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태풍 전야다.
12월 초로 예상되는 정기인사 때문이다. 삼성은 12월1일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 직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사장단 인사 이후에는 임원 인사가 단행된다. 올해 삼성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인사 요인과 의미가 어느 때보다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또 인사 결과가 내부 역학관계 변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인사의 주요 변수로 4대 요인이 꼽힌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조직 내부 비리 척결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세대교체 △여성 임원 중용 △삼성의 2인자이던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의 인맥 정리다. 삼성맨들은 인사 내용과 폭 모두에 관심을 집중하며 혹여 태풍에 휩쓸리까봐 납작 엎드려 있다.
이학수 비리 의혹 흘리는 삼성?
삼성의 한 관계자는 “비리 척결과 이학수 고문 인맥의 숙청은 사실상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한다. 도대체 무슨 얘기일까? 사정을 제대로 알기 위해 지난 10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당시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은 삼성 미래전략실 고위 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 소재의 L&B타워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다. 이 고문은 보도가 나오게 된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고문이 강남에 시가 2천억원대 빌딩을 보유한 사실은 한 인터넷 언론이 단독 보도됐다. 소문은 이 고문의 조 단위 재산 보유설, 국세청 세무조사설 등 눈덩이처럼 일파만파로 번졌다. 언론이 은밀한 개인재산 내역을 자체 힘만으로 파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국세청에서 관련 정보가 흘러나왔다는 얘기도 있지만, 정작 국세청은 펄쩍 뛴다.
내용을 잘 아는 삼성에서 흘러나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삼성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한다. 삼성에 눈길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대응 모습 때문이다. 삼성은 여론에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기사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다. 가급적 보도되지 않게 하고, 부득이하게 나가더라도 크기는 되도록 작게 하고, 자신들의 해명이 많이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이학수 고문의 빌딩 소유 기사에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취재진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미래전략실 간부는 사실상 방관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개인 일이고, 사실상 회사를 그만둔 분”이라며 “우리가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본인도 연락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보도를 계기로 제기된 이학수 고문의 삼성 윤리규정 위배 논란에 대해서도 미래전략실은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일부 언론들은 이 고문이 전략기획실장 재직 때 막강한 영향력이나 삼성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개인적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이 고문의 윤리규정 위배 여부를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이 고문은 삼성이 윤리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더 적극적으로 의혹 해소에 나서주기 바랐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별도로 이 고문은 삼성 내부 인맥을 통한 진상 파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고문 스스로 삼성을 보도의 진원지로 의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삼성의 한 고위 임원은 “나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미래전략실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더 주목되는 것은 삼성 안에서 이학수 고문에 대해 솔솔 흘러나오는 얘기들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임직원들이 (이학수 고문에 대해)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라며 “연초부터 회사 안팎에서 이 고문에 관해 4천억~1조원 재산보유설이 돌았는데 몰랐느냐”고 말했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학수 고문이 회사 내부정보를 이용해 삼성전자 공장 주변의 땅을 미리 사들인 뒤 되팔아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겼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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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나를 파렴치범으로 만들어”
“내가 마치 지위를 이용해 치부(致富)한 것처럼 해서 파렴치범으로 만들었다. 치명적인 명예훼손으로 나는 이미 죽었다.”
이학수 고문은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에 격앙된 모습이다. 그는 빌딩 관련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빌딩 가격이 부풀려졌다. 2천억원이라고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절반도 안 된다. 누가 1천억원만 주면 당장 넘기겠다.” 삼성 내부 윤리규정에도 위반되지 않고 1조원 재산설도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이다. 이 고문은 “2006년 빌딩 부지 매입과 건물 신축 사실은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한 내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관리회사를 설립해 이사를 맡은 것도, 단순히 임대료를 받고 빌딩을 관리하는 목적의 회사라면 윤리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삼성과 사실상 특수관계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L&B타워에 입주한 사실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한다. “재임시 지위를 이용해 압력을 넣은 것처럼 의심하는데, 실제로는 삼우가 마땅한 건물이 없어 여러 빌딩에 분산돼 있는 것을 한데 모은 것이다. 임대료도 주변 빌딩보다 싸게 해줬다.”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물산 감사에서 삼우의 L&B타워 입주 문제가 지적돼, 다른 건물로 옮기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얘기도 있다. 이 고문은 이에 대해 “(공연히 오해를 받는 것 같아) 내가 먼저 삼우보고 나가라 했다”며 “임대료가 더 비싼 곳으로 갔다고 하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삼성전자 공장 주변에 내가 소유한 땅이 있으면 다 내놓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전혀 몰랐어요.”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11월 중순 김순택 부회장을 미래전략실장에 임명할 때 이학수 전 실장을 삼성물산 고문으로 내친 것을 회상하며 삼성의 한 전직 사장이 털어놓은 얘기다. 삼성의 고위 임원들조차 이 고문의 퇴진 사실을 사전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뜻이다. 2009년 말 이건희 회장이 이명박 정부에 의해 전격적으로 사면복권을 받은 뒤 이학수 고문은 이 회장을 그림자처럼 곁에서 수행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삼성의 한 전직 사장은 “모두들 (인사 전까지는) 이 고문이 다시 (미래전략실) 실장으로 복귀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당시 에피소드가 있다. 이 회장은 인사 발표를 맡은 삼성 커뮤티케이션즈팀장에게 이 고문에 대한 인사가 문책성임을 밝히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처음 인사를 발표할 때는 이 부분을 모호하게 표현했다. 이건희 회장이 이를 듣고 크게 화를 냈고, 다시 언론에 문책성 인사임을 강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시 기자들이 무슨 잘못에 대한 문책인지를 물었다. 삼성은 “언론에서 지적했듯, 과거 전략기획실의 부정적 이미지와 관행에 대한 문책성”이라고 설명했다. 이학수 고문의 재산과 도덕성이 이슈화되기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이전부터 이건희 회장의 마음은 이미 한때 자신의 ‘분신’이던 이 고문에게서 멀어졌음을 보여준다.
“3세 체제로의 전환 위해 정리”
“꽃은 꽃일 뿐 뿌리는 될 수 없다.”(花不可以爲根)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수·목 드라마 에서 정도전의 유지를 받들어 왕권이 아닌 신권 중심의 정치를 꿈꾸는 조선 사대부의 비밀결사단체인 ‘밀본’이 세종인 이도에게 보낸 경고다. 왕은 꽃일 뿐, 조선의 근간(뿌리)은 사대부여야 한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의 경우 왕권과 신권 간의 권력투쟁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특히 왕권교체기에는 군신 간 갈등이 더욱 첨예했다. 이도의 아버지인 태종 이방원은 왕권 강화를 위해 정도전을 포함한 개국공신은 물론 자신의 처가를 몰살했다. 나아가 아들인 이도의 처가까지 모두 죽여 자신의 사후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신권의 발호를 차단했다. 한국의 재벌 총수는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점에서 흔히 ‘황제’에 비유된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학수 고문의 갑작스러운 실각과 격하 움직임을 이방원에 의한 신권 견제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이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기(왕조시대 왕권교체기)를 앞두고 자녀들을 위해 손수 가신 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이 고문의 실각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 퇴진과 복귀, 뒤이은 친정체제 구축 과정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이건희 회장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양심선언 사건으로 2008년 4월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이후 2009년 말 사면복권에 이어 2010년 3월 경영에 다시 복귀하기까지 약 2년간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에 이 회장은 경영에서 일체 손을 떼고, 울적한 마음을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자동차 주행장)에서 스포츠카를 모는 것으로 달랬다. 반면 이 고문은 겉으론 이 회장과 함께 경영에서 퇴진한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막후에서 종전의 전략기획실장 역할을 지속했다. 주변에선 이 고문의 권력이 더 세졌다는 말이 많았다. 이 회장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믿고 모든 것을 맡긴 이학수 고문이 불안한 존재로 비치기 시작했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건희의 삼성’이 아니라 ‘이학수의 삼성’이라는 항간의 얘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기 시작한 것 같다”며 “이 회장의 이 고문에 대한 신임이 흔들리는 것을 알아챈 주변에서도 이 고문에 대한 안 좋은 보고가 계속 올라갔다”고 말했다. 삼성의 또 다른 임원은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부터 이 고문에 대한 뒷조사를 은밀히 지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부진 사장의 삼성물산 입성을 앞두고 2010년 4월부터 실시된 삼성물산 건설부문 감사도 그 연장성에서 본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뒷조사 결과 이 고문의 비리를 이건희 회장이 보고받고 격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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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시차 두고 반복되는 역사
이건희 회장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가 ‘은둔의 제왕’이라고 부른 것처럼 평상시에는 서울 한남동의 자택에 머물며 일상적인 경영은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에 맡기고, 자신은 그룹의 큰 방향만 제시하는 독특한 경영 스타일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4월 말부터 매주 화·목요일 두 차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친정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애플과의 특허전으로 상징되는 위기상황의 정면 돌파와 함께 이학수 고문 인맥의 정리 및 3세 경영체제 준비작업을 손수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 6월부터 “삼성이 자랑하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며 사내 비리와 부정 척결을 천명한 것이 사실상 이 고문을 겨냥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 계열사별 대대적 감사는 임직원 비리 적발과 함께 이 고문 인맥을 숙청하려는 증거 수집 작업 성격이었다는 것이다.
이학수 고문 인맥의 청산 작업은 이미 곳곳에서 은밀하게 진행 중이다.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지난 10월 말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에 임명되며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2000년 이후 삼성병원을 이끌어온 이종철 삼성의료원장이 물러난 것에 주목하는 언론은 없었다. 이 전 의료원장은 이학수 전 고문의 중학교 후배지만, 특별히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주치의인 그도 이학수 고문 인맥 정리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 고문의 인맥으로 불리는 삼성 미소금융재단의 강재영 이사장도 지난 10월 갑자기 물러났다. 지난 1월 말 부임한 지 불과 9개월여 만이다. 삼성은 아직 후임 이사장도 임명하지 못한 상태다.
이 고문의 실각과 인맥 정리 작업은 이건희 회장의 취임 초기인 20년 전과 여러모로 흡사하다. 이건희 회장은 1988년 취임했지만 힘이 약했다. 오히려 이병철 선대회장에 의해 임명된 소병해 비서실장의 힘이 막강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3년간 은인자중하며 힘을 키웠다가 드디어 1991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 첫 작품은 소 실장으로 대표되는 구가신 세력의 정리였다. 이건희 회장은 그에 앞서 소 실장의 비리를 수집해, 그가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결국 이 회장의 이 고문 인맥 정리는 자신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겪은 전철을 자식들이 겪지 않게 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삼성의 권력 핵심부 교체들 둘러싸고 20년의 시차를 두고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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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아는 사이에 전면전 안 할 것”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고문 간의 갈등 확대 가능성에 주목한다. 삼성의 한 전직 사장은 “두 사람이 서로 크고 작은 비밀을 잘 아는 사이여서 전면전을 벌여봐야 본인들과 삼성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 것”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삼성의 또 다른 고위 임원은 이 회장과 이 고문의 관계를 부부에 비유하며 자제를 당부했다. “수십 년 해로한 부부간에도 불화가 있기 마련 아니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부부 중 하나가 배우자 흉을 제3자에게 말하면 큰 사달로 번질 수 있다.” 이학수 고문도 “나와 이 회장의 관계는 세상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이 고문의 인맥을 뿌리째 뽑는 강수를 둘 경우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신경영’을 주창하며 삼성의 관리 라인에 손을 대려고 했을 때 내부의 집단 반발에 부닥친 적이 있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고문을 함께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삼성의 한 전직 사장은 “이 고문과 측근들의 비리는 물이 오래 고이면 썩듯이 장기 집권의 결과”라며 “이 고문을 비서실장, 구조조정본부장, 전략기획실장으로 이름만 바꾸며 2인자 자리에 14년간이나 임명한 장본인이 이건희 회장 자신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회장이 삼성 임직원들의 부정부패를 나무라는 것은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며 “이 회장 자신부터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고문 체제에서 사장을 지낸 한 인사는 “이 회장이 과거 임직원들을 모두 비리 집단으로 모는 것 같다”며 불쾌해했다.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제를 삼성의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친청체제는 위기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일사불란한 대응체제 구축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 회장은 요즘 계열사 사장들에게 직접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다. 삼성 안에서는 애플과의 특허 전면전도 이 회장의 직접적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내우외환 어떻게 돌파할까
하지만 친정체제 이후 각 계열사 사장들의 눈치보기가 심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전략실의 위상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화됐다. 삼성 계열사의 한 간부는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이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없고 힘이 떨어졌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삼성식 경영의 강점은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의 역할-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 역량’이라는 ‘삼각편대론’으로 설명됐다.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제에서는 삼각편대 중에서 오직 하나만 제 기능을 하는 셈이다.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재벌 총수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긍정적 기능이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제 이후 약화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삼성의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삼성의 강점은 관리 능력과 조직의 힘이다.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고려하면 미래전략실과 각사의 전문경영인들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하고, 대주주로서 감시·견제하는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친정체제는 그 반대로 가는 것이다.”
삼성은 애플이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로 미래 정보기술(IT)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 시점에서 가신그룹 정리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이 내우외환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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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삼성의 3세 경영체제 전환을 위한 세대교체 성격의 물갈이다. 이는 지난해 말 인사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고, 큰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는 사장으로 한꺼번에 2단계나 수직상승했다. 이재용 사장은 부회장 승진설과 함께,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밖에 안 돼 내년 이후로 부회장 승진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혼재한다. 재계에선 현대차의 정의선 부회장, SK의 최재원 부회장과 최창원 부회장,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 등 비슷한 연배의 재벌 2~3세들이 이미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이재용 사장이 현재의 이름뿐인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벗어던지고 실질적인 사업책임을 맡을지도 관심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의 승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권 사장은 지난 7월 반도체사업부 사장에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까지 아우르는 디바이스솔루션(DS)사업총괄 사장으로 임명됐다. 권 사장은 삼성전자로의 흡수합병설이 도는 삼성LED와 SMD까지 관장해 삼성전자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사실상 휴대전화 등 완제품 쪽의 최지성 부회장과 권 사장의 투톱 체제로 복귀하는 셈이다.
삼성 사장단의 평균 나이도 더욱 젊어질 것이다. 2009년 말 인사 때 60살 이상 최고경영자를 대거 퇴진시키는 등 지난 2년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에는 9명의 사장 승진자 중 5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도 안 돼 발탁됐다. 올 인사부터 전
셋째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 8월 말 “여성 임원이 사장까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의 후속 조처다. 삼성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의 등장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의 승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마지막으로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현 삼성물산 고문) 인맥에 대한 정리작업이다. 1997년 이후 14년간 삼성의 2인자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은 지난해 11월 삼성물산 고문으로 ‘팽’당했다. 이 고문의 인맥은 옛 그룹 전략기획실 재무라인을 핵심으로 현 미래전력실과 계열사 곳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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