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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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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고용불안…아프다…

비정규직을 생각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
등록 2015-03-19 17:27 수정 2020-05-03 09:54
은 ‘2015년 비정규직 1070명 심층 실태조사’(제1052호 참조)에서 응답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어떤 단어를 주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을 반응시키는 심리학의 ‘자유연상검사’와 비슷한 방식이다. 95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응답했다. 이들이 적은 문장 또는 단어를 1차 분류해서 총 299개 단어로 추렸다. 예를 들어 ‘임금이 적다’ ‘박봉’ ‘최저임금’ 등 비슷한 단어를 ‘저임금’이라는 1개의 단어로 통일했다.
정규직들에게도 같은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비정규직들의 ‘자기 인식’과 비교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3월6~10일 웹과 모바일 앱을 통해 설문을 진행했다. 정규직 1634명이 설문에 응답했고, 비정규직과 동일한 열쇳말로 1차 분류해 총 312개 단어를 뽑아냈다.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 표본 수가 많았으나, 단답식 응답이 많은데다 동일한 응답률이 높았다. 이 때문에 분석 대상이 된 단어의 총 개수(‘저임금’이 260회 언급됐다면 260개로 계산)는 비정규직이 2328개, 정규직이 1736개였다.
1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소장 장덕진 사회학과 교수)의 강동현 연구원이 단어 빈도 분석과 단어 간 의미 연결망 분석을 진행했다. 빈도 분석은 ‘저임금’ 등 개별 단어가 각각 몇 차례 언급됐는지를 뜻한다. 의미 연결망 분석이란, 비정규직 노동자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각각의 단어가 어떤 연결고리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따져본 것이다. 예를 들어 ‘정규직보다 일을 많이 하고 봉급이 저조한 부류’라고 응답했다면 ‘정규직-고된 노동-저임금’의 3개 단어가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총 299개 단어 중에서 10차례 이상 언급된 단어 48개를 대상으로, 한 사람이 동시에 언급한 빈도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2차 분석했다.
나아가 이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비정규직들의 심리가 어떤 상태인지를 좀더 깊이 들여다봤다. 김대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응급의학과 임상 조교수)이 1차 데이터 중에서 5차례 이상 언급된 단어(비정규직 75개, 정규직 50개)를 ‘긍정’ ‘중립’ ‘부정’ 3단계로 분류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서는 비정규직의 ‘심리적 위험도’에 적색 경고등이 켜졌음이 확인됐다. _편집자
컴퓨터그래픽/ 손정란

컴퓨터그래픽/ 손정란

단어 빈도 분석

설문 응답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단어들을 빈도(등장 횟수)에 따라 글자의 크기와 명암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글자 색깔은 김대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이 분류한 기준에 따라 긍정(파란색), 중립(노란색), 부정(빨간색) 등으로 달리 나타냈다. 정규직의 ‘단어구름’에서는 비정규직보다 파란색과 노란색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막대그래프에서도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부정적 단어 사용 비중이 10% 포인트 정도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의미 연결망 분석

원의 크기는 해당 단어가 언급된 빈도를 의미한다. 저임금(260회)·고용불안(215회) 등 여러 차례 응답이 반복돼 나온 단어는 커다란 원으로, 대물림(13회)·아프다(10회) 등 상대적 으로 적게 언급된 단어는 작은 원으로 그려졌다. 원과 원 사이에 그려진 선의 굵기는 동시 언급 횟수를 뜻한다. 즉, ‘저임금과 고용불안’(99회), ‘저임금과 차별’(80회) 사이에는 가장 굵은 파란 선이 그려져 있다. 동시 언급 빈도가 21~32회인 6개의 단어 사이에는 빨간 선, 11~20회인 22개 단어 사이에는 노란 선이 그어졌다.

이처럼 단어들의 의미 연결망을 배열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부정적 인식이 어떤 맥락으로 이어지는지를 읽을 수 있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을 떠올리며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차별’을 함께 생각한다. 여기서 다시 생각의 흐름이 ‘을’(갑을관계)과 ‘인격’(인간적인 대우)으로 뻗어나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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