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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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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바람이 중후한 조직을 뚫을까

부산·경남 격전지 ① 부산 북강서을- 새누리당 김도읍 vs 민주당 문성근…
멘토단으로 바람몰이 하는 후보와 중장년층 지지받는 검사 출신의 접전
등록 2012-04-05 15:49 수정 2020-05-03 04:26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 금곡대로변 아파트 단지를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오른쪽엔 김도읍 새누리당 후보 사무실이, 왼쪽엔 문성근 민주통합당 후보 사무실이 있다. 두 사람의 경쟁은 ‘지상전 대 공중전’ 격이다.
이 지역 출신인 김 후보는 지역 유지들한테서 출마 권유를 받을 정도로 탄탄한 새누리당 조직의 지원을 받으며 ‘지역일꾼론’을 내세운다. 검사를 그만둔 뒤 지역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며 1년여 동안 ‘바닥 민심’을 다졌다. 북강서을은 부산에서도 비교적 낙후된 지역인데, 김 후보 쪽은 그 이유를 40년 가까이 지역 출신 의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후보에 대한 반응, 세대별로 나뉘어

‘굴러온 돌’ 문 후보는 배우로 알려진 인지도에 조국 서울대 교수,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이창동 영화감독 등 유명 인사로 구성된 멘토단으로 바람몰이를 하며 ‘큰 그림’을 주장한다. 문 후보는 “지역이 침체된 건 새누리당이 지역 권력을 독점했기 때문”이라며 “교육·교통·일자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권 교체를 통해 예산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는 유권자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김 후보는 3월27일 오후 5시20분 화명역 롯데마트 근처 상가를 다니며 인사를 했다. 김 후보는 횡단보도 노점상들을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며 손을 꼭 잡았다. 등산복 차림의 한 장년 남성은 김 후보를 보자 “열심히 하라”며 한참을 격려했다. 새누리당에 비판적인 성향이 강한 탓인지, 젊은이들 가운데선 김 후보가 청하는 악수를 거절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도 눈에 띄었다. 김 후보는 “전체적인 상황에서는 새누리당이 질타를 받아도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북강서을엔 북강서을 출신의 정치인이 필요하다. 유권자들도 누가 지역을 대표할 인물인가를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보다 1시간가량 전에 같은 지역을 돌았다. 인사하고 악수하고 명함을 건네준 뒤 돌아서는 보통의 후보들과 달리, 문 후보는 손을 꼭 쥔 채 유권자와 눈을 맞추고는 “저한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동네의 속살’을 조금이라도 파악하려는 노력이다. 젊은 유권자들은 문 후보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20대 남성은 “당선되시길 바랍니다”라며 문 후보에게 먼저 다가왔다. 사진을 찍는 이도 적지 않다. 김성애(28·화명동)씨는 그와 사진을 찍으며 “기호 2번요”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김씨는 “문성근씨가 연예인이라서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연설하는 걸 들어보니 새누리당과 달리 이쪽을 뽑아주면 좀 달라지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더라”고 했다. 인지도 때문인지, 장년층에서도 명함을 피하는 이는 드물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여론조사 결과

여론조사 결과는 큰 폭으로 엎치락뒤치락한다. 3월19~20일 조사에선 문 후보(51.0%)가 11%포인트 차이로 김 후보(40.0%)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3월27일 조사에선 김 후보가 52.7% 지지율로, 문 후보(36.6%)를 큰 차이로 앞섰다. 4월11일, 전통의 조직력이 위용을 재확인할지, 권력 교체의 열망이 파란을 일으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부산=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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