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4조2교대 시행이 실패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확신합니다.”
문국현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전 유한킴벌리 대표·창조한국당 대표)는 포스코의 4조2교대 도입을 통한 경영혁신의 성공을 의심치 않았다. 문 대표는 4조2교대 전환과 직장 내 평생학습 체제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뉴패러다임 경영혁신의 선구자다. 지난 1998년 유한킴벌리(YK)에서 뉴패러다임을 국내 처음으로 시행한 뒤 놀라운 경영성과를 올리며 ‘YK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2010년 창조한국당 대표를 사임한 뒤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를 만들어 국내는 물론 중국 기업들의 뉴패러다임 도입을 돕고 있다. 문 대표는 “중국 기업들이 지금은 한국의 뉴패러다임을 배우고 있지만, 최고경영자들의 강한 의지를 감안할 때 몇 년 뒤에는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중국에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4조2교대 1차 시범 운용 공장들을 대상으로 본 시행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한 결과 75%가 찬성했다. 애초 반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인 것 같다.=4조2교대가 노동자들의 생활리듬을 완전히 바꾸는 큰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히 높은 찬성률이다. 노동자들이 4조2교대를 6개월간 경험한 뒤 자신에게 좋은 제도라는 걸 저절로 안 것이다.
-그동안 뉴패러다임이 유한킴벌리의 성공을 바탕으로 300여 개 국내 기업에 도입돼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대기업들의 참여가 없는 게 아쉬웠다. 한국 대표기업인 포스코의 4조2교대 시행의 의미를 어떻게 보나.=4조2교대의 성공은 전세계 수많은 사업장과 국내에서 이미 입증됐다. 하지만 포스코와 같은 중공업, 그것도 세계적 규모의 대기업에서 성공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4조2교대가 24시간 교대조를 운용하는 모든 산업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2010년 11월 사회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이 공표되면서 2011년은 사회책임경영이 본격화하는 첫해가 될 것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소극적이었는데, 포스코가 4조2교대 시행을 통해 사회책임경영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대한민국 산업계와 전체 경제 측면에서도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학습 기회를 늘림으로써 국가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이 국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해달라.=휴무일이 많아져 자신을 돌보고 가족·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 건강이 좋아지고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기면 다른 사람과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가 생겨난다. 남에 대한 배려는 좀더 알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지면서 학습이 늘어난다. 이는 다시 학습 내용을 현실에 적용하고자 하는 의욕과 창조적 행위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과 가정,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국가 전체의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4조는 물론 5~6조 근무도 적지 않다. 특히 병원·군대·경찰·금융 등 24시간 서비스가 이뤄지는 부분은 교대조 확대가 필수다. 선진국의 고용률이 높은 것은 교대조 확대를 통해 노동자의 일하는 시간이 우리보다 짧기 때문이다.”-선진국에서는 4조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교대조가 운영되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는 노동자의 부담이 큰 2조나 3조가 여전히 많지만, 선진국들은 4조는 물론 5~6조 근무도 적지 않다. 특히 철강·석유화학 같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병원·군대·경찰·금융 등 24시간 서비스가 이뤄지는 부분은 교대조 확대가 필수다. 선진국의 고용률이 높은 것은 교대조 확대를 통해 노동자의 일하는 시간이 우리보다 짧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혁신에 대해 지역 내 다른 기업들도 관심이 높다. 4조2교대가 포스코 인근 지역, 나아가 국내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아주 높다고 생각한다. 한국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255시간으로 세계 최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인 1766시간에 비해 31.7%나 많다. 정부는 2012년까지 이를 1950시간으로 줄일 계획이다. 포스코가 4조2교대(연간 노동시간 1920시간)와 평생학습을 통해 노동자 자신과 가정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일과 직장의 안정성과 생산성을 높이면 다른 기업이 안 쫓아올 수 없을 것으로 본다. 포스코가 산업계와 국민경제 전체의 도약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포스코 제철소에는 100여 개 외주협력사들도 함께 일한다. 포스코의 혁신이 성공하려면 1만7천여 외주협력사 직원들도 함께 4조2교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비용 문제 등이 장애가 되는 것 같다.=경영혁신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포스코와 외주협력사의 근무교대를 일치시키는 ‘동조화’가 필수다. 당연히 함께 4조2교대를 시행해야 한다. 4조2교대 전환에 따라 늘어나는 비용이 있지만, 오히려 줄어드는 비용이 더 많다. 당장 교대 횟수가 하루 3번에서 2번으로 줄어들면서 비용절감 효과가 적지 않다. 포스코는 고객관리 차원에서도 외주협력사의 혁신이 꼭 필요하다. 포스코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은 포장·운송을 맡는 외주협력사들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멀리 보고 외주협력사들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뉴패러다임은 원래 교대조 확대를 통한 일자리 증가 효과가 강조돼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3조에서 4조로 전환한 기업들을 보면 고용이 생각보다 늘지 않는 것 같다. 뉴패러다임의 고용확대 효과가 약해지는 것일까.=이론적으로는 교대조를 3조에서 4조로 확대하면 고용이 33% 늘어나야 하지만, 기업들로서는 당장의 인건비 부담이 크니까 인원은 그대로 둔 채 교대조만 늘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를 무리하게 시행하면 노동자들이 쉽게 피로하게 되어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그리고 뉴패러다임의 고용 효과는 2차적인 일자리 창출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노동자들의 학습 수요가 늘면 지역 교육기관이나 학원, 대학 등의 관련 산업이 발달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뉴패러다임센터를 만들어 모델 확산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센터의 예산을 줄이고 책임자를 자주 바꾸는 등 파행적 운영을 거듭하더니 2010년 5월 아예 폐쇄했다. 대선 경쟁자이던 문 대표가 주창한 사업이라는 정치 논리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인 상황에서 안타까운 일이다.=지금 국제사회에서는 사회책임경영의 표준인 ISO 26000 시대를 넘어 ‘일과 삶의 균형’ ‘평생학습’에 관한 국제표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세계는 또 경제위기로 인한 일자리 부족과 사회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지식경영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기회를 넓히고자 노력 중이다. 정부가 하루속히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가 글로벌 사회의 움직임을 선도했으면 좋겠다.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뉴패러다임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중국의 한 대기업 그룹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컨설팅을 시작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11년 3월 초까지는 본 계약을 맺고, 5월부터는 실제 사업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어떤 그룹인지 소개해달라.=아직 구체적인 이름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산하 기업체 수가 정보기술·금융 등을 포함해 30여 개고 작업장 수가 수십 개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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