 중반부터 미 정부의 정보기술 부문에서 컴퓨터 시스템과 데이터 관리 사업을 따냈다. 이후 1962년 미-소 간에 핵전쟁 가능성을 낮출 목적으로 맺은 탄도탄 요격 미사일제한조약(ABM)을 미국이 40년 만에 깨고 본격 구축하기 시작한 미사일방어 체계로 사업을 넓혔다.
록히드마틴은 전세계 1위 군수업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15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록히드마틴이 2009년부터 세계 1위 군수업체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의 2015 회계연도 총매출은 461억3200만달러(약 55.7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드가 포함된 미사일방어 부문 매출만 67억7천만달러(약 8조원)다. 이조차 2013년 77억여달러(약 9조원)와 2014년 70억여달러(약 8조5천억원)엔 못 미치는 규모다. 이에 대해 록히드마틴은 사드 판매와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록히드마틴의 최대 고객은 미 국방부다. 미 군수업체와 의회, 국방부 그리고 학계 및 압력단체는 로비·연구 자금과 회전문 인사로 연결돼 군산복합체라고 불려왔다.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 나오미 클라인의 저서 은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군수업체 출신들과 미 공화당 강경파 측근들로 이뤄진 압력단체 ‘이라크해방위원회’를 군산복합체 폐해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한다.
2002년 활동을 시작한 이 위원회는 이라크전쟁의 명분을 대중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위원회 의장은 록히드마틴 부사장 출신 브루스 잭슨이었다. 그는 석 달 전 록히드마틴 전략·계획 담당 부사장이었다. 잭슨은 록히드마틴 부사장 찰스 쿠퍼먼과 방어시스템 디렉터 더글러스 그레이엄을 위원회에 불러들였다. 나오미 클라인은 잭슨이 당시 백악관의 요구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미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조지 슐츠는 미 최대 건설사 벡텔 이사로서 위원회를 이끌며 자문위원 노릇을 했다. 이들이 관계를 맺었던 기업들은 이라크전쟁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이라크전쟁으로 파괴된 이라크 전기와 상하수도 복구를 위한 3460만달러(약 418억원) 상당의 공사 계약을 2003년 4월 벡텔이 가져갔다. 록히드마틴은 이라크전쟁이 진행되던 2003년 3월 주가가 31달러(약 3만7천원)에서 2007년 2월 102달러(약 12만3천원)로 급증했다.
미국은 냉전이 끝나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도 주춤해진 2010~2014년에도 전세계 무기 수출 점유율 31%로 러시아(27%)를 제치고 1위를 지켰다.
그런 록히드마틴과 미 국방부에 걱정거리가 생겼다. 바로 국방예산 삭감 문제다. 발단은 2011년 8월 제정된 예산통제법(BCA)이었다. 이 법은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미국이 2013년 3월부터 향후 10년간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국방부였다. 10년간 5천억달러(약 604조원)가량을 줄여야 했다. 이를 막기 위해 2013년 12월 초당적 예산법(BBA)을 통해 연방예산을 2년간 증액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2015년 10월 이를 다시 연장했지만, 한시적 조처로서 국방부나 군수업체들은 아직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위기의식은 4년마다 발표하는 미 국방부의 2014년 국방검토 보고서(QDR)에 나타난다. 이 보고서는 “2014 QDR는 예산 제약이 심화하는 기간에 국방 노력을 재정비함으로써 미래를 준비하는 데 주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각 군과 행정부의 구조조정을 먼저 언급한 뒤, “미국은 미래 갈등과 분쟁에 대한 동맹국이나 파트너들의 기여에 더 많이 의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종대 군사평론가(정의당 국방개혁단장)는 ‘미국 군산복합체, 애국주의를 넘어 국제협력으로’라는 논문에서 “한국의 무기 구매는 이제 미국의 개발사업의 연명을 좌우하는 중환자실의 산소호흡기로 그 의미가 변경된 것”이라고 평했다.
| |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 협의 테이블에 나서는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종대 군사평론가는 “사드의 부지 선정에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한-미 양국 모두 이른 시일 안에 사드를 배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중국의 반발 등에 따라 손실이 먼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김대중 평화센터 부이사장)은 “사드 배치에 합의하면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되돌리기 어려운 대못이 될 것이다. 한·미·일 대 중·러·북 사이에 대결 구도가 부활하고 복지나 교육 대신 방위비에 세금을 더 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의 배경에 대해 김 평론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붕괴론에 대한 집착과 그에 따라 한쪽으로 쏠린 현실감각”이 빚은 일이라고 평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과 중국의 반발을 유도해 대통령 중심으로 뭉쳐야겠다는 국민 정서를 유도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벌써 북한이 저항하면서 긴장이 조성되는 국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We’re engineering a better tomorrow.) 록히드마틴 홈페이지의 미사일방어 사업 소개란에 쓰여 있는 문구다. 하지만 누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하는지는 쓰여 있지 않다.
※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전문] ‘윤석열 파면’ 헌법재판소 결정문 ①
[결정문 분석] ‘5 대 3의 희망’ 정형식·김복형·조한창도, 파면에 이견 없었다
‘불소추특권’ 잃은 윤석열…형사 법정 여기저기 불려다닐 처지에
‘윤석열 파면’에 길에서 오열한 김상욱 “4월4일을 국경일로”
헌재 “야당 입법독주? 거부권 행사했는데”…윤석열 파면 ‘핀셋 판단’
‘가시방석’ 떨쳐낸 대구 시민들 “묵은 체증 내려가…힘든 지형 체감”
극우에 길 터준 ‘윤석열의 1375일’, 비용은 국민 몫으로 남았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명문”…헌재 선고 요지 칭찬 릴레이
윤석열 파면에 “아이고, 나라 망했다”…전광훈 “내일 3천만명 모이자”
오늘부터 다음 대통령 예비후보 등록…6·3 대선 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