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동차 내비게이션과도 끊임없이 대화하는 존재, 펭귄 뽀로로와 악어 크롱이 함께 살 수 없다는 논증으로 꼬마아이까지 이겨먹는 존재로 그려지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변했다. ‘변신 진중권’은 한층 더 강해졌다.
한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 관계자는 “적절한 다른 표현이 없어서 그냥 말한다. 깐죽거리는 게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트위터에서는 여전히 그런 모습이 보이기는 하지만 오프라인 토론에 나와서는 참을성이 늘었다는 것이다. “토론의 관건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자세에 있다. 진중권이 이런 점에서 많이 바뀌었다.”
실제 11월9일 방송된 SBS 에서 진중권은 예의 현란한 비유로 상대방의 논리가 스스로 충돌해 붕괴하는 지점을 계속 들춰내면서도, ‘제도권 토론 방식’에서 뾰족하게 돌출되는 불편한 그 무엇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단일화 룰은 그만 얘기했으면 한다. 지들끼리 하라고 해라” “이인제는 별명이 피닉제다. 죽지 않아서…. 정치적으로 무덤에 묻힌 분들을 강시로 만들어버렸다” 같은 아슬아슬한 표현은 가끔 있었지만.
이진로 영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전문위원)는 진중권의 강점과 약점을 이렇게 분석한다. “토론을 논리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대 논리를 누르고 자기 논리를 우위로 만드는 데 진중권 스타일은 확실히 강점이 있다. 하지만 결과까지 선호받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토론의 기술을 보여주지만 토론의 결과인 합의 창출까지 갔는지는 회의적이다. 진중권 스타일이 상대방의 마음까지 얻는 토론이라고는 볼 수 없다. 보고 나서 썩 유쾌하다고 할 수는 없다.”
진중권은 이 끝난 뒤 이날도 급격한 흥분 상태를 3~4번 오르내린 전원책 변호사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전 변호사의 오른쪽 팔을 친근하게 두 번 때리기까지 했다.
마음까지 오고 가는 밋밋한 사랑방 좌담회는 진중권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일단 이기고 보는 레토릭이다. 이기기 위한 ‘참을성’까지 새로 장착했다는 진중권과 겨루려면 변희재( 대표)는 도대체 몇 명을 이기고 올라와야 하는 건지.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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