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의 대표적 논객으로 불리는 전원책 변호사. 논리와 콘텐츠, 정교한 수사를 동원해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강하고 날선 언어로 상대를 자극하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 이런 그를 정통 논객이라 부르긴 어려울 것이다. MBC 화면 갈무리
좌파나 자유주의 진영에서 ‘토론의 고수’로 꼽히는 논객은 많다. 정당·법조·언론·문화·학계 등 활동 분야도 다양하다. 반면 우파는 논객의 절대적인 수가 적을 뿐 아니라, 분야 역시 법조·언론·학계 정도로 제한돼 있다. 그나마 대중에게 ‘토론 잘한다’고 인정받는 경우는 전원책 변호사와 김진 논설위원 정도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해선 ‘정통 논객보다는 정치적 이데올로그에 가깝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논리와 콘텐츠, 정교한 수사를 갖추고서 상대를 압도·설득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 강하고 날선 언어로 상대를 자극하거나 현안에 대한 진영의 논리를 단순화해 전파하는 데서 상대적 강점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크고 작은 설화에 휘말리는 일도 잦다. 전 변호사가 지난 5월 ‘종북 세력’을 주제로 한 지상파 토론회에서 ‘김정일·김정은 개새끼’ 발언으로 ‘퇴출 위기’에 몰린 것도 그 예다. 이쯤에서 묻게 된다. 대체 한국 우파에는 왜 ‘토론 달인’이 드문 걸까.
“논증과 토론보다 정념과 감성을 중시해온 우파의 문화적 전통과 관련돼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의 진단이다. 이 교수가 볼 때, 우파는 전통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우파가 중시하는 ‘전통’과 ‘질서’라는 가치는 논증 자체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좌파는 전통의 가치에 의문을 품고 현존 질서의 보수성을 심판대에 올린다. 말과 논리가 예리해질 수밖에 없다. 문화평론가 정윤수씨 생각도 비슷하다. “주류 세력은 토론할 필요가 없다. 지배관계가 고착되면 내부에서 작동하는 것은 명령체계와 위계질서다. 지시와 관습만 따르면 되는데, 귀찮게 왜 소통하고 토론하나.”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한국의 우파가 성장해온 역사적 배경에 주목한다. “그들이 기댈 수 있는 모델이 박정희밖에 없다. 일사불란한 동원명령 체제인 박정희 모델에 토론과 논쟁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어디 있나.”
담론 싸움에서 보여주는 우파의 취약함은 태생적·역사적 배경만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좌파 논객들은 토론과 논쟁에 익숙해질 기회가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실제 이념과 명분을 중시하는 좌파와 리버럴에게 운동의 역사는 사상·노선 투쟁의 역사였다. 1980년대 급진주의 이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뒤 이 추세는 한층 강화됐다. 과학생회나 동아리 같은 학생 자치조직의 하부 단위까지 각종 공개·비공개 학습조직이 꾸려졌는데, 토론과 논쟁은 이 안에서 일상적 활동이었다.
우파 논객의 주류가 학계나 법조계, 저널리스트 출신이란 점은 그래서 시사적이다. 좌파와 리버럴이 일찍부터 누린 야전 체험을, 대학원 세미나와 법정 심리 같은 제도권의 정규 학습 공간을 통해 뒤늦게 축적한 셈이다. 토론의 테크닉이나 순간적 임기응변 능력에서 우파 논객들이 상대적으로 처지는 것은 학습 과정의 이런 차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논변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사고의 합리성 면에서 대부분의 우파가 좌파나 리버럴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데 주목하는 것 같다. 11월 초 진 교수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애초에 어느 편에 설 건지, 최초의 결정이 중요해요. ‘판단력’의 문제일 뿐, 말재주는 사실 부차적인 겁니다.” 말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도 잘못된 입장을 옹호해서는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덧붙인다. “토론은 무협지가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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