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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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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복지재단이 발표한 55살 이상 고령자에게 적합한 76가지 일자리
등록 2013-08-10 09:00 수정 2020-05-03 04:27

진로 탐색은 두 번째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는 고령자에게도 꼭 거쳐 야 할 관문이다. 유망한 직종 가운데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 을 고르는 과정에는 청소년·청년기에 겪었던 고민 못지않은 고뇌가 따 르기도 한다. 더군다나 고령자는 첫 번째 직업에서 쌓은 경험·지식은 활용하면서 신체적 부담은 덜 수 있는 직종을 골라야 하니 여간 까다 로운 일이 아니다. 어떤 직종이 고령자에게 적합하고, 유망할까.
서울시복지재단이 서울시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발표한 ‘고령자 고용확산을 위한 서울시 어르신 적합직종 연구’를 보면 해답의 실마 리가 있다. 이 보고서는 지금껏 각계각층의 연구와 제언을 통해 쏟 아진 ‘고령층 유망 업종’ 가운데 만 55살 이상 고령자에게 적합한 13 개 분야의 76개 직종을 추려내고 있다. 고령자가 쉽게 시작할 수 있 을 만큼 진입 문턱은 낮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노동 강도이며, 일자 리 공급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직종들이다. 일자리를 두고 청 년 세대와 크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직종이란 점도 고려됐다.
<font size="3">비숙련·비전문직은 이제 그만</font>
이 연구는 지금까지 고령자가 재취업한 직종이 대부분 비전문·비 숙련의 육체노동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실 제 지난해 서울시고령자취업알선센터를 통해 취업한 7716명의 고령 자 가운데 70%가 환경미화직·시설관리경비직·배달직·단순노무직 등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제안하는 ‘고령자 적 합 직종’에는 고령자가 주로 취업하는 단순 육체노동 분야 외에도, 고 령자의 연륜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틈새 직종과 선진국에서 고령자 일자리로 각광받는 유망 직종을 함께 담고 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정년퇴직한 박태흠(61)씨는 지난 6월부터 서울 시 관악구 구암경로당에서 <font color="#C21A1A">경로당코디네이터</font>로 일하고 있다. 마을 어 르신과 맷돌 체조도 하고, 텃밭도 함께 가꾼다. 경로당 시설을 꼼꼼히 살펴 보수해야 할 곳이 있으면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알리기도 한다. 한 달 60시간을 일하는데 활동비로 40만원가량을 받는다. “젊은 시 니어들은 노인복지관에 스스로 찾아가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경로당 에 오시는 어르신은 75~85살이라 마냥 적적해만 한다. 처음에는 그 분들을 위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경로당 어르신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일들이 하나씩 보인다.”
경로당코디네이터는 마을의 사랑방인 경로당에 파견돼 고령자의 여가·복지 생활을 풍성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고 령자의 선호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고령자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다. 현재 전국에 6만2천 개의 경로당이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들이 경로당을 마을의 여가·복지 중심지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어 경로당코디네이터 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보도블록을 수시로 점검하고 즉 시 보수하는 <font color="#C21A1A">보도파수꾼</font>과 경찰관·공무원을 도와 치안 상태를 살피 는 <font color="#C21A1A">향토보안관</font>, 주민들의 필요를 모으고 연대를 독려하는 <font color="#C21A1A">마을활동가</font>도 마을에 오래 터 잡은 고령자에게 어울리는 직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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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3">노인 임종·층간소음 관리도 유망 </font>

‘노노 케어’ 분야도 고령자 일자리로 전망이 밝다. <font color="#C21A1A">노인운동치료 전문가</font>는 체육·보건·의료 분야 출신인 고령자가 또래 고령자에게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종이다. 노인건강트레이너나 운동치료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서울시가 독거노인 운동처방·사후관리를 위 해 올해 노인운동치료 전문가 교육과정을 개설한 뒤 2014년 500명, 2015년 1천 명을 양성하기로 한 덕에 지원자가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길도 열렸다. 삶을 품위 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font color="#C21A1A">웰다잉관리사</font>도 서울시의 ‘독거노인 임종관리사’ 도입 계획에 따라 인력 수 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직종이다. 죽음에 대한 이해, 임종 체 험,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방법 등에 관한 8주 안팎의 전문교육 과 정을 이수하면 민간 자격증이 주어진다. 다양한 장기요양시설·복지 용구에 대해 고령자에게 안내해주는 <font color="#C21A1A">요양서비스코디네이터</font>와 고령 자가 자신의 욕구에 맞게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font color="#C21A1A">개인여가컨설턴트</font>도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일본 등에선 고령 자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주거·환경 분야에서도 고령자가 할 일이 많다. 그중 <font color="#C21A1A">층간소음관리사</font>가 떠오르는 직종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까닭이다. 지자체에서 이 문제만 담당하는 전담팀을 구성해 대응하고는 있지만, 인력이 공동주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 한 만큼 민간 층간소음관리사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층간소음에 대한 이론과 층간소음 측정기 다루는 법 등에 관한 필기·실기 시험 을 치르면 민간 자격증을 딸 수 있다. <font color="#C21A1A">복지주거환경코디네이터</font>도 국 내에선 낯설어도 일본 등에선 인기 있는 고령자 일자리다. 고령자나 장애인 같은 주거취약 가구를 방문해 바닥 턱을 제거하고 싱크대 높 이를 낮추는 등 주택 내부의 불편함을 제거하는 과정을 도맡아 하게 된다.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다면 <font color="#C21A1A">문화재해설가</font>에 도전해볼 수도 있 다. 관광객이 낯선 문화유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역의 문화 와 자연환경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가며 해설해주는 게 이들의 일 이다. 다만 별도의 양성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 콘서트·뮤지컬·연 극 등 공연에 대해 설명하는 <font color="#C21A1A">공연해설사</font>나 화랑·박물관에서 전시물 을 안내하는 도슨트에는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지원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 전시장에서 도슨트로 일하는 이영숙(66)씨의 사례를 보자. “처음엔 도슨트라는 말조차 낯설었다. 그러나 심화교육을 받고 이 일을 시작한 뒤에는 나처럼 미술을 어려 워하던 어르신들이 조금씩 문화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부 심을 느끼고 있다. ‘장모님이 미술관에 다니며 일하는 게 자랑스럽다’ 는 사위의 말을 들었을 때 스스로 대견했다.”

반려동물 산업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직종도 유망하다. 현재 반 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민간 교육기관에서 익히면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이 주어진다. 그러나 이보다는 반려동물의 장례절차를 주관하는 <font color="#C21A1A">반려동물장의사</font>가 희소성이 있다. 동물권에 대 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처럼 동물학대 방지 업무를 수행하는 <font color="#C21A1A">반려동물학대감시원</font>도 인력 수요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font size="3">“재미에 수입까지 있으니 뭘 바라겠나” </font>

<font color="#C21A1A">도시민박운영자</font>는 창업을 원하는 고령자가 고려해볼 만하다. 빈 방을 깔끔하게 수리한 뒤 외국인 관광객에게 빌려주면 된다. 서울시 도 외국인 전용 도시민박 활성화를 위해 신규 창업자에게는 외국어 동시통역 서비스와 일부 간판 제작비를 제공할 계획이다.

2년 전 출판사에서 퇴직한 안철(57)씨는 지난 4월부터 아파트의 방 4개 중 2개를 외국인 관광객에게 내놓고 있다. 평소 꿈꾸던 게스트하 우스를 열기 전에 ‘빈방 공유’로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특별한 리모 델링 없이 침대만 새로 들여놓았고, 관광객을 위한 아침 식사는 어머 니가 담당하고 있다. “지난 4개월간 12명이 다녀갔다. 10월까지 예약 이 다 찼다. 아직까지는 1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렸지만, 소문이 나면 더 늘어날 것 같다. 무엇보다 지구촌 사람들과 친구로 지내는 즐거움 이 크다. 재미에 수입까지 있으니 뭘 더 바라겠나?”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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