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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선박검사원 무죄 이끈 ‘뻔뻔한’ 변호

세월호 탐사보도 2부② 한국선급, 자사 직원에 대한 탄원서·사실조회서 제출 “우리 규정 너무 경직돼 업계에 불편”,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검사 내규 오히려 완화
등록 2015-10-22 17:37 수정 2020-05-03 04:28
해양수산부 제공

해양수산부 제공

은 세월호의 인천~제주 불법 증선과 무리한 증개축을 눈감아줬던 공직자들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제1081호 특집 ‘4월16일 이전 침몰하고 있었다’). ‘일벌백계’가 없는 한국 사회에 ‘관행이라는 독’이 더욱 확산되고 있음도 지적했다.
이번호에선 그 실상을 더 구체적으로 보도한다. 세월호의 증개축 이후 선박검사를 시행했던 한국선급 선박검사원이 어떻게 무죄를 받았는지 그 과정을 추적했다. 무죄를 이끈 숨은 공로자는 한국선급이었다. 한국선급은 내규보다 검사원의 재량과 관행을 설명하는 사실조회 결과를 법원에 보냈다. 한국선급 직원들은 재판에 잇따라 출석해 그렇게 증언했다. “까다롭고 불합리한” 선박 경사시험(복원성시험) 규칙과 내규는 개정한다고 했다. 또 세월호 검사원의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도 한국선급 회장 명의로 제출했다.
1심과 항소심은 ‘무죄’로 화답했다. “(세월호) 검사 업무를 관련 규정에 따라 충실하게 하지 않았”지만 “검사원 혼자서 관련 모든 자료를 계측하고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한민국은 2014년 4월16일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게 아니라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지 모른다.
취재 정은주 기자, 편집 박수진 기자, 디자인 최혜란

선박안전법에는 국외에서 중고로 수입된 선박이 처음 항해할 때 정기검사를 받도록 돼 있다. 대형선은 한국선급이, 소형선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이 검사를 대행한다. 해양수산부가 두 곳과 대행검사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2013년 2월 전남 영암군에 있는 CC조선에서 증개축 공사를 진행한 세월호는 한국선급 검사원 전아무개(35)씨의 검사를 30여 차례나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전씨가 선박검사를 부실하게 진행하고 허위 검사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검찰은 전씨를 기소했다. 이 재판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심과 항소심이 진행됐다. 현재는 대법원에 상고심이 계류 중이다. 법리상 이 재판의 피해자는 한국선급이다. 검찰이 한국선급의 선박검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죄)로 전씨를 기소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전복 주범이라는 오명에 박탈감”

하지만 한국선급은 전씨의 무죄를 이끈 숨은 공로자이기도 하다. 2015년 2월 회장 명의로 1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보내 이렇게 호소했다. “업무방해의 피해자가 한국선급이라면 피고인(전씨)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치 않사오니 피고인에 대해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2012년 10월~2013년 2월 세월호가 증개축될 때 선박검사를 맡은 한국선급 선박검사원 전아무개씨를 검찰은 업무방행죄로 기소했다. 법리상 피해자로 한국선급이 지목됐지만 정작 한국선급은 전씨의 무죄를 이끈 숨은 공로자였다. 한국선급이 제출한 탄원서.

2012년 10월~2013년 2월 세월호가 증개축될 때 선박검사를 맡은 한국선급 선박검사원 전아무개씨를 검찰은 업무방행죄로 기소했다. 법리상 피해자로 한국선급이 지목됐지만 정작 한국선급은 전씨의 무죄를 이끈 숨은 공로자였다. 한국선급이 제출한 탄원서.

이 입수한 탄원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1960년대 해운조선·보험업계 인사들이 설립”한 한국선급은 현재 세계 6위의 선급으로 도약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런데 “언론 등에 의해 낙인된 세월호 전복(사고)의 주범이라는 오명에 상당한 박탈감”에 빠져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한국선급의 “(선박)검사는 세월호 전복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초기 언론 보도는 거의 대부분 선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원이 제조 후 등록검사 때 확인해야 할 항목이 최소 300여 개 이상”이라서 세월호에 대한 정기검사 때 “수많은 검사 중 일부 실수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인간이다보니 선박검사를 수행하면서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한국선급 검사원들은 “재판 결과를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한국선급은 탄원서에서 검찰이 세월호 검사원을 구속 기소하면서 다른 검사원들도 선박검사 규정을 “불필요할 정도로 경직되게 적용해 선주들과 마찰이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또한 한국선급은 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 결과에서도 검찰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전씨의 손을 들어줬다.

첫째, 선수 우현의 카램프(차량 진입문)를 철거해 세월호의 좌우 불균형이 심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원성(파도·바람 등으로 기운 선박이 원래 평형 상태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카램프 철거로 25t 상당이 감소했는데 그러면 무게중심이 좌현으로 0.022m, 횡경사 1도 미만으로 영향을 준다. 통상 기술적 측면에서 복원성에 중대한 영향이라고 볼 수 없다. 무게중심 위에 위치한 카램프를 철거해 수직 무게중심이 0.017m 낮아져 오히려 복원성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

둘째, 검사원이 경사시험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직접 검증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국선급 내규(경사시험 지침)를 보면 “검사원은 (경사시험에서) 모든 데이터가 정확하게 계측되고 기록되었는가를 검증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한국선급은 사실조회 결과에서 “이 규정은 계측이 정확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한 규정이지 선급 검사원이 모든 사항을 직접 확인하라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급 검사원이 현장에 입회해 신뢰할 만한 계측 관여자들의 모니터링을 통한 확인도 이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이해된다.” 1심 재판부는 2015년 1월6일 한국선급의 팀장 이아무개씨를 증인으로 불러 그 의미를 물었다.

검사 신뢰할 만한 계측 관여자는 누구를 말하나.
한국선급 그 당시의 설계사무소, 조선소, 선주 등 (경사시험)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을 얘기한다.
검사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설계나 복원성 계산을 위탁받은 사람이 신뢰할 만한 관여자인가.
한국선급 전문가이기에 신뢰해야 한다.
검사 청해진해운이 (선박)검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업무를 도와주는 입장인데도.
한국선급 기술직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기술력을 속이지 않는다.
(2015년 1월6일 한국선급 검사원 광주지법 재판)
한국선급 “청해진 설계자들 신뢰해야”

세월호의 무게중심과 복원성을 계산하는 경사시험은 2014년 1월24일 전남 목포 삼학도 부두 암벽에서 시행됐다. 경사시험의 기초 자료는 복원성 설계사 이아무개씨가 전날부터 경사시험 당일 오전까지 계측했다. 검사원 전씨는 당일 오후 2시께 현장에 도착해 계측된 자료를 그대로 인정했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경사시험이 “완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든 데이터를 (직접)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형수, 연료유, 청수 등 액체류는 대부분 배수량 계산에서 제외해야 하기에 각 탱크의 잔량을 모두 확인해야 했다.”(1회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 하지만 법정 증인으로 나온 한국선급 팀장은 “차를 세척하고 검사를 받는다고 쳤을 때 미리 닦아놓으면 세척 시간을 줄일 수 있듯이” 복원성 설계자가 미리 기초 자료를 다 재고 검사원이 이를 “모니터링”만 하면 족하다고 주장했다.

검사 모니터링은 어떤 행위를 말하나.
한국선급 샘플링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열 개 자료 중에서 궁금한 것을 확인했을 때 그 데이터가 맞으면 상대방이 계측하는 것을 다 믿는다는 의미다.
(2015년 1월6일 한국선급 검사원 광주지법 재판)

셋째, 흘수(선박이 수면에 닿은 위치에서 선박의 가장 밑바닥 부분까지의 수직거리)도 경사시험 때 한 차례만 계측하는 게 관행이라고 했다. 한국선급 내규(경사시험 지침)는 “경사시험 바로 전에 흘수 계측을 해야 하며, 계측된 흘수는 경사시험 후에도 재확인돼야 한다”고 돼 있다. 경사시험 앞뒤로 두 차례 재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세월호 경사시험 때 전씨는 경사시험 전에만 흘수를 쟀다. 경사시험이 밤 9시께 끝나 재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국선급의 사실조회 결과를 보면, “경사시험 환경에 변화가 없다면 흘수의 변동이 있을 수 없으므로 계측된 흘수는 경사시험 후에도 재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검사 경사시험은 기상 상황이 좋은 날로 정한다. 그렇다면 흘수가 달라지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재확인 규정을 (내규에) 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선급 정확도를 기한다는 의미다.
검사 재확인하지 않으면 내규 위반인가.
한국선급 (배를 타고 가서 확인하지 않고) 암벽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다.
검사 흘수는 1cm도 중요한데 멀리 떨어져서 육안으로 계측이 가능한가.
한국선급 흘수에 변화가 없다면 검사원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재량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2015년 1월6일 한국선급 검사원 광주지법 재판)
흘수 두 번 확인해야 하지만 재량으로 조정

넷째, 경사시험용 중량을 계량할 때 검사원이 직접 입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국선급 내규(경사시험 지침)에는 “경사시험용 중량은 검사원 입회하에 검정된 기기를 사용해 계량된 것이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세월호 검사원 전씨는 경사시험용 중량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세월호 복원성 계산자가 인근 계량소에서 재고 계량증명서로 확인해줬을 뿐이다. 한국선급 팀장은 법정에서 “계량소에서 받은 증명서를 보고 확인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내규에 없지만 검사원의 재량하에 객관성을 띨 수 있는 자료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명문화된 한국선급의 내규보다 검사원의 관행이 우선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1심과 항소심은 한국선급이 보낸 사실조회 결과를 받아들여 세월호 선박검사원 전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법원이 한국선급의 사실조회 결과를 맹신했다”고 비판했다.

1심과 항소심은 한국선급이 보낸 사실조회 결과를 받아들여 세월호 선박검사원 전아무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법원이 한국선급의 사실조회 결과를 맹신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세월호 검사원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선급의 사실조회서와 직원 법정 증언, 탄원서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항소심에서는 한국선급의 선급규칙팀 박아무개씨가 또 다른 증인으로 나왔다. 그러나 1심 때와 증언 내용은 똑같았다.

검사 계속 (내규를) 의미 없는 규정이다, 현실성이 없는 규정이라고 말하는데 그 규정을 계속 존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선급 불합리한 규정은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검사 (세월호 경사시험과 관련한) 규정들이 불합리한 규정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선급 지금 되새겨보면 여러 가지 보완할 점이 많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검사 왜 불합리한가.
한국선급 조선소 해운업계에서 실행상, 절차상 잘못되는 점이 없는데 저희(한국선급)만 까다롭게 갖고 있어 고객(해운업계)에게 불편을 끼치고, 그렇게 불편을 끼쳐서 정확성을 더 얻을 수 있으면 그나마 합리성이 있지만 크게 없어 불필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2015년 7월7일 한국선급 검사원 광주고법 재판)

<i>내규대로 엄격하게 경사시험을 진행하지 않아 세월호의 복원성을 악화시켰던 한국선급이 참사를 계기로 내규를 강화하기는커녕 더 완화하는 방향으로 고치고 있다고 밝혔다.</i>

실제로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선급의 선박검사 내규는 오히려 완화됐다. 이 처음으로 확인한 ‘2015년 선급 및 강선 규칙’을 보면, 경사시험용 중량은 “증명된 중량계를 사용해 증명돼야 한다”라고 돼 있다. 원래 규정에 있던, 경사시험용 중량을 측정할 때 검사원이 입회·확인해야 한다는 의무를 없앤 것이다. 내규대로 엄격하게 경사시험을 진행하지 않아 세월호의 복원성을 악화시켰던 한국선급이 참사를 계기로 내규를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관행을 규정으로 탈바꿈시켜 정당화한 셈이다. 이 밖에도 한국선급은 “(법정에서 밝힌 대로) 경사시험 관련 선급 검사 내규의 개정이 진행 중이며, 조만간 완료될 것”이라고 에 말했다. 더 완화하는 방향으로 내규를 계속 고치고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에 불편한 까다로운 규정 개정 중

검사원 전씨가 내규보다는 관행에 따라 “검증한” 세월호의 경사시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일본에서는 ‘화물(여객 중량 제외) 2437t, 평형수 370t’이었는데 한국에서는 ‘화물 987t, 평형수 1694t’을 싣고 다녀야 했다. 이 복원성 계산서를 한국선급은 그대로 승인했고 세월호 선박검사증서가 발급됐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세월호 과적은 예측할 수 있었다. 51억원을 들여 배를 증축했는데 적재화물은 절반 이하로 줄고 평형수만 4.6배 늘려야 하는 상황을 선사가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었다. 여객이 116명 늘었다지만 적재화물이 줄면 수입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세월호는 선수 우현 카램프를 제거하면서 그 자리에 컨테이너 24개를 추가로 적재할 공간을 만들었다. 누가 보더라도 기존 적재화물량(2437t)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실으려고 세월호를 증개축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중공업 설계부장 이아무개씨는 ‘화물 987t, 평형수 1694t’은 “비현실적인 조건”이라고 평했다. “선사 입장에서는 지키기 힘든 조건”이라는 뜻이다. 세월호 검사원 전씨도 인정했다.

검사 적재화물을 2500t에서 1천t으로 줄이고 대신 평형수를 370t에서 1694t으로 더 싣고 다니라는 조건으로 복원성을 승인하는 게 정상적인가.
검사원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의 경계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봐서는 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검사 증축을 통해 아무리 복원성이 악화되더라도 극단적으로 적재화물을 줄이고 요구 평형수 양을 늘리는 방법으로 선박복원성 기준 요구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원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검사 이러한 승인 조건을 선주가 지킬 것이라 기대하는 게 현실적인가.
검사원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세월호 검사원 전씨 제1회 피의자 신문조서)

세월호 과적을 예방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한국선급이 제정한 기본기술지침서를 보면, “복원서 자료를 승인할 때 해수 평형수를 영구적으로 적재하는 등의 제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화물을 과적하고 대신 평형수를 빼내지 못하도록 평형수 탱크에 시멘트를 붓거나 철재를 고정시켜 평형수를 영구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감사원이 감사해보니 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는 평형수 탱크를 봉인해 사고 예방 조치를 단행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선급에서는 그런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한국선급이 검사한 1천t급 일반 상선 249척 가운데 액화석유가스 운반선 등 4척은 세월호처럼 평형수 탱크를 100% 채우는 조건으로 복원성 계산서가 승인됐다. 하지만 선박검사증서에는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다.

검찰 “법원 한국선급 사실조회 맹신”

검찰은 법원 판결과 한국선급을 이렇게 비판했다. “1심과 항소심은 한국선급의 사실조회 결과를 맹신했다. (하지만) 한국선급 임직원은 세월호에 대한 검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인한 많은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미리 은닉하는 등 진실 발견을 저해하는 행동을 했다. 일부 (한국선급) 직원의 편협한 해석에 따를 것이 아니라 선박검사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 해석을 해야 할 것이다.”(2015년 8월 검찰 상고이유서)

그들의  커넥션


‘압수수색’  정보  넘긴  검찰  수사관·해경 모두  ‘감형’


부산지방검찰청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은 2014년 4월24일 오전 부산 강서구에 있는 한국선급 본사 사무실과 전·현직 임원 사무실, 자택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전·현직 임원들이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선급은 이미 검찰의 압수수색을 파악하고 있었다.
압수수색 전날인 4월23일 오후 2시21분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에 파견된 수사관 최아무개(36)씨는 부산해양경찰서 정보과 소속인 이아무개(42)씨의 전화를 받았다. 최씨는 1년 전 외숙부의 소개로 이씨를 만나 매달 2~3회씩 연락하며 가깝게 지냈다. 이씨는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이 한국선급에 대해 압수수색할 예정인지, 언제, 어디를 압수수색하는지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검찰 수사관은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수사 기밀을 알려줬다. ‘부산지검 특별수사팀 4월24일 오전 10시 한국선급 압수수색 예정.’
수사 기밀을 얻은 해경은 한국선급 법무기획팀장인 원아무개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두 사람은 8개월 정도 알고 지낸 사이였다. “부산지검에서 오늘, 낼 중 선급 및 해운조합 압수수색한다는 동향, 서울~부산~포항 지역, 특수부 주관.”
이뿐 아니다. 이씨는 5월2일, 부산지검이 한국선급 임직원의 요트 탑승 내역을 확인한다는 얘기를 동료 해경 최아무개씨에게서 전해들었다. 한국선급 임직원 7명의 원거리 수상레저 활동 신고 내역과 대상자들이 승선한 요트명, 동승자 명단, 출항 일시 및 장소, 입항 일시 및 장소 등 한국선급 임직원의 비위 사실을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요청한 것이다. 이씨는 부산지검이 경찰에 보낸 수사협조의뢰 공문을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 공문은 휴대전화 카메라에 찍혀 한국선급으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이씨는 “이용실적 없는 것으로 보고!”라는 문자메시지도 덧붙였다.
부산지검은 수사관 최씨와 해경 이씨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했다. 이씨는 “문자메시지는 한국선급으로부터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한 방편”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선급 법무팀장에게 보낸 압수수색 일정이나 검찰의 협조 공문은 이미 언론 보도가 된 것이라서 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지법은 2014년 7월 최씨에게는 선고유예를, 이씨에게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해경이 한국선급에 압수수색 일정을 누설할 것이라는 사실을 수사관 최씨는 미처 몰랐다는 게 법원이 선고유예 처분을 내린 이유였다. 이씨도 2014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량이 줄었다. 정보관으로서의욕이 넘쳐 범행을 저질렀을 뿐 금품과 향응 등 다른 대가나 이익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법원이 참작했다. 또 이씨가 파면의 징계처분으로 경찰공무원의 지위를 잃게 된 것을 고려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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