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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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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안의 ‘색다른 강남’

2등 강남이었던 대치·도곡동 2000년대 들어 사교육 열풍으로 급상승…
야권 지지 가파르게 오른 논현1동 등 강남의 균열
등록 2012-04-05 15:08 수정 2020-05-03 04:26

한강은 서울의 남과 북을 나누고, 테헤란로는 강남을 남북으로 가른다. 강남 거주자들 사이에선 테헤란로 이남을 가리키는 ‘테남’이 한강변의 압구정·청담동 지역에 견줘 사회·경제적 수준이 처지는 ‘2등 강남’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곤 했다. 실제 압구정·청담동은 테헤란로 이남의 대치·도곡·개포동보다 가구당 평균 자산이 높다는 게 정설이었다. 부를 누려온 기간도 길다. 선대부터 부자가 많다는 얘기다.



2008년 총선과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를 비교해보니, 야권 지지도가 가파르게 오른 곳은 논현1동(24.6%→48.3%)과 대치4동(30.0%→47.8%), 역삼1동(27.1%→49.6%)이었다.

고학력자 비율 가장 높은 대치1동

이 점은 두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인 현대와 은마의 주민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분양 당시부터 특혜 시비에 휘말린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초기 입주자들은 고위 관료,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과 사업가가 많았다. 반면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분양 당시 도로 포장도 제대로 안 된 열악한 주변 환경으로 악명 높았고, 주민 역시 1980년대 강북에서 이주해온 젊은 중산층이 주축이었다.

강남의 사회적 균열선은 2000년대 들어 테헤란로보다 더 남쪽인 양재천으로 이동한다. 사교육 열풍과 함께 대치·도곡 지역이 빠르게 부상한 덕이었다. 사실 양재천 이남 지역에서도 개포동을 제외한 일원·수서·세곡 지역은 행정구역만 강남구였을 뿐, 사회·문화적 특성은 강북의 변두리 지역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 점은 대학 재학 이상 고학력자의 구성비(201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봐도 드러난다. 수서·세곡동의 고학력자 비율은 48.4%, 일원1동은 51.5%로, 강남구 평균(75.4%)에 크게 못 미치고, 서울시 전체 평균(53.7%)보다 낮다. 반면 같은 ‘테남’이지만 양재천 북쪽에 위치한 대치1동은 고학력자 비율이 89.8%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도곡1동(82.3%)·도곡2동(88.6%) 역시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런 지역적 특성은 정치적 선택의 차이로 이어졌다. 주택 가격이 높고 고학력·고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은 새누리당(한나라당) 지지세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압구정1·2동, 도곡2동, 대치1·2동이 대표적이다. 반면 임대아파트 등 서민층 주거지가 많아 소득과 학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서·일원1·2동, 개포3·4동은 민주당(+진보정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세대주책 살며 고학력, 야 지지

눈여겨볼 지역은 최근 야권 후보(민주당+진보정당) 지지도가 눈에 띄게 상승한 곳이다. 정치적 국면에 따라 지지 정당을 바꾸는 부동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되는 지역이다. 2008년 총선과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를 비교해보니, 야권 지지도가 가파르게 오른 곳은 논현1동(24.6%→48.3%)과 대치4동(30.0%→47.8%), 역삼1동(27.1%→49.6%)이었다. 이곳은 대재 이상 고학력자 비율(69.3%)이 비교적 높고(서울시 평균 53.6%, 강남구 평균 75.4%), 20~30대 유권자(46.6%)도 서울시(33%)나 강남구 평균(33.6%)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아파트 비율(13.2%)과 주택소유자 비율(15%)은 서울시와 강남구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와 유사한 정치·사회적 특성을 보이는 곳이 서초구에서는 양재2동과 방배1·2동, 송파구에서는 삼전동, 잠실본동, 방이2동, 석촌동이었다. 모두 다세대 빌라·원룸에 전·월세를 살며 학력 수준이 높은 젊은 층의 밀집 지역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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