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18일 아침, 정치부발 기사가 하나 떴다. “MB ‘로봇물고기 커서 다른 고기 놀란다’… 크기 대폭 축소 지시”라는 제목이 달렸다. “참모들은 ‘많은 첨단 복합기술이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크기를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고 답했지만, 이 대통령은 ‘그러면 그 기능을 나눠서 여러 마리가 같이 다니게 하면 되지 않느냐’며 편대 유영 기술 개발을 제의했다는 후문이다… 한 참모는 ‘크기를 줄여 여러 마리가 함께 다니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감각이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2년이 흘렀지만 대통령의 ‘애어’(愛魚) 정신이 깃든 로봇물고기가 개발됐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대신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라며 수백억원의 나랏돈을 해마다 꼬박꼬박 지원받는 가 이명박 정부 들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를 전하는 소식은 꼬리를 물었다. ‘ 기사 보고 다른 기자 놀란다’는 얘기다.
“한쪽만 너무 깊이 팠다”는 반성
를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로 규정한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 제5조는 “뉴스통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노동조합은 지난 3월7일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노보 특보를 발행했다. 이명박 정부-박정찬(58) 사장 체제가 양산한 불공정 보도 사례 중 ‘일부’를 모았다. ‘4대강 공사’ 기사는 “한쪽(정부 선전)만 너무 깊이 팠다”는 반성이 딸렸다. ‘도전과 응전의 정치’ 등 15꼭지나 쏟아낸 ‘이명박 정부 임기 반환점 특집 기사’는 “대표적 친정부 기사 사례로 낯뜨거웠다”고 했다. 투표율이 관건이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기사에서는 ‘투표소를 찾는 발길이 다소 늘어났다’는 식의 팩트 없는 기사를 내보냈다고 고백했다.
노조도 파업에 들어간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지난 2월29일 박정찬 현 사장을 차기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앞서 박 사장 재임 3년 동안 가 보여준 정권 편향적 보도에 반발한 기자들은 박 사장 연임을 반대해왔다. 노조는 3월7일부터 13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있지만, 이미 지난 2일 노조원의 60%가 넘는 284명이 모여 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노조는 파업 결의문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사안 보도에서 정권 편향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며 “를 제대로 된 언론사로 돌려놓기 위해 총파업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언론 통폐합 이후 독점적 지위 누려
의 전신인 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 이후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해마다 300억원씩 국고 지원까지 받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 말 를 ‘공정성 1위’로 평가하며 채널사업자로 선정했다. 한번 떨어진 신뢰는 방송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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