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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싹을 잘라라?

르노삼성차, 삼성의 무노조경영 따라하나… 지난 8월 재설립한 민주노조와 사원대표자위원회 갈등 방관하고 새 노조 권한 사실상 부정해
등록 2011-10-25 15:35 수정 2020-05-03 04:26
지난 8월 르노삼성차 노조가 전국금속노조 지회를 새로 설립한 뒤 사원대표위원회의 노조 탄압이 노골화하고 있다. 사원대표위원회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은 노조 탈퇴 신청서 양식.

지난 8월 르노삼성차 노조가 전국금속노조 지회를 새로 설립한 뒤 사원대표위원회의 노조 탄압이 노골화하고 있다. 사원대표위원회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은 노조 탈퇴 신청서 양식.

지난 8월 전국 금속노조 르노삼성차 지회가 새로 설립됐다. 2009년 영업직 간부 중심으로 설립된 노조가 회사의 탄압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가, 3년 만에 다시 생산직 중심의 민주노조로 탄생한 것이다. 순식간에 노조 가입자가 250여 명으로 불어났다. 노조는 “그동안 노조 대신 단체협약과 임금협상을 맡아온 사원대표자위원회(이하 사대위)가 노동자 대표기구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이념 공세 펴며 노조 공격

하지만 회사 쪽은 곧바로 노조 탄압에 나섰다.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유인물 배포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또 다른 부위원장도 회사 화장실에 노조 벽보를 부착했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가 진행됐다. 회사는 노조와의 단체교섭에도 형식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지난 9월 법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획득하고 몇 차례 예비 접촉을 했지만, 회사 쪽의 소극적인 자세로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회사 쪽의 인식은 지난 9월 새로 취임한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프로보 사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노조와 관련해 “유럽에선 노조가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라면서도 “임직원의 극히 일부가 신규 노조에 가입했고, 이 노조가 전체 임직원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보호되는 노조의 권한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비친다.

사대위는 그사이 공개적으로 노조를 상대로 조합원 탈퇴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의 자주결정권을 금속노조로부터 지켜내자.” “우리의 고용보장과 생존권이 금속노조의 정치이념으로 사라질 수 있다.” 사대위는 노조를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회사에 걸어놓고 이념 공세를 폈다. 사대위 인터넷 사이트에는 버젓이 노조 탈퇴 신청서 양식을 올려놓았다. 이런 공세로 인해 노조원 100여 명이 탈퇴했다.

회사는 이런 사대위의 탈법적 행위에 팔짱을 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대위의 활동은 회사와 전혀 상관없다”며 “노-노 간 갈등에 회사가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관계자는 “만약 노조가 사대위를 공격하는 행동을 하면 회사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회사가 사대위의 불법적 행동을 방관하는 것 자체가 노조 탄압”이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2009년 노조가 설립됐을 때도 ‘탄압’을 한 전력이 있다. 금속노조의 조경석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노조 간부에 대한 미행, 회유, 협박, 부당 인사, 고소 심지어 관할 경찰서 형사를 통한 협박까지 동원해 노조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는 삼성자동차에 뿌리를 둔 르노삼성차의 노무관리는 무노조경영을 내거는 삼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르노삼성차의 행태는 르노가 2004년 국제금속노련(IMF)과 노조 설립과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제노동기본협약(IFA)을 체결한 사실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협약은 르노그룹 산하 전세계 사업장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협약의 핵심은 단결권·단체교섭권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98호의 준수다. 신임 사장의 취임 기자회견 발언부터 이 협약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노동기본협약에 위배돼

금속노조는 국제금속노련 및 프랑스 금속노조와의 국제 연대를 통해 르노삼성차의 국제노동기본협약 위반을 시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속노조는 “만일의 경우 르노닛산에 의해 제2의 쌍용차 같은 ‘먹튀’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조가 하루속히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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