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0년 11월27일 경북 포항시 효자동 포스코 사원주택단지 안에 있는 효자아트홀. 실내를 꽉 채운 900여 명의 포스코 가족들은 포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창단 기념 연주회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포스 필하모닉은 포스코의 직장 동호회다. 회사의 4조2교대 시범운영을 계기로 2010년 9월 전격 창단됐다. 테너색소폰을 부는 제2선재공장의 권순갑(54)씨는 “창단 뒤 매주 3일, 하루 4시간씩 맹연습을 했다”면서 “일반 직장에서도 힘든 오케스트라 동호회를 만들어 2개월여 만에 창단 연주회를 할 수 있었던 것은 4조2교대로 휴무일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라고 감격해했다.
#2. “우리 아빠는 친구 아빠들과 회사에 가는 시간이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는 벌써 회사에 가셨을 때도 있고, 우리가 잠든 깜깜한 밤에 오실 때도 있다. 아침에 주무시는 걸 보고 학교에 다녀오면 이미 회사에 가시고 없다. 그런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주 신나는 일이 있었다. 아빠가 4일씩 쉬게 되셔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빠와 처음 가본 부산 여행이었다. 친구들도 너무 부러워했다. 아빠, 사랑해요~.”(이은서 광양제철남초등학교 3학년·광양제철소 화학시험과 이경호씨 딸)
#3. “그동안 경남 삼천포의 부모님 집에 거의 못 갔는데, 4조2교대로 휴무일이 늘어난 뒤에는 거의 매달 한 번꼴로 찾아가 가족과 고향 친구들을 만나고, 농사일도 도울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의 라임공장에서 일하는 송덕호(45)씨는 4조2교대 전환 이후 가족 및 친구 관계가 좋아지고, 신앙 생활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한다. 송씨는 “노후 대비로 휴무일에 요리를 공부해서 현재 2개인 자격증을 하나 더 늘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휴무일 연간 103일에서 190일로
글로벌 5위의 철강사이자 한국의 대표 기업인 포스코가 일부 계열사 및 외주협력사와 함께 4조2교대로 전환한 이후 직원들과 그 가족의 생활이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들이다.
포스코가 4조2교대 시행을 통한 노사 상생경영으로 2011년 신묘년의 벽두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4조2교대는 2개조가 12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2개조는 휴무를 하는 근무방식이다. 개별 직원들의 근무는 ‘주간 2일 근무→야간 2일 근무→휴무 4일’ 순서로 진행된다. 기존 4조3교대 방식(3개조가 8시간씩 교대근무, 나머지 1조는 휴무)에 비해 직원들의 연간 근무일이 262일에서 175일로 줄고, 대신 휴무일이 103일에서 190일로 늘어난다(표1 참조). 연간 근무시간은 1920시간으로 종전과 같지만, 1년의 절반 이상이 휴무일로 탈바꿈한다. 휴무가 늘면서 직원들이 충분한 휴식과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포항제철소 화성공장의 박상모(52)씨는 “주야 근무 4일만 휴가 내면 최장 12일까지 쉴 수 있어 장기 해외여행도 가능하다”고 자랑한다. 포스코의 외주협력사로 4조2교대를 시범운영 중인 만서기업의 고건태 반장은 “4일을 쉬면 지루할 줄 알았는데, 약초산행 동호회 활동과 취미, 운동, 자기계발 등으로 오히려 전보다 더 바빠졌다”고 웃는다. 휴무일 스케줄을 미리 꼼꼼히 짜서 자투리 시간까지 알차게 보내려는 직원도 보인다. 부인들도 남편이 가사를 거들어주고 아이들 공부까지 챙겨주면서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4조2교대는 포항시 상권에도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은 종전 4조3교대 시절에는 밤 11시 ‘오후조’ 근무가 끝나면 퇴근길에 술 한잔 걸치는 게 일상이었다. 스크린골프장이 밤샘 영업을 하는 곳은 전국에서 포항이 유일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4조2교대로 교대 시간이 아침 7시와 저녁 7시 두 차례로 바뀌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직원들이 술자리를 줄이고 취미와 자기계발에 신경을 쓰면서 포항 시내의 술집과 음식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포스코는 2010년 7월부터 포항과 광양 제철소에서 각각 8개씩 총 16개 공장에서 6개월간 4조2교대 1차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어 10월16일부터 29개 공장이 2차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과 포스코파워도 동참했다. 제철소에서 함께 일하는 100여 개 외주협력사 중에서도 5개가 4조2교대를 부분 또는 전면 시행 중이다. 포스코 해외 법인인 멕시코 아연도금강판공장도 7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21세기 지식 기반 경제에서 혁신이 성공하려면 노사 간 신뢰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4조2교대 도입 과정에서 쌓인 노사 간 소통과 신뢰는 포스코의 전통적인 군대식 기업문화까지 바꾸는 촉매제 구실을 하고 있다.4조2교대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그 이유를 “직원들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포항제철소의 근로자 대표기구인 노경협의회의 전기강판공장 대표인 김상옥(49)씨는 정 회장이 젊은 시절 광양제철소에서 일할 때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정 회장이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는데, 같이 일하던 생산직 근로자들은 퇴근 준비를 안 하는 거예요. 정 회장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물었죠. 그렇게 해서 현장 직원들이 퇴근하고 싶어도 못하는 속사정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당시 포스코는 별도 휴무일이 없는 3조3교대 시절이었다. 근로자들은 5일 야근조(밤 11시~아침 7시)→5일 오후조(오후 3시~밤 11시)→5일 오전조(아침 7시~오후 3시) 순서대로 일했다. 오후조 마지막 날이 가장 힘들었다. 밤 11시에 퇴근한 뒤, 오전조 첫쨋날인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바로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근한 뒤 다시 출근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직원들은 회사에서 그냥 잠을 잤다. 김상옥 대표는 “공장에서는 흔히 ‘곱빼기 근무’라고 부르는데, 당시 안타까움이 컸던 정 회장은 이후 독일 근무 때 외국 철강사들 사례를 혼자 공부하며 교대근무제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사라진 ‘곱빼기 근무’정 회장은 2008년 취임 때 임기 중에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4조2교대 전환을 통한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꼽았다. 정 회장의 말대로 4조2교대 전환 이후 직원들의 삶의 질은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 전기강판공장의 김상옥 대표는 “우리 공장은 애초 제도 시행에 가장 반대가 심했던 곳 중 하나인데, 지금은 아내나 아이들부터 아주 좋아한다”면서 “이러다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한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동아리 활동 비용을 보조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외부 교육기관을 연계해주는 등 휴무일 활용을 적극 지원한다. 포스 필하모닉의 권순갑씨는 “회사에서 음향시설을 갖춘 연습실 제공, 큰북처럼 개인 소장이 어려운 특수 대형 악기 임대, 연습비 지원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10년 12월10일 1차 시범운영 직원들을 대상으로 2011년 1월1일부터 본시행 여부를 묻는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75.2%의 높은 찬성률이었다. 법상 근로조건을 변경할 때는 5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규정을 가볍게 충족한 것은 물론, 10월 말 정년 연장을 묻는 직원 투표에서 기록한 72%보다도 높았다. 직원들 스스로도 “너무 높게 나왔다”고 깜짝 놀랐다. 포스코의 여재헌 노무외주실장(상무)은 “내심 80% 찬성률을 욕심냈지만, 직원들 반응이 매우 좋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3월 말로 예정된 2차 시범운영 공장들의 찬반 투표 결과도 낙관하는 분위기다. 아직 4조3교대를 운영 중인 나머지 공장들의 추진 일정은 곧 노사가 협의할 예정이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늦어도 올 하반기 중에는 포스코 전체가 4조2교대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켐텍의 김대생 상무는 “시범운영을 하지 않는 공장의 직원들도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면서 “아마 지금 투표를 하면 반대하는 직원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4조2교대 전환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12시간 연속 근무에 따른 피로였다. 특히 12시간 야간근무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다른 곳은 몰라도 뜨거운 쇳물과 무거운 철강을 다루는 포스코는 12시간 근무가 무리다. 앞으로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직원들의 사기와 제품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회사 인터넷 게시판에는 직원들의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노경협의회도 반대하는 직원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가 2010년 1월 말 포스코의 4조2교대 추진 계획을 단독 보도한 뒤, 김진일 포항제철소장은 직원들을 무마하기 위한 전자우편까지 보냈다. 포항제철소 열연공장의 박상섭(53)씨는 “열연공장은 연속 라인으로 구성돼 있어, 12시간 연속 근무로 인한 업무 부담 증가에 대한 걱정이 심했다”고 회고한다. 일부는 회사가 인건비 축소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까지 했다. 4조3교대 시절에는 개인 사정으로 출근을 못하는 동료를 대신해 대리근무를 섰다. 하지만 4조2교대는 근무시간이 길어 대리근무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한 달에 두세 번씩 하던 대리근무가 없어지면, 바로 월급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그 외에도 갖가지 우려가 쏟아졌다. “가족이 싫어한다” “휴일에 뭐하고 지내냐” “돈만 많이 쓰게 된다” 등등. 4조2교대는 노동자를 기계화하는 제도로, 국내외에서 이미 실패했다거나 휴일에는 각종 학습이나 청소에 동원될 것이라는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말까지 돌았다. 포스코 직원들의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평균연령이 40대 후반으로 많다 보니, 아무래도 새로운 변화에 소극적인 보수적 성향도 한몫을 했다.
제품 불합격률 1%에서 0.6%로 감소
포스코의 김관영 노무그룹리더는 “직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4조2교대 전환에 따른 업무 부담 증가를 완화하는 데 최우선점을 뒀다”고 말했다. 첫째, 중간 휴식시간을 40분에서 1시간으로 연장했다. 또 휴게시설을 확대하고, 안마의자와 간이이불을 새로 비치했다. 일부 자회사는 직원용 헬스센터를 늘렸다. 둘째, 시설자동화 투자를 통해 업무 부담을 줄였다. 셋째, 직무 다기능화를 통해 한 사람이 한 가지 일만 하던 방식에서 2~3가지 일을 교대로 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포항제철소 품질기술부의 정승용(48)씨는 “힘든 업무와 덜 힘든 업무를 돌아가며 함으로써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직원들 간에 업무 분담도 공평하게 됐다”고 직무 다기능화의 장점을 설명했다. 한 가지 일을 지속하는 데 따른 지루함도 덜어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앞으로는 한 사람이 운전·정비를 모두 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렇게 되면 기계가 고장나더라도 정비 담당자가 올 때까지 작업을 멈추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수리 작업을 할 수 있어 생산성이 더 오르게 된다.
4조2교대 시범운영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공장 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신청하도록 했다. 노사합동연구반을 설치해 공장의 신청이 들어오면 철저한 실사를 통해, 휴게시설 확보와 시설투자 등 시행 조건을 제대로 갖췄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직원들도 회사가 약속을 지키자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노사 간에 소통과 신뢰가 쌓이는 성과가 부수적으로 얻어졌다.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제강공장의 최학록(45)씨는 “현장에서 직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면 회사가 바로 해결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시한을 제시한 뒤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자 회사에 대한 신뢰가 저절로 높아졌다”면서 “직원들의 높은 찬성률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21세기 지식 기반 경제에서 혁신이 성공하려면 노사 간 신뢰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4조2교대 도입 과정에서 쌓인 노사 간 소통과 신뢰는 포스코의 전통적인 군대식 기업문화까지 바꾸는 촉매제 구실을 하고 있다.
4조2교대 시행이 직원들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회사도 생산성이 높아져 상생 효과를 내고 있다. 광양제철소 제2열연공장은 2010년 10월부터 제품의 불합격률이 1%에서 0.6%로 낮아졌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제철소장의 표창까지 받았다. 우수 제안 건수도 급증했다. 4조3교대 때는 월평균 4.3건이었는데, 4조2교대 뒤에는 10.6건으로 147% 늘어났다. 광양제철소의 양원준 인사노무그룹리더는 “교대 횟수 감소를 통해 로스타임이 줄고, 직원들이 충분한 휴식으로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고, 직무 다기능화를 통해 한 가지 일만 하던 지루함에서 벗어난 것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교대조 근무를 릴레이에 비유한다면 교대는 바통 터치에 해당한다. 바통 터치를 할 때 실수가 많이 나오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고는 교대 시점에 발생한다. 교대 횟수를 하루 3번에서 2번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또 4조3교대 때 524회였던 직원 한 사람당 연간 교대 횟수는 4조2교대에서 349회로 줄어든다. 교대 시간이 10~20분 정도니까, 이것만으로도 1인당 최대 60시간이 생산에 더 투여된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도 쏠쏠하다. 4조3교대에서 연간 근무일은 262일로, 출퇴근 시간은 한 사람당 524시간이다. 4조2교대로 바뀌면 근무일이 174.5일로 줄면서 출퇴근 시간도 175시간이 절약된다.
사내교육·자기계발 확대, 지식근로자로…
4조2교대의 효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사내 평생학습이 활성화하면 그 효과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포스코는 시범운영 기간 중에 사내교육을 월 1회로 확대해, 연간 100시간 정도를 확보했다. 종전까지 월 3시간씩 연간 36시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교육의 양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질도 심화됐다. 예전에는 주간조 근무가 끝나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다. 하지만 8시간 일을 마친 뒤 교육을 하자니 직원들이 피곤해하고, 교육 효과도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휴무일 중에서 하루를 잡아 교육을 한다. 평일 임금의 1.5배인 휴일수당도 받기 때문에 임금 증가 효과까지 있다. 과거 설비 청소 위주였던 교육 내용도 공장마다 특성을 살려 다양해졌다. 4조2교대 전환에 필요한 직무 다기능 교육은 물론 안전교육, 직무교육, 심지어 교양교육까지 한다. 교육 방식도 과거 주입식에서 토론식으로 바뀌어 흥미를 더한다. 오후 교육 시간은 가족과 함께 레포츠를 즐기는 것으로 활용하는 부서도 있다. 포스코 직원들은 “처음에는 다 늦은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불평도 있었는데, 지금은 일부 직원들이 유급 교육을 더 늘려달라고 요청할 정도”라고 말했다. 화성공장의 박상모씨는 “사내 평생학습은 물론 자기계발 학습에서도 이제는 전문가들에게 제대로 배우려고 노력하는 직원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자발적으로 지식근로자가 되려고 하는 직원들의 열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앞으로 사내 학습 시간을 월 2회, 연간 200시간 이상으로 2배 늘릴 계획이다.
4조2교대 전환을 통한 포스코의 혁신은 정준양 회장이 취임 이후 강조한 ‘포스코 3.0 시대’를 달성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창립 50주년이 되는 2018년까지 그룹 매출을 현재의 두 배인 100조원으로 끌어올리는 비전을 제시하며, 4조2교대를 통해 기술력이 세계 최고인 신일본제철을 뛰어넘자고 강조한다. 근로자들이 늘어난 휴무일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일부를 학습에 투입해 지식근로자로 거듭나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생산성까지 향상시키는 노사상생의 뉴패러다임 경영이 가속화하면 정 회장의 야심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국내 기업은 선진국처럼 일과 삶의 조화가 가능한 4조와 5조 교대의 비중이 1.3%에 그친다. 근무조를 2조나 3조에서 한 조씩 더 늘리면 고용이 50%, 33%씩 늘어나 심각한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포스코의 노사상생 혁신은 직원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고용 안정에 힘쓰는 인간중심경영이라는 점에서, 이익 극대화를 이유로 대량 감원도 마다하지 않는 기존 대기업의 ‘고용 없는 경영’에 대한 대안의 의미도 갖는다. ‘교대조 확대’와 ‘평생학습’을 골자로 한 뉴패러다임은 2004년 이후 국내 300여 개 기업에 도입돼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중견기업으로는 2008년 부산의 대한제강이 도입했고, 대기업으로는 2009년 말에 동부제철이 충남 당진의 열연공장에 한해 시범운영에 들어간 것이 고작이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포스코의 4조2교대 도입은 인근 지역은 물론 한국 기업 전체로 뉴패러다임을 확산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벌써 포항과 광양의 인근 공장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 광양제철소의 양원준 인사노무그룹리더는 “인근 여천단지는 물론 멀리 광주에서도 4조2교대에 대한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천단지에는 호남석유화학·GS칼텍스·한양화학·KCC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석유화학공장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4조3교대다. 노사가 의지만 있다면 포스코처럼 4조2교대로 전환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열연공장의 박상섭씨도 “인근 철강회사의 근로자들도 동호회에서 만나면 4조2교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교대조 늘리면 고용 50%까지 증가
국내에서 교대제를 시행하는 민간 기업의 비율은 2007년 현재 11.22%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클수록 교대제 시행 비율이 높아, 실제 교대근무 근로자의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대조 형태는 2조2교대가 64.28%로 가장 많다. 다음은 격일교대 18.99%, 3조3교대 8.87%, 4조3교대 1.05% 등의 순서다. 근로자 부담이 심한 2조2교대나 격일교대를 합치면 83.3%에 달한다. 선진국처럼 일과 삶의 조화가 가능한 4조·5조 교대의 비중은 1.3%에 그친다. 근무조를 2조나 3조에서 한 조씩 더 늘리면 고용이 50%, 33%씩 늘어나 심각한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큰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 추세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그 의미는 더 각별하다.
고용노동부는 2011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긴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을 2012년까지 1950시간대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포스코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인 1920시간과 거의 비슷하다. 뉴패러다임센터에서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이영호 박사는 “포스코를 계기로 일자리 나누기와 기업혁신이 가능한 교대제 개편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앞으로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항·광양=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 |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홍장원, 헌재 스크린에 메모 띄워…“윤석열 ‘싹 잡아들여’ 지시” [영상]
15억 인조잔디 5분 만에 쑥대밭 만든 드리프트…돈은 준비됐겠지
윤석열 “간첩 싹 잡아들이라 한 것” 누가 믿을까? [2월5일 뉴스뷰리핑]
트럼프 “미국이 가자지구 소유할 것”…강제 이주 또 주장
[단독] “나경원 해임 기사 보내니 용산 사모님이 좋아하네요”
“급한 일 해결” 이진숙, 방송장악 재개?…MBC 등 재허가 앞둬
“계몽령” 전한길, 윤석열이 띄우는 ‘국민변호인단’ 참여
오요안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민낯은 ‘비정규 백화점’ 방송사
[영상] 피식, 고개 홱…윤석열, 체포명단 폭로 홍장원 노골적 무시
“희원이 쉬도록 기도해줘” 구준엽이 끝내 놓지 못할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