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보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술잔만 돌려도 B형간염에 전염될 수 있다는 그릇된 상식이 대표적이다. 집단생활이나 모유수유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도 그렇다. B형간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Q&A 형식으로 풀어봤다.
전체 인구의 3~4% B형간염 보유자
Q: B형간염 보유자는 얼마나?
A: 한국에서 가장 많은 간염으로 전체 인구의 약 3∼4%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실제로 만성 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4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해마다 2만여 명이 간질환으로 사망하는데, 그중 만성 B형간염이 차지하는 비율은 50∼70% 정도다. 예방접종과 항바이러스제 덕분에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Q: B형간염 보유자와 어울리면 옮는가?
A: B형간염 바이러스는 신체 접촉으로 전염되지 않는다. 가벼운 포옹, 입맞춤, 식사를 같이 하는 일상 사회생활에서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혈액이나 체액에 의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B형간염 보유자인 어머니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수직 감염되는 게 대표적이다. 현재는 수직감염에 노출된 신생아에게도 12시간 안에 면역글로불린 등을 무료로 접종하면 95%까지 전염을 예방할 수 있다. B형간염 보유자와 성관계를 맺거나 수혈을 받아도 감염될 수 있지만 자신이 간염 항체가 형성돼 있으면 문제없다. 따라서 B형간염 보유자의 가족은 예방접종을 해 면역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Q: 술잔만 돌려도 간염에 걸린다는 오해는 왜 생겼나?
A: A형간염과 B형·C형 간염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A형간염은 2009년 1만5천 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정도로 발병률이 높고 장티푸스나 콜레라처럼 입으로 옮는다. 오염된 음식이나 음료수로 전염되고, 간염 환자의 침과 대변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당연히 단체생활을 하면 감염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A형간염 바이러스는 급성에 걸려 한 번 앓고 나면 항체가 생겨 재발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거의 아무런 증상 없이 자연 치유되는 게 일반적이다.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B형·C형 간염 바이러스는 6개월 이상 바이러스가 지속하는 만성화 가능성이 있다. 간이 굳어지는 간경변증 환자의 70∼80%는 B형간염 바이러스로, 10∼15%는 C형간염 바이러스로 발생한다. A·B·C형 간염의 특징이 뒤엉켜 그릇된 공포를 낳은 셈이다.
Q: 모든 B형간염 보유자가 만성화되는가?
A: 언제 걸렸느냐가 중요하다. 신생아 때 감염된 경우 약 70∼9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지만, 어린이일 때는 25∼50%, 성인이 됐을 때는 10% 정도로 만성화가 줄어든다. 외국 교과서에는 간염 환자의 약 30%가 간경변으로 이어진다고 돼 있지만, 한국은 60%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20년간 B형간염 환자 1500명을 대상으로 장기 추적해 얻는 결과다. 하지만 이는 항바이러스 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한 과거 환자의 사례다. 요즘은 병의 진행 과정이 눈에 띄게 늦춰지고 있다.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의 70~80%는 B형간염 바이러스로 발생한다. 10~15%는 C형간염 바이러스로 감염되고, 나머지는 알코올 과다 섭취와 그 외 여러 질환 탓이다. 하지만 B형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술잔 돌리기' 등 일상생활의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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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면역세포 팽팽하면 만성화
Q: 만성 B형간염은 어떻게 발생하는가?A: 바이러스 증식 상태에 따라 증식기와 비증식기로 나뉜다. B형간염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이 처음에는 ‘관용’을 베푼다. 그냥 맘대로 간세포 안에서 바이러스가 자라도록 내버려두는 거다. 신생아 때 감염되면 15∼30년 동안은 이런 상태가 유지된다.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B형간염 바이러스 건강 보유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떤 시점을 계기로 몸이 갑자기 정신을 차리게 된다.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와 전쟁을 시작하는 거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가 파괴되고 그 안에 있던 간 효소(GOT·GPT)들이 혈액으로 흘러나온다. 간 수치가 올라가고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 면역세포가 승리하면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않는 비증식기 단계로 돌입한다. 전염성과 간염의 활성도가 약해지고 간 수치도 정상으로 내려온다. 하지만 바이러스와 면역세포의 실력이 엇비슷하면 지루한 싸움이 이어진다. 만성 B형간염이 발생한 거다. 고래 싸움에 낀 간은 자꾸만 파괴되고 흉터가 생겨 결국 간경변증, 간암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Q: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의 진행을 막으려면?A: 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간 손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 중 본인이 감염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약 25%에 그친다. 대부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후회한다.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 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간경변증을 거치지 않고도 만성 간염에서 간암이 발생할 수 있다. 6개월에 한 번씩 추적관찰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Q: B형간염에 걸리면?A: 치료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간 기능 회복제를 복용하며 기다린다. 간이 워낙 회복 기능이 뛰어나니까. 간 수치가 높지 않으면 그나마 약도 안 쓸 수 있다. 둘째, 인터페론 치료다. 방법은 인터페론을 매일 500만 단위 또는 일주일에 3회로 1천만 단위씩 4개월간 근육주사 또는 피하주사하는 거다. 유명한 치료지만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에게는 그렇게 효과가 썩 좋지 않다. 장기간 투여하면 피로감, 메스꺼움, 발열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항바이러스 치료다. 각각의 효과와 부작용, 장기간 사용에 따른 약제 내성(저항성)의 발생, 투약 중단 뒤 재발 가능성 등 특성이 서로 달라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Q: 치료할 때 주의할 점은?A: 민간요법이다. 인진쑥, 영지버섯, 돌미나리, 고사리, 민들레즙 등등. 잘못 복용하면 갑작스럽게 간 기능이 나빠진다. 실제로 해병대 부사관이 동료들과 영지버섯을 따먹고 급성 간 기능 부전에 빠져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하고, 세계적인 건강식품회사의 제품을 무더기로 복용하다가 독성 간염을 심하게 앓아 입원한 사례도 있다.
영양 균형 잡힌 식사면 충분해Q: 일상생활은 문제없나?A: 일반적인 식사나 적절한 운동 등 일상생활에서의 제한은 없다. 단백질·탄수화물·지방 등 영양소의 균형이 잘 잡힌 식사를 하면 충분하다. 약을 처방받을 때는 간염 환자라고 밝혀 약물의 오·남용을 피해야 한다. 당연히 식기를 따로 쓰거나 소독할 필요도 없고 집단생활에도 문제없다. 악수, 기침, 재채기, 대화, 수영 등 일상적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출산한 뒤 예방 조처를 적절히 시행한 경우에는 모유수유도 대체로 안전하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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