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적었다. 그러고는 “사인값 해주셔야 합니다”라며 빙긋 웃었다. 3월27일 오전 부산 사상구 괘법동 산업용품유통단지에 노란색 점퍼를 입은 문 후보가 나타나자 사인 요청이 빗발쳤다. 책 을 들고 온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공구상가의 젊은 남성 직원들은 “팬입니다~” “계속 힘내서 꼭 좀 바꿔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여기가 문제가 아니라 대선이 문제죠. 파이팅~”이라고 응원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 2월20~21일 사상에서 느꼈던 ‘문풍’은 한층 기세를 더한 느낌이었다.
오전엔 사상, 오후엔 PK
최두진(49·공구점 사장)씨는 열을 올렸다. “MB와 박근혜는 한 족속입니다. 당 이름만 바꿨지, 바뀐 게 뭐가 있습니까? 옷만 바꿔입었다고 바뀐 게 아닙니다. 서민경제를 파탄시킨 이들에 대한 심판론으로 가야 합니다.” 최씨는 “정권이 바뀌려면 부산에서 확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들의 관심은 이미 대선에 닿아 있었다. 그를 만나러 엄궁동에서 찾아왔다는 안성수(44·자영업)씨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상대가 돼야 게임이 되죠. 국회의원은 당연히 됩니다. 대선이 문제인데, 낙동강 벨트에서 동반 당선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박근혜랑 한판 붙어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이금식(70·경비원)씨는 “새누리당이 후보를 잘못 붙여놨다. 너무 나이가 적고…”라며 “당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찍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한나라당 골수”라고 밝힌 이상철씨(63·사상구 학장동)씨는 “우째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기 뭐, 찍을 수도 없고 안 찍을 수도 없고…. 다들 열 받아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은 ‘27살 여성 후보’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지만, 그렇다고 찍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닌 듯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문 후보와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실제로는 다소 좁혀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문 후보는 사상에 불고 있는 바람을 낙동강 벨트로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른 지역구 주민들과 마주치면 야권 단일후보 이름을 소개하며 “도와주십시오. 많이 안 바랍니다. 4석만 해주십시오”라고 말한다. 3월28일 기자와 만난 문 후보는 “이번 선거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이명박 정권, 당 이름을 바꿨지만 민생을 파탄 낸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하고, 부산으로 보면 새누리당의 정치권력 독점을 무너뜨려야 한다. 이 두 가지가 만나야 하고, 낙동강 벨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29일 이후로는 ‘오전엔 사상, 오후엔 PK’식으로 돌아다니는 날이 많아졌다. 참모들은 “몸이 열두 쪽 나게 생겼다”고 한숨을 쉬지만, 그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가 안고 있는, 그리고 넘어야 할 ‘리스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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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선 “한명숙당 싫다” 소리 들려
우선은 ‘한명숙 리스크’다.
3월28일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야권공동선대위를 꾸린 뒤 첫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다. 그러나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 지역 야권공동선대위 출범식에 부산 지역 민주당 후보들은 대거 불참했다. 전날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부산 방문 때 새누리당 후보들이 몰려온 것과는 딴판이었다. 민주당 후보들은 지도부 방문 전날 부산선대위 발족식 행사를 했기 때문에 굳이 또 갈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를 댔지만, 내심은 “한명숙 대표가 오는 게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상에서 낙동강 벨트 전역으로 바람이 막 불어나가려는 찰나, 중앙당의 ‘헛발질’로 바람길이 막혔다는 불만이다.
“새누리당은 조직이 결집하고 있다. 우리는 조직이 없는 부산에서 바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중앙당의 공천 직격탄을 맞았다.”(문재인 캠프의 한 참모) 공천과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터져나온 잡음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추락했는데, 조직세가 약한 부산 지역은 추락 폭이 더 컸다는 얘기다. 공천 과정에서 “친노가 독식했다”는 평가가 나온 데 대한 ‘억울함’도 내비쳤다. “부산·경남(PK) 지역 공천을 제일 먼저 발표해 마치 친노가 다 해먹는 것처럼 비쳤다. 수도권 112개 선거구에서 친노 인사는 9명밖에 안 된다. PK 지역에 나선 친노는 총알받이인데, 우리가 욕을 먹고 피해를 뒤집어쓴다.”
사상은 그나마 문 후보의 ‘개인기’로 당 지지율 추락의 여파를 피해가고 있지만, 낙동강 벨트의 다른 지역에 끼치는 파장은 예상보다 크다고 후보들은 말했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논란으로 노인정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바뀐 일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경수 후보(경남 김해을) 캠프의 관계자는 “초반 분위기는 괜찮았는데, 요즘은 ‘한명숙당 싫다’ ‘민주당이 하는 짓을 보면 표 주기 싫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있다”며 “예전에는 한명숙 대표에 대한 호응이 좋았는데, 지금은 썰렁하다”고 말했다. 엄궁동 주민 안성수씨는 “지금까지는 정당투표 때 민주당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통합진보당을 찍으려 한다. 공천받은 사람들 가운데 김진표 의원 같은 ‘X맨’이 많다. 민주당은 더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낙동강 벨트 지역 사정에 밝은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낙동강에 새누리당이 동력선을 띄웠다면, 민주당은 돛단배를 띄우고 노를 젓고 있는데 바람이 불기는커녕…”이라고 말했다.
PK 지역 선거를 총괄하는 문재인 후보는 3월 들어 두 차례나 서울에 다녀왔다. 공천 난맥상을 둘러싸고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이 탈당 의사까지 밝히는 등 한명숙 대표와 갈등을 빚자 3월8일 급히 상경해 수습에 나섰고, 3월22일에는 서울 관악을 야권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쪽의 여론조사 조작 논란으로 야권 연대가 파국 위기에 처하자 이정희 대표를 직접 만나 사퇴를 설득했다. 대선주자라는 입지 때문에 주어진 역할로 볼 수도 있지만, 한명숙 대표가 치고 있는 사고를 수습하는 셈이다. 문 후보 쪽은 “낙동강 벨트에 집중해야 하는데, 중앙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PK 지역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위급 상황에서 당의 SOS(구조) 요청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만 왔다 가면 지역 공기 바뀌어
그러나 문 후보가 시시각각 접하고 있는 가장 큰 부담은 역시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이다.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자신의 당선은 물론 ‘PK발 정치혁명’을 이루려면 ‘미래 권력’을 자임하는 박 위원장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부산에서 ‘박근혜의 힘’은 여전히 견고해 보였다. 3월27일 오후 3시 박 위원장이 부산 진구을 지역에 위치한 개금동 골목시장에 나타나자 미리 모여 있던 주민 300여 명은 일제히 “박근혜”를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태극기를 흔드는 주민도 있었다. 한 주민은 “실물을 보니 사진하고 똑같데예”라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심경주(48·부산 서면)씨는 “부산이 많이 변했다. 일방적으로 한쪽에 몰아주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약진을 점치면서도, “문재인씨는 대통령으론 어렵지 않나 싶다. 여기는 완전히 박근혜 대세론”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권종태(부산 북구)씨는 “박근혜가 오늘 온다니까 저기 강서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50~60대들이 다 장사 접고 보러 갔다고 하더라. 다들 그래 보려고 기를 쓴다”고 말했다. 이날, 3월 들어 세 번째 부산을 찾은 박 위원장은 부산시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표에 따라 말을 바꾸고 약속을 뒤집는 야당과 한번 한 약속은 목숨 걸고 실천하는 새누리당 중 누가 승리해야 국민이 편안하겠는가”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당, 믿을 수 있는 정당, 약속을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은 우리 새누리당뿐”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바람 대 바람’의 대결에서 박 위원장이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불었던 문 후보의 ‘동남풍’을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다고 말한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문재인 바람을 너무 일찍 띄웠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 강정마을 이슈로 새누리당 지지층의 위기의식을 불러왔다”며 “문재인 바람은 사상을 제외하면 별 영향이 없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하면 그때마다 지역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대선주자 문재인’의 영향력은 서울에서 느끼는 것과는 좀 달랐다. 사상구를 벗어나면 ‘대선주자 문재인’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부산 서면에 살고 있는 박아무개(59·여·우유판매원)씨는 “사상에 나오는 분이지예. 이름은 들었는데 잘 모릅니더”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밝힌 김정조(59·부산 남구)씨는 “문재인이 대통령 되기엔 아직 거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선주자 지지율이 사상에서는 박근혜 45% 대 문재인 40%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15%포인트에서 많게는 2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난다”며 “박근혜 바람이 사상 외의 다른 동네에선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문 후보가 부산의 새로운 정치 지도자로 얼마나 부상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이 지키는 싸움을 하고 있다면, 문 후보는 도전하는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약한 조직 기반, 중앙당의 자살골, 여전히 강력한 ‘박근혜 바람’ 등 객관적인 어려움을 지탱하며 부산 선거판을 이만큼 끌어온 것은 ‘문재인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총선 때마다 한 석을 건질까 말까 했던 부산 선거판에서 민주당은 많게는 4~5석까지 내다보고 있다. 지역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2석이면 본전이고, 3석부터 이득이며, 4석이면 대박”이라고 말했다. 넉넉한 우세를 이어가는 문 후보와 사하을 조경태 후보를 뛰어넘는 ‘2+알파(α)’의 달성 여부가 부산 선거 승리, 나아가 대선주자로서 문재인의 확장성을 가늠할 손익분기점이라는 것이다.
MB는 한나라, 박근혜는 새누리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선거전 돌입과 동시에 ‘색깔론’을 전면에 내세워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하는 것도 문 후보를 중심으로 한 야권의 도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화 새누리당 부산시당 선대위원장은 “최대 목표는 전 석(18석) 석권이지만, 18대 총선 결과(17석)는 유지해야 한다”며 “3석을 놓치면 패배, 4~5석을 빼앗기면 참패”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여전히 ‘손수조 구하기’에도 여념이 없다. 박 위원장은 3월27일 부산시당 발대식에서 “손수조 후보가 온갖 음해와 허위사실, 욕설과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말을 듣고 눈물을 쏟는 손 후보의 손을 잡아줬다. 박 위원장은 “마음고생이 많다”고 위로했다. 이날 오후에는 갑자기 일정을 바꿔 사상구 엄궁동 롯데마트 앞에서 손 후보를 따로 만나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한편, “억울한 게 많을 텐데 잘해보자, 필요한 게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힘을 싣기도 했다. 본인의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깜짝 행보’도 선호하지 않는 박 위원장으로선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정치권 전반의 평가다.
문 후보 쪽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방심하지 않겠다는 태도이지만, 당장 급한 건 박 위원장을 넘어설 구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현재의 권력인 이명박 대통령과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위원장을 함께 심판하겠다고 공언한다. 문 후보는 특히 선거 초반부터 박 위원장의 정수장학회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3월27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 빨간 점퍼, 화사하고 예쁩니다. 민주통합당 노란 점퍼, 통합진보당 보라색 점포도 봄꽃 같죠? 이렇게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색깔인데, 새누리당은 웬 색깔론일까요? 점퍼색을 바꾸어도 본질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주려는 것일까요?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이렇게 바뀌었죠. 새누리당의 색깔론은 새누리당이 본질적으로 민정당과 다를 바 없다는, 깜박 잊기 쉬운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주는군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구분해 받아들이는 경향이 적지 않은 듯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이고,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이라는 식이다. 부산 화명동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한나라당에 실망을 하도 많이 해싸갖고…”라면서도 “대통령은 박근혜를 찍어줄 끼다”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서는 박 위원장을 겨냥한 공세가 오히려 역풍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박 위원장에 대한 문 후보의 공세는 대항마 이미지를 쌓는다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명박 대통령 심판론’을 분산시키는 역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야당이 내세우는 ‘이명박근혜 심판’이라는 논리가 밑바닥 민심에서 온전히 작동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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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산은 ‘노무현 그림자’ 지우기
문 후보가 뛰어넘어야 할 마지막 산은 다름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일지 모른다. ‘노무현에 대한 짠함’이 대선주자 문재인의 가능성과 부산에서 야당의 선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친노’ ‘2인자’ 이미지가 선거에서 문 후보의 확장력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사상구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김아무개(66)씨는 “문재인씨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하지 않았느냐. 한-미 FTA도 그때 추진했던 일인데 지금 반대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우린 그런 사람들 안 좋아한다. 속고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부산에서 ‘선거혁명’을 이루더라도 이 산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 같다.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문 후보의 자기규정은, 정책 영역에서 더 많은 해명이 필요해 보였다.
부산·김해=글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송호균 기자 ukonw@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정수장학회 사회 환수 문제
“정치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선 부산저축은행·신공항 문제와 함께 ‘부산의 3대 악재’로 꼽히는 이슈다. 박근혜 위원장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족들의 요구도 명실상부한 공익재단을 만들어 (정수장학회를) 부산 시민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라며 “사유재산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못할 이유가 뭐냐”고 이를 정면으로 거론한 바 있다. 캠프 내부에서는 여전한 박근혜 위원장의 인기를 고려해 이를 직접 제기하는 것은 자제하자는 반론도 있었다고 한다. 지지층의 역결집 등 역풍에 대한 우려에서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러나 이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정의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올해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하고도 마지막인 기회”라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총선보다는 연말 대선을 고려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는 3월23일 방송 연설에서도 “화장을 고치거나 옷만 갈아입는다고 해서 국정 실패의 공동 책임이 지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번 총선은 지난 5년간 새누리당의 국정 실패와 민생 파탄에 대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연 박근혜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실패와 아무런 관련이 없느냐”고 반문하며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민주당이 해직기자 출신인 배재정 후보를 비례대표 7번으로 영입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도 문 후보는 출마를 고사한 배 후보를 직접 만나 입당을 설득했다고 한다. 배재정 후보는 “박근혜 위원장이 스스로 사회에 환원하는 게 순리”라며 “정치를 아는 분이니 곧 정치적 결단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분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전국언론노조는 3월30일 저녁 부산역 광장에서 ‘정수장학회 사회 환수와 MB 언론 낙하산 퇴출을 위한 콘서트’도 열었다. 이날 행사의 부제는 ‘장물 환수 대작전’이었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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