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과 다르다. 지난해 4·27 보궐선거 때 김경수 당시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꽃이 되기보다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고 싶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0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미끄러진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그 선거에서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4·11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나선 김경수 민주통합당 후보는 1년 전의 뼈아픈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겠노라고 벼르고,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는 1년 만에 다시 치르는 선거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태세다.
“김 후보 안 들어간 상가가 없다”
“여는 노통 좋아하는 분 많습니더. 김경수 후보는 잘 모르지만, 그분 찍을랍니다. 단일화도 잘됐고예.” 통합진보당 지지자라고 밝힌 표수빈(34·대우자동차 근무)씨의 말이다.
1년 전 경남 김해을에서 야권 단일후보는 2%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당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경선 방식을 놓고 벼랑 끝 싸움을 벌였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중재로 어렵사리 단일화를 이뤘지만, ‘감동 없는 단일화’의 여파로 ‘노무현의 고향’을 새누리당에 내주었다. 이번엔 다르다. 김경수 후보는 당내 경선을 치렀다. 야권 단일화 경쟁자였던 박봉렬 통합진보당 예비후보는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자신이 친노의 계승자라고 다투던 지난해와 달리, 김경수 후보는 말 그대로 ‘적자’다.
김태호 후보는 ‘선거의 달인’으로 불린다.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두 번의 경남도지사를 지낸 그는 여섯 번째 선거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처럼 ‘나 홀로 선거운동’으로 밑바닥을 훑고 있다.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에서 만난 40대 택시기사는 “1층에 있는 상가 가운데 김태호 후보가 안 들어간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는 김해 발전론과 인물론을, 김경수 후보는 노무현 정신 계승과 정권심판론을 각각 앞세우고 있다. 김태호 후보는 “주민들은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지역의 대변자로서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는 후보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빨간 점퍼를 입은 것 말고는 새누리당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반면 김경수 후보는 “이번 총선은 국회의원 개인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1% 특권층을 위한 대한민국이냐, 서민을 살리기 위한 대한민국이냐를 결정짓는 기로에 놓인 선거”라고 말했다.
“노무현을 좋아하되 매달리면 안 된다”
두 후보 쪽이 분석하는 판세는 ‘박빙 혼전’이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3월26일 조사에서는 김경수 후보가 6.1%포인트 이기는 걸로, 같은 날 조사에서는 김태호 후보가 12.6%포인트 이기는 걸로 나오는 등 여론조사 결과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장유면 무계리에서 만난 장아무개(59·여)씨는 “김태호는 인물이다. 김경수는 젊은데 자기 비전이 없다. 노무현을 좋아하되 매달리면 안 되는 거 아이가?”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아무개(50)씨는 “지난해 유시민(당시 국민참여당 대표)이 서울에서 젊은 사람들 델꼬 내려와 자신만만하게 몰려다니기에 (국민참여당 후보가) 지겠다 싶었다. 이번에는 김경수가 된다. 분위기가 그렇다”고 말했다. ‘인물론’과 ‘바람’이 충돌하고 있다.
김해=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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