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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효율이냐, 조세 인상이냐

복지재정 정당 설문 결과, 당 크기와 반비례한 응답 충실도… 시급한 복지분야에서 한나라·진보신당 의견 일치하기도
등록 2011-07-29 20:26 수정 2020-05-03 04:26
지난 5월30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구진포 4대강 사업 현장에서 굴착기 여러 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은 재정안정성을 흔든 또 하나의 변수였다. 한겨레 김명진

지난 5월30일 전남 나주시 다시면 구진포 4대강 사업 현장에서 굴착기 여러 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은 재정안정성을 흔든 또 하나의 변수였다. 한겨레 김명진

정당들에도 공동 질문을 보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매우 긴 답을 보내왔다. 부탁한 마감시각이 지나서야 도착한 한나라당의 답변이 가장 짧았다. 주관식 설문에는 동문서답까지 담아서 곤혹스러웠다(적절하지 않은 답은 지면 사정상 이곳에는 싣지 않았다). 설문 응답에 대한 선호를 떠나 내용만 봤을 때, 응답의 충실도는 대체로 당의 크기와 반비례했다. 설문지는 4당의 정책위원회를 통해 돌려받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다음 응답이 당의 공식 방침은 아니라고 밝혀왔다. 두 당은 모두 “복지재정 문제에 대한 당론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아래 응답은 정책위에서 논의되는 여러 가지 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1. 현재와 미래의 우리나라 사회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현재의 복지지출 수준이 어떻다고 보십니까?
>① 매우 높다 ② 높은 편이다 ③ 적절하다 ④ 낮은 편이다 ⑤ 매우 낮다

◆한나라당: ④ 낮은 편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0%가 넘는 복지지출이 이루어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민주당: ⑤ 매우 낮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고, 소득수준은 1인당 2만달러가 넘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복지·환경 등 사회적 투자가 부족했던 과거 재정 운용 구조를 지속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의 낮은 지출 수준은 OECD 각종 복지투자 지표를 비교해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민주노동당: ⑤ 매우 낮다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이 2010년 8.9% 수준으로 OECD 국가 평균인 21.2%의 3분의 1 수준이다.

◆진보신당: ⑤ 매우 낮다
한국의 복지지출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정당들이 말하는 우리날 복지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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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여건 등을 고려할 때, 2030년께 우리나라의 적정 복지지출 규모는 어느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나라당: 15%
복지 수요 증가와 인구 고령화 등을 고려했다.

◆민주당: 20%
2007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복지지출 비중은 GDP의 19.6%이다.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으로는 가야 한다.

◆민주노동당: 40%
비정규직, 청년실업 등을 포함한 노동복지와 주택 분야, 복지 사각지대 해소, 고령화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GDP 대비 복지지출을 현재 8~9%에서 해마다 2%포인트씩 늘려 2020년께 30%로 안착시켜야 한다. 이후 복지 수요를 고려해 2030년까지는 해마다 1%포인트씩 늘려 2030년에는 40%까지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보신당: 30%
OECD 국가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GDP 30% 수준으로 수렴한다고 본다.


정당들이 말하는 우리날 복지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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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음 복지 부문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확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3개를 우선순위에 따라 정해주시길 바랍니다.
① 연금 ② 보건의료 ③ 가족 ④ 고용정책 ⑤ 실업급여 ⑥ 주거지원 ⑦ 공공부조 ⑧기타

◆한나라당: ④ 고용정책 ② 보건의료 ① 연금
(상세 설명 없음)

◆민주당: ⑥ 주거지원 ⑤ 실업급여 ② 보건의료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정책’은 취약계층에게는 ‘집중적인’ 보장을, 급식·의료·보육 등 핵심 영역에 대해서는 ‘보편적인’ 보장을 하자는 것이다. 물론 저소득·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 지원이 보편적 복지정책보다 우선한다.

◆민주노동당: 노동(④+⑤), 교육·의료(②+③)
우리 사회에는 실업과 비정규직노동 등 고용시장의 불안정 문제가 놓여 있다. 이로 인한 사회 양극화의 결과는 민생 파탄이다. 복지 문제가 광범한 지지와 공감을 얻는 사회적 의제로 부각된 것도 따지고 보면 고용시장 불안정에서 유래한다. 소득이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절대빈곤율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11.1%에서 14.4%로 늘어난 터에 복지예산은 부족할 뿐이다.

◆진보신당: ④ 고용정책 ② 보건의료 ① 연금
소득은 크게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노동시장은 시장임금을 형성하는 1차 분배 영역으로, 소득분배의 핵심이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 저소득 자영업자 증가, 낮은 고용률, OECD 최고의 저임금 노동자 비중, 근로빈곤층 증가 등 심각한 소득 양극화를 겪고 있다. 보건의료 문제에 관해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60% 수준으로, OECD 국가 건강보장제도의 보장률 평균 85%에 못 미친다. 또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살 이상 고령자 가구의 45%가 상대적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4. 늘어나는 복지지출에 대한 재원 확충 방법으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중요한 순서대로 적어주시길 바랍니다.
① 조세(사회보험료 포함) 인상 ② 세출 구조조정 ③ 채무 증대 ④ 복지지출 효율화 ⑤ 기타

◆한나라당: ④ 복지지출 효율화 ② 세출 구조조정 ① 조세(사회보험료 포함) 인상
복지 혜택의 중복 지급을 중단하고 적정한 대상을 선정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복지 전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민주당: ② 세출 구조조정 ④ 복지지출 효율화 ① 조세(사회보험료 포함) 인상
낭비적 지출을 축소하는 강도 높은 ‘재정지출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재정지출 개혁을 통해 소비성·중복성·선심성 예산을 줄여서 과도한 재정 팽창을 막아야 한다. 복지 분야에서도 전달 체계를 개혁하고, 건강보험료 부과 기반을 확대하는 등 개혁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① 조세(사회보험료 포함) 인상 ② 세출 구조조정 ④ 복지지출 효율화
조세체계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조세제도는 총량적으로 세수 부담이 지나치게 적다. 그래서 재정수지가 악화하고 국가 채무가 증가할 수 있다. 질적으로 봐도, 비과세 감면으로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 재정지출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재정지출 가운데 사회간접자본 분야의 지출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지출 효율성에서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선심성· 낭비성 지역 개발에 쏟아붓기식으로 예산을 썼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① 조세(사회보험료 포함) 인상 ② 세출 구조조정 ④ 복지지출 효율화
앞에서 열거한 방법들은 우선순위로 골라낼 대상이 아니라, 동시에 함께 추진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재정이 열악한 것은 기본적으로 ‘작은 세입-작은 지출’에서 오는 구조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 복지재정을 확대하려면 ‘적정세입-적정지출’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재정의 근간이 되는 조세수입을 일정하게 확대해나가야 한다. 또한 낮은 세입, 낮은 복지지출 때문에 세계 최하위 수준의 부실한 소득재분배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도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적정 과세와 복지지출 확대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복지와 세금은 동전의 양면일 수밖에 없고, 복지국가는 필연적으로 조세재정 개혁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5. 현재의 복지 확충 요구가 재정건전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① 매우 동의한다 ② 동의하는 편이다 ③ 중립적이다 ④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⑤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② 동의하는 편이다

◆민주당: ③ 중립적이다
예산은 풍선과 같다. 한쪽이 늘어나면 다른 쪽은 줄어들게 돼 있다. 따라서 복지 분야 예산이 증가하면 다른 분야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 ⑤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
재전건정성이 나빠지는 이유는 지출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수가 부족해서다. 우리나라는 OECD 최저 담세율 국가 가운데 하나다. 또한 4대강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한국처럼 재정을 많이 지출하는 나라는 드물다.

◆진보신당: ⑤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의 복지 확대 요구에도 불구하고, 4대강 공사비와 부실투성이의 무기를 구입하느라 복지예산은 OECD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예산만 돌려도 충분히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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