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보수신문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재벌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마다 등장하던 경제 악영향 등의 뻔한 레퍼토리도 일절 없다. 오히려 ‘오보’를 넘나드는 무차별 보도에 앞장선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이 수사 지휘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또 다른 관계자는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종합편성채널이 케이블방송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CJ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자 ‘오보’를 넘나드는 보도 전쟁에 나서고 있다. CJ 검찰 수사 상황을 보도하는 종편. 채널A 화면 갈무리
채널A는 5월23일 “CJ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경영연구소에서 남성들이 서류박스를 들고 나와 차에 싣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단독 입수했다”며 “CJ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대비해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이라고 특종 보도했다. 6월6일치 27면 칼럼 ‘오늘과 내일’에서는 이기홍 사회부장이 채널A의 특종기 ‘CJ 회장 옆집 장충동 경비원’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CCTV 화면에 나오는 사람은 통신망을 관리하는 외주업체 ‘넷티어시스템즈’의 백아무개 대리로 드러났다. 그가 옮긴 박스는 통신망 계측기였다. 그런데도채널A는 CCTV 자료화면을 계속 ‘증거인멸 정황’이라고 사용한다.
는 5월27일치 1면에 “CJ그룹이 2009년 오리온그룹의 케이블방송 회사였던 ‘온미디어’를 산 뒤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당시 정권 실세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김성수(51) 전 CJ E&M 대표를 검찰이 10여 차례 소환조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도 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소환한 적 없다”고 밝혔다.
광고
조·중·동과 종편, CJ는 ‘특수관계’다. ‘케이블 공룡’ CJ는 종편과 콘텐츠·광고 경쟁을 벌이는 경쟁자다. 평균 1%대 안팎의 시청률과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는 종편에 CJ 계열 채널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JTBC·TV조선·채널A·MBN 종편 채널 4사의 2012년 당기순손실은 총 2760억원에 달한다. 매각을 둘러싼 CJ와 종편의 기싸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J는 다양한 콘텐츠의 케이블방송 18개를 소유하고 있지만 보도 채널은 없다. 보도 부문만 확보하면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에 CJ가 종편을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줄곧 떠돌았다. 이 때문에 종편들의 최근 움직임은 향후 거래에서 손익계산을 염두에 두고 종편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힌 CJ는 납작 엎드렸다. 5월29일 첫 방송을 하루 앞두고 시사 프로그램 을 전격 취소했다. 5월23일 제작발표회를 열고 진행을 맡은 최일구 앵커가 소회와 향후 계획까지 밝힌 상황이라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목받았던 정치풍자 프로그램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전 로 바뀜)도 검찰 수사 직후 방송되지 못했다.
CJ의 성장세가 크게 휘청거릴 것6월3일 이재현 CJ 회장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전 직원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경기 불황으로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흉흉해진 분위기로 그룹이 자칫 최악의 위기를 맞을까봐 이 회장이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CJ는 1993년 삼성에서 갈라져나온 이후 15배가 넘는 급성장을 해오며 지난 몇 년간 최대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종착점을 예단할 수 없는 검찰 수사와 ‘보도 전쟁’으로 CJ의 성장세가 크게 휘청거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체포영장 협조’ 경호처 직원 해임…김성훈 인사보복 이제 시작일까
탄핵심판 선고 20~21일 예상…윤석열은 왜 ‘승복’ 언급 않나 [뉴스뷰리핑]
[단독] 경호처, 윤석열 체포저지 반대한 간부 ‘해임’ 의결
민감국가 지정, 미국이 ‘북한과 동급’ 삼아도… [그림판]
건대입구 한복판서 20대 남녀 10여명 새벽 패싸움
의대교수들 “의사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 원해”…복귀 거부 전공의 질타 [전문]
“나인가 병 걸린 나경원, 이재명 비난해 극우에게 인정받을 착각”
조갑제 “탄핵 승복은 가해자 윤석열 몫…이재명이 계엄 선포했나”
내란이 깨운 ‘극우 880만명’…그들은 민주주의 자체를 싫어한다
김수현 여파 MBC 예능 ‘굿데이’ “촬영분, 최대한 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