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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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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연연 말고 ‘짧되 꾸준히’ 모아라

저금리 시대에 안전하게 돈 불리는 9가지 비결… 무리한 재테크는 금물, 소비 효용 높이고 저축 습관 바꾸길
등록 2013-05-24 21:23 수정 2020-05-03 04:27

저금리 시대는 가계에 기회이자 위기다. 빚을 진 가계가 이자 상환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게 해주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대가도 따른다. 젊은 세대는 미래의 소비에 대비해 자산을 축적하기 힘들고, 은퇴 생활자들은 이자소득으로 노후를 버티기 어려워진다. 가계가 저금리 시대의 기회는 십분 활용하고 위기는 무사히 넘길 수 있는 방법 9가지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꼽아봤다.

사상 처음으로 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진 요즘, 저축액을 무작정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작은 이자율 차이에 연연하지 말고 가계 형편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권한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사상 처음으로 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진 요즘, 저축액을 무작정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작은 이자율 차이에 연연하지 말고 가계 형편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권한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① ‘마이너스 금리’ 강박감 버려라

‘실질금리 마이너스’. 저금리 시대를 마주한 가계가 공포감부터 갖게 만드는 말이다. 예·적금을 붓더라도 물가상승분을 빼고 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가 담긴 까닭이다. 이러한 불안에 사로잡힌 가계는 투자수익률로 자산 감소의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재테크에 매달리게 되고, 그나마도 사정이 안 되면 아예 저축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물가상승은 애초에 개인이 투자로 헤지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저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첫 대처법이다. 노동자라면 임금상승률에 대체로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의 임금협상력이 감소해 임금상승률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다. 나 홀로 무작정 잠재적인 물가상승 위험을 상쇄하려 하다간 원금마저 까먹고 ‘자산·소득 마이너스’라는 실질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② 좋아하는 일에 돈 쓰되 빚내지 말라

저축에 대한 압박감에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맬 필요는 없다. 소비 욕구를 억지로 통제하면 삶의 행복지수가 떨어진다. 돈을 쓰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돈을 더 쓰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에는 돈을 덜 써 전체적으로 소비 효용을 높이는 것이다. 다만 소비를 위해 빚을 내는 건 절대 금물이다.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빚에 대한 감각도 둔해지기 마련이지만, 가계는 이미 감당 못할 만큼 빚을 지고 있다.

③ 작은 금리 차이에 일희일비 말라

저축상품을 고를 때 작은 금리 차이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금리가 낮아지면 0.1~0.2%포인트 금리 차이도 커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빤한 월수입에서 주거비·교육비·생활비 등을 떼고 나면 매달 저축할 수 있는 돈은 많지 않다. 당연히 이자가 주는 효용도 크지 않다. 매달 50만원씩 연 3%의 1년짜리 적금에 넣었다고 해보자. 만기 때 이자소득세(15.4%)를 제외하면 이자로 8만2천원이 붙는다. 만약 연 2.5% 상품이라면 이자는 6만8천원 정도다. 이자율이 연 0.5%포인트나 벌어지지만 정작 이자 수입 차이는 1년에 1만4천원에 불과하다. 거칠게 말하면 저축 규모가 크지 않을 경우 장롱에 돈을 묻어두더라도 큰 상관은 없다. 중요한 건 돈을 꾸준히 모아나간다는 사실이다. 애초부터 저축의 목적은 이자 수입이 아니라 목돈 마련에 있다.

④ 이자까지 저축해 복리효과 누려라

예·적금으로도 얼마든지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복리효과는 원리금이 작더라도 장기적으로 저축하면 이자에 이자가 붙어 목돈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뜻한다. 금융회사들이 고객에게 1~3년짜리 예·적금 대신 7년 이상의 장기 저축성 보험 등을 권하면서 힘주어 말하는 게 이 복리효과다. 그러나 보험사가 관리 수수료 등 사업비 명목으로 전체 보험금에서 최대 10%를 떼가고 나면 복리효과는커녕 원금 손실을 보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 개인이 예·적금으로 복리 저축을 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저축 습관만 바꾸면 된다. 30만원씩 연 3.5%의 2년짜리 적금에 든다고 치자. 만기 때 받는 금액은 742만원 정도다. 그러나 대부분은 여기에서 42만원을 뺀 700만원을 다시 예·적금에 넣는다. 이자로 받은 22만원은 물론, 원금에서도 20만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작은 단위의 돈까지 고스란히 다시 저축을 시작한다면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떼이지 않고도 어느 정도는 복리의 마술을 부릴 수 있다.

⑤ 돈 들어갈 일 많으면 장기 저축은 금물

장기 저축이 목돈 마련의 정답은 아니다. 대부분 가계에는 전세금이나 자녀 교육비로 2~3년마다 큰돈 들어갈 일이 생긴다. 7년을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주는 재형저축 같은 장기 저축상품에 돈이 묶여 있다면, 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통장으로 빚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이때 은행에 물어야 하는 대출이자는 저축에서 거둬들이는 예금이자보다 많으니 가계에는 오히려 손해다. 한창 돈 들어갈 일이 많은 가계라면 금리가 조금 낮더라도 만기가 1~2년인 저축상품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⑥ 초보는 6개월짜리 단기 상품부터

저축 초보라면 6개월짜리 단기 상품부터 가입해보는 것도 좋은 출발이다. 저축 습관을 들이기에 저축이 주는 효용을 경험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금액이 적어도 상관없다. 5만원도 좋고 10만원도 좋다. 처음부터 큰 금액을 목표로 잡으면 중간에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겼을 때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10만원씩 6개월 동안 돈을 모아 60만원의 적금을 타면 한 번쯤은 꼭 갖고 싶던 물건을 사거나 여행을 떠나 저축의 기쁨을 만끽하자. 월급에서 떼내거나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했을 때와는 다른 만족감이 느껴질 것이다.

⑦ 세테크 효과는 무시하라

비과세 상품에 지나치게 목매지는 말자. 저축액이 많지 않으면 ‘세테크’ 효과도 무시할 정도의 수준이다. 연 3% 이자로 매월 40만원씩 1년간 저축을 한다고 가정하자. 비과세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1년에 1만2천원 정도 이자를 더 챙길 수 있다. 비과세 상품을 찾기 위해 며칠 동안 발품·마우스품을 팔며 스트레스를 받은 대가치고는 많지 않은 금액이다.

⑧ 은퇴생활자는 과감히 원금을 깨라

은퇴생활자라면 생활비로는 과감하게 원금을 까먹자. 저금리 시대에 원금은 지키고 이자수입으로만 생활을 하겠다며 투자에 나섰다가 불행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생각만 버리면 상당수 가계는 모아둔 돈으로 기본적인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 65살의 은퇴생활자가 있다. 부동산·금융자산을 합쳐 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85살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다달이 200만원씩 쓸 수 있는 돈이다. 국민연금을 꾸준히 냈다고 하면 가용한 한 달 생활비는 더 늘어난다. 물론 원금을 까먹으면서 살려면 현금 흐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거주하는 집을 제외하고 실물자산을 처분해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좋다. 거주하는 집이 전 재산이라면 주택연금으로 다달이 생활비를 융통하는 것도 방법이다.

⑨ 고수익 미끼상품은 가볍게 패스하라

‘연 8% 확정 수익’이라는 부동산 투자 광고나 ‘단기간 2배 수익’이라는 주식 투자 광고는 가볍게 무시하자.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감안하더라도 연 4~5%의 수익이 나는 알짜 부동산을 건설사가 투자자에게 거저 안길 이유는 없다. 증권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저금리 시대는 저성장 경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만큼 웬만한 자산 가치도 예전처럼 껑충 뛸 가능성이 낮다. 그러니 고수익을 좇아 재테크 공부에 열중하는 것보다 능력을 키워 은퇴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자기계발에 힘쓰는 게 오히려 남는 장사일 수도 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도움말 :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박종호 에듀머니 본부장, 박미정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생활경제상담센터장 , 박창모 자산관리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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