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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연대, 답 없나요

4월 총선 앞두고 난항 겪는 야권단일화… 지지율 상승에 절박성 옅어진 민주당과 지지율 떨어져 협상력 약해진 통합진보당, 두 당 내부 사정도 복잡
등록 2012-02-16 15:24 수정 2020-05-03 04:26
» 지난 1월17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국회 통합진보당 대표실로 신임 인사차 찾아가 이정희·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심상정 대표는 후보 단일화 방식의 선거 연대를 거론했지만, 한 대표는 한 달 가까이 묵묵부답이다. <한겨레> 이정우

» 지난 1월17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국회 통합진보당 대표실로 신임 인사차 찾아가 이정희·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심상정 대표는 후보 단일화 방식의 선거 연대를 거론했지만, 한 대표는 한 달 가까이 묵묵부답이다. <한겨레> 이정우

‘야권 단일후보’는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야당의 ‘필승 카드’로 통했다. 야권 연대를 잘하면 이겼고, 잘 못하면 졌다. 새누리당과의 ‘51 대 49’의 싸움에서 야권이 힘을 합쳐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건 선거 승리의 전제조건이었다. 물론 야권 연대를 하고도 승리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자기 후보를 내보내려고 기싸움을 벌이다 막판에 몰려 단일화를 했고, 감동 없는 단일화는 오히려 유권자에게 피로감만 줬다.

4월11일 치러지는 19대 총선에서도 야권의 선거 연대는 뜨거운 감자다. 245개 지역구(18대 총선 기준)에서 민주통합당(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야권이 단일후보로 나서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금과옥조처럼 거론되던 선거 연대 논의는 쏙 들어갔다. “진보개혁적인 정책 연대를 기반으로 한 선거 연대를 통해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말은 잊힌 지 오래다. 왜일까?

#서울 관악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010년 9월 서울 관악을을 자신의 지역구로 결정했을 때, 민주당에서는 “야권 연대에서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탄식’이 적지 않았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데다, 이해찬 전 총리가 13~17대 내리 5선을 할 만큼 민주당 텃밭이기 때문이다. 당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수도권에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가 많은데 왜 하필”이라며 “야권 연대를 명분으로,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놓으려는 게 아니냐”고 맹비난했고, 이 대표는 “민주당이 당선되지 못하는 지역에서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구획짓는 것이 오히려 연대의 기운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관악구에서 나고 자랐고, 신혼살림도 거기에 꾸렸다.

관악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는 민주당의 김희철 의원과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그리고 비례대표 의원인 이정희 대표 3명이다. 현역인 김희철 의원이 무조건 양보할 리 없고,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새누리당-민주당-통합진보당 후보 셋이 나설 경우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할 가능성이 높다.

두 당 안팎에서는 당 대 당 경선, 야권 예비후보가 모두 참여하는 범야권 통합경선 등 여러 시나리오들이 떠돌고 있다. 당 대 당 경선은 이정희 대표에게 불리하고, 범야권 통합경선은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불공정하다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한명숙 대표가 이곳을 야권 연대 지역으로 배려해 자기 당 예비후보들을 주저앉히고 무공천하는 방안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김희철·정태호 예비후보도 무조건 찍어누를 만큼 역량이 없는 이들이 아니다. 트위터에서는 이 대표가 중구로 옮겨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과 대결하라는 얘기도 돌았다. 이 대표 쪽은 “중구는 당원도 거의 없고, 이미 예비심사를 통과한 우리 당 후보도 있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관악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

민주당은 지난해 4·27 재·보궐 선거 때 ‘순천 무공천’이라는 통 큰 양보로 야권 연대를 성사시켰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모두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섰지만, ‘야권 단일후보’라는 브랜드를 거머쥔 김선동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후보가 너끈히 당선됐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무공천 방침이 강력하게 관철됐던 그때와 달리, 이번 총선에서 선거 연대 방식을 둘러싼 논의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무공천 양보는 한 번으로 족하다”며 강하게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당선이 확실한 호남 지역에서 두 번째 무공천은 특혜나 다름없고, 호남 지역에서 통합진보당에 의석을 떼어주더라도, 다른 곳을 주라는 것이다. 반면 김선동 의원 쪽은 “선거 연대는 총선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정권 교체를 하자는 것이고, 호남에서 선거 연대를 한다면 순천이 우선지역이라는 게 이 지역 정서”라고 주장했다.

지역언론의 여론조사에서는 김 의원과 노관규 민주당 예비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오히려 인지도가 높아져, 다른 통합진보당의 호남 후보들과 달리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의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노관규 예비후보는 재선 순천시장을 그만두고 출마했으며, 민주당 부대변인 출신의 이평수·김영득 예비후보도 오랫동안 터를 닦아왔다.

#서울 노원병과 은평을, 경기 고양덕양갑

서울 노원병 지역에 나선 황창화 민주당 예비후보는 “둘이 나가면 반드시 둘 다 떨어지고, 한 사람이 나가면 반드시 당선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과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말이다. 홍정욱 새누리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3당 대결 구도에서는 야당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는 이전과 마찬가지다. 18대 총선 때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후보는 40.1%의 득표율로, 홍정욱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43.1%)에게 3%포인트 차이로 졌다. 당시 민주당 후보는 16.3%를 얻었다. 노 대변인은 삼성 X파일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재상고한 상태로 출마한다. 민주당 쪽에선 한명숙 총리의 정무수석을 지낸 황창화 후보 외에 이동섭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은평을은 상당히 복잡하다. 민주당 예비후보가 6명인데, 경선에서 가산점을 받는 여성 후보가 2명이나 있어 남성 후보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통합진보당도 국민참여당 출신인 천호선, 민주노동당 출신인 이상규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각각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과하더라도 본선에 나가려면 또 한 번의 경선을 치러야 할 판이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나서는 경기 고양덕양갑은 이에 견주면 구도가 단순하다. 야권 경쟁자는 민주당의 박준 예비후보뿐이다. 심 대표 쪽은 “그러나 새누리당과 일대일 구도가 형성되지 않으면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오른쪽)와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가운데)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서울 관악을 지역은 야권 선거 연대의 뜨거운 감자다. 2009년 9월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용산 참사 우선 해결 촉구 야 4당 공동 기자회견’에 두 사람이 참석한 모습. <한겨레> 김봉규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오른쪽)와 김희철 민주통합당 의원(가운데)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서울 관악을 지역은 야권 선거 연대의 뜨거운 감자다. 2009년 9월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용산 참사 우선 해결 촉구 야 4당 공동 기자회견’에 두 사람이 참석한 모습. <한겨레> 김봉규

민주당, “혼자 해도 이긴다”?

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지역구마다의 상황과 달리, 중앙당 차원의 선거 연대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지역의 한 민주당 예비후보는 “사실상 지역에서 알아서들 하라는 얘기 같다”며 “당 경선을 통과한다 해도 통합진보당과 개별적인 단일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이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연대 논의는 통합진보당이 1월16일 당 대표단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에 총선 연대와 야권 후보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게 ‘처음이자 끝’이다. 통합진보당은 전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가 뽑히자마자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기구를 대표 책임하에 빠르게 구성하자”고 치고 나갔다. 민주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통합진보당은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 2월5일 총선승리 전진대회에서 100여 곳의 후보를 확정하고, 이달 18일까지 모두 180여 곳에 후보를 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선거 연대를 하지 않으면 180개 지역구에서 야권 후보가 2명 이상 나오게 될 거라는 ‘압박’이었다. 여전히 민주당은 느긋하다 못해 무관심한 태도다. 논의 일정표도 없고, 협상을 담당할 창구도 없다.

논의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두 당의 지지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월6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6.9%, 통합진보당 3.9%다. 따로따로 출마해서는 당선 가능성이 없고 단일화를 해야 당선된다고 할 때 선거 연대가 가능한데, 민주당의 독자적인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선거 연대의 동력이 약해진 것이다. 민주당은 절박성이 떨어지고, 통합진보당은 협상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지율 상승 행진에 마냥 고무돼 있다. 김두관 경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당이 예정돼 있는데다, 지난 2월9일 시작된 총선 후보자 공모에 출마 희망자들이 대거 몰려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임종석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야권 연대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야 한다는 말인데, 뒤집어보면 민주당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안정적인 원내 교섭단체”인 30석을 목표로 삼았지만, 현재 지지율로는 두 자릿수도 어림없다. ‘비례대표 12번’으로 배수진을 친 유시민 대표가 당선되려면 당 지지율이 20% 가까이 나와야 한다.

이러다보니 민주당에서는 굳이 야권연대를 해야 하느냐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지지율이 오르기 전에도 “저쪽에 양보해서 잃는 의석보다, 둘 다 나가서 잃는 의석이 더 적으면 선거연대를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던 점을 떠올리면 ‘당연한’ 흐름이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지지율이 좀 높게 나오니까, ‘2004년 17대 총선 때처럼 그냥 하자, 혼자 해도 이기는데’ 이런 판단을 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서두르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두 당의 복잡한 내부 사정도 선거 연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민주당은 통합 과정에서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 다양한 세력이 결합했다. 민주당 안에서 각자 몫을 나누기도 어려운 판에, 통합진보당에 몇 석이라도 ‘양보’하려니 머리가 아픈 것이다. ‘한 지붕 세 가족’ 체제인 통합진보당도 어느 곳을 야권 연대 전략 지역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양보’하기 싫은 한 석

두 당의 복잡한 내부 사정도 선거 연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민주당은 통합 과정에서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 다양한 세력이 결합했다.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놓고 문성근 최고위원이 시민통합당 출신이 배제됐다며 강력 반발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민주당 안에서 각자 몫을 나누기도 어려운 판에, 통합진보당에 몇 석이라도 ‘양보’하려니 머리가 아픈 것이다. ‘한 지붕 세 가족’ 체제인 통합진보당 역시 어느 곳을 야권 연대 전략 지역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 연대는 지방선거 때와도 다른 측면이 있다. 지방선거 때 시민사회단체와 야 5당(당시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은 전국적인 연대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반MB 연대’의 기치 아래 지역별로 단일화를 이뤄 사실상 전국적인 일대일 구도를 형성했다. 야 4당 단일화에 성공한 송영길(인천시장·민주당), 국민참여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자연스레 단일화가 이뤄진 안희정(충남지사·민주당), 참여당과 단일화가 성사된 이시종(충북지사·민주당), 민주노동당과 손잡은 이광재(강원지사·민주당), 야 4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무소속 김두관(경남지사)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인천에서 시장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으로 단일화하는 대신, 구청장 8곳 가운데 2곳을 민주노동당 후보로 단일화해 당선됐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지방선거 때는 자리가 많아서 다양한 방식으로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총선은 딱 한 자리가 아닌가. 이번에는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의 핵심 당직자도 “만약 야권 연대를 통해 수도권에서 90석을 얻든, 야권 연대에 실패해 60석을 얻든, 총선에 나선 개별 후보들은 자기가 당선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며 “이 지점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선거 연대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연대 방식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통합진보당이 요구하는 방식은 지지율을 근거로 의석을 나누자는 것이다. 예컨대 48개 지역구가 있는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35%,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5%라면 7 대 1의 비율, 즉 42석 대 6석으로 나누고,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높은 순서로 6곳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결국 통합진보당이 원하는 지역을 다 달라는 얘기 아니냐”며 “실제 협상에 들어가면 요구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민참여경선의 중복 문제도 걸림돌로 꼽힌다. 민주당은 모바일 투표 등을 이용해 시민참여경선을 치를 예정이고, 통합진보당도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로 후보를 공천한다. 시민들이 참여해 뽑은 각 당의 후보를 놓고 또다시 시민참여경선을 해야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공식 후보 등록(3월22~23일)까지 시간도 촉박하다. 두 당이 각각 후보를 확정하고 나면 단일화 협상은 더 어렵다. 통합진보당 쪽 관계자는 “폭력사태가 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 2010년 6·2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4월5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 앞에서 야권 연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선거 연대를 발판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겨레> 김진수

» 2010년 6·2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4월5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 앞에서 야권 연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선거 연대를 발판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겨레> 김진수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결국 키를 쥐고 있는 건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과 기득권에 정신이 팔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조국 서울대 교수는 민주당에 “오만하다” “마치 이미 권력을 잡은 것 같이 착각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새누리당이 공천 개혁 등으로 치고 올라오면 민주당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잘못으로 인한 반사이익이 지지율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총선에서는 구도의 문제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총선에서 선거 연대로 시너지 효과를 거둬야 정권 교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민주당이 선거 연대에 소극적으로 나오면 2030세대나 진보층에서 비판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통합진보당 지지율 왜 고꾸라졌나
정체성 혼란, 미미한 통합 시너지, 낮은 인지도
한때는 잘나갔다. 한껏 기대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비참한 수준이다. 통합진보당 지지율 얘기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가 통합진보당이라는 새로운 깃발을 세운 지난해 12월11일 전후,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최고 14.7%까지 나왔다. 당내에는 “총선 때 두 자릿수는 무난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새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3~4%대로 고꾸라졌다. 옛 민주노동당 지지율만도 못하고, 오를 기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당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가장 큰 이유는 ‘정체성 혼란’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하나는 국민참여당의 합류다. 유시민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대해 사과했지만, 노선이 이질적인 집단의 통합으로 기존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진보신당(대표 홍세화)이 통합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정책·의제다. 민주통합당은 물론 새누리당까지 재벌 개혁 등을 외치며 ‘좌클릭’하자, 진보정당 특유의 정책적 선명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유시민 대표는 “노동조합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사이에 차이가 좀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지만, 대중에게 각인되는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새 상품’ 알리기에 실패한 것이다. 통합을 하자마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터졌고, 뒤이어 열린 민주통합당의 통합 전당대회가 모바일 투표를 이용한 시민참여경선으로 흥행 대박이 나면서 통합진보당의 존재는 더 희미해졌다.
진성당원제가 외연을 넓히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요즘 정치에 대한 여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끈다. 통합진보당의 지지층인 20~30대 젊은 층이나 진보 성향 노동자들의 관심이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 조국 서울대 교수, 소설가 이외수·공지영씨 등 유명 트위터리안에 쏠리고 있다. 이들과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고리를 형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 이름의 인지도도 떨어졌다. 진보신당과 비슷한데다, “아직은 민주통합당과 헷갈려 하시는 분도 굉장히 많다”(천호선 대변인 2월6일 라디오 인터뷰)는 얘기까지 나온다. 약칭을 ‘진보당’이라고 쓸 수도 없다. 정당법 41조는 유사 명칭의 사용을 금지하는데, 먼저 등록해 사용 중인 진보신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쓸 수 없다는 게 선관위의 해석이다. 차라리 ‘민주노동당’이란 이름을 그대로 썼더라면 하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한 지붕 세 가족’ 체제의 갈등까지 외부로 드러나 지지율 제고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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