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3사 공동파업 출정식’이 열린 3월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한국방송본부, YTN지부 노조원들이 촛불을 들고 공정방송을 외치고 있다. <한겨레> 김명진
작가들의 희생 그리고 각오
지갑에 돈이 마르고 있다. 슬슬 허기도 밀려온다. 문화방송 파업 두 달째. 방송작가들은 배가 고프다.
그나마
문화방송 시사교양국 작가들이 며칠 전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작가들은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각자 얼마 남지 않은 돈을 ‘공정방송 쟁취’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로 했다. KBS구성작가협의회, SBS구성작가협의회, EBS구성작가협의회 소속 작가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우리는 공정방송을 쟁취하기 위한 문화방송 노동조합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이 성명에는 작가들의 많은 각오가 담겨 있다.
학교 잘 다니고 계시는지요
태준식 독립다큐멘터리스트· 감독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2009년 77일간의 파업투쟁을 그린 을 만들었을 때입니다. 한 해고노동자가 안타까워하더군요. 예전엔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잘려나갈 때 한마디도 안 했는지, 공장 담벼락 밖 지역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했는지…. 지역 공동체의 싸늘한 시선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을 두고 자책하는 한마디였습니다.
자본은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가르고, 학력 따위를 놓고 노동자들끼리 편을 나누게 하며, 이웃들과의 소통을 방해합니다. 노동자들끼리 분열하게 하고, 노동자가 노동자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종국에는 하나의 계급으로 묶이는 것을 막으려는 자본의 의도는 보기 좋게 관철되고 있는 거 같지 않습니까?
저는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방송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지지합니다. 다만 한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자책처럼 파업투쟁을 벌이는 방송노동자들이 만연된 노동자들의 분열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 또한 촉구합니다. 왜냐하면 방송노동자는 쌍용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보다 훨씬 더 많은 여유와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노동자들보다 자본과 권력에 대항하는 강력한 영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파업은 ‘노동자들의 학교’라고 하지요. 통제되고 막혀 있는 노동의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스레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또한 일터 밖 공동체 일원으로서 자기성찰과 이웃 간의 연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방송노동자 여러분, 쉽게 찾아오지 않는 ‘파업’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잘 가꿔 나아가시길 빕니다. 1500여 일 동안 거리에서 농성하는 재능교육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노숙투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21번째 동료의 죽음에 대해 묵도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함께 일일 희망텐트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카메라에 비친 모습에서 모든 걸 느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파업이라는 시간을 통과한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그것입니다. ‘연대투쟁’이 지닌 가치를 온몸으로 학습했다는 사실. 공정방송 쟁취는 물론이고 이 파업이라는 학교에서 노동자로서의 학습 시간을 연대투쟁으로 채워 당당하게 일터로 복귀하는 멋진 모습을 기대합니다. 고생하십시오. 투쟁!
저는 방송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지지합니다. 다만 방송노동자들이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만연된 노동자들의 분열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 또한 촉구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노동자들보다 자본과 권력에 대항하는 강력한 영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준식 독립다큐멘터리스트
지금은 치유의 시간
권해효 연기자·한국방송 드라마 출연
이번 언론파업은 2008년 이미 예고돼 있었다. ‘낙하산 사장’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현직 기자 6명이 해직당한 YTN 사태가 있었고, 방송법 개정을 반대한 문화방송의 파업이 시작된 해였다. 지금까지 파업에 소극적이던 드라마·예능프로 PD들까지 동참한 이유는 지난 4년에 대한 자기반성의 의미가 크다. 예전 언론이 정권을 상대로 싸웠다면, 2012년에는 권력에 입 다물어온 언론계 내부의 비겁함에 대한 싸움이자 자기치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보도나 시사교양은 물론 드라마·예능국 PD까지 나서서 파업에 동참하는 현실은 한국의 언론 자유가 얼마나 침해당해왔는지 방증한다. 덧붙여서 앞으로 다시는 언론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거나 내부 조직에 숨지 말아야 한다는 자발적인 다짐이어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드라마에선 시장의 논리가 지배함에 따라 연출가와 배우들의 자괴감이 깊었다. 연기자로서 이번 파업이 공영방송만이라도 시장의 논리에서 벗어나 창작 작업을 제대로 복원하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
정리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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