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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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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지휘로 포스코 끌어주고 산업은행 밀어주고?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에 특혜 의혹…

포스코는 비싸게 지분 매입, 산업은행은 손해 감수하며 신주인수권 처분,

성진지오텍 회장은 300억원 ‘횡재’
등록 2010-10-21 16:43 수정 2020-05-03 04:26
지난 3월 초 포스코 인수설이 돌기 시작하면서 성진지오텍의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 3개월 동안(2009년 12월~2010
2월)의 평균 주가인 8271원을 기준으로 하면, 포스코가 지급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90%를 넘는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왼쪽)이 지난 3월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뒤 7월15일 성진지오텍 전정도 회장과 함께 회사를 둘러 보고 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면서 전 회장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준 주가의 100% 가까이 인정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왼쪽)이 지난 3월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뒤 7월15일 성진지오텍 전정도 회장과 함께 회사를 둘러 보고 있다.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면서 전 회장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준 주가의 100% 가까이 인정해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세상에 ‘눈먼 돈’은 없다. 항상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간 거래에서는 특히 그렇다. 만약 어떤 기업이 거래 상대방에게 이유 없이 큰 특혜를 베풀었다면, 그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 때가 많다. 때로는 비리·부정이 개입됐을 수 있고,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올해 들어 이뤄진 포스코와 산업은행, 성진지오텍 간의 대규모 주식거래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도설에 시달리던 기업에 프리미엄

포스코는 코스닥 기업인 성진지오텍의 경영권 인수를 위해 전 대주주의 주식 중 일부를 사들이면서 100%에 가까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해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안겨줬다.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사들인 주식과 비슷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증서)을 성진지오텍의 전 대주주에게 임의로 매각해 역시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넘겨줬다.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기업인 포스코와 산업은행이 공동으로 특정인과 특혜성 주식거래를 한 것을 두고 포스코 내부와 야당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실세가 배후에서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포스코, 산업은행, 성진지오텍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3월17일 성진지오텍 제1대 주주인 전정도 회장에게서 440만 주, 미래에셋 계열 3개 사모펀드로부터 794만5110주 등 총 1234만5110주(40.37%)의 성진지오텍 주식을 1593억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포스코는 당시 주식 매입가를 주당 1만2900원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실제 주식 매입가는 미래에셋의 경우 주당 1만1천원인 반면 전정도 회장과의 거래에서는 1만6331원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지난 3월 초 포스코 인수설이 돌기 시작하면서 성진지오텍의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 3개월 동안(2009년 12월~2010년 2월)의 평균 주가인 8271원을 기준으로 하면, 포스코가 지급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미래에셋이 30% 선인 반면 전 회장은 90%를 넘는다. 전 회장은 미래에셋의 매도 가격에 비교하면 235억원의 자본이득을 추가로 얻은 셈이다.

포스코는 이와 관련해 “성진지오텍의 경영권 인수를 위해서는 미래에셋 보유 지분만으로는 부족해, 전정도 회장의 주식을 추가 인수하는 것이 꼭 필요했다”면서 “성진지오텍의 기업 가치를 감안하면 적정 가격을 치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회계사)은 “일반적으로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해 지급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30% 정도”라면서 “포스코가 지급한 100%에 가까운 프리미엄은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성진지오텍은 울산에 본사가 있는 중공업체로, 플랜트와 발전·담수·모듈설비 제작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2004년 이후 활발한 해외 수주로 불과 4년 사이 매출이 6배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으나,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해 3천억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입으면서 경영난에 봉착했다. 포스코의 경영권 인수 당시 성진지오텍은 끊임없는 부도설과 최악의 경영실적에 시달리던 터라 과도한 프리미엄을 요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결국 전정도 회장은 포스코에 성진지오텍 주식 445만 주를 주당 1만6331원에 팔고, 대신 산업은행에서 445만9920주를 주당 9620원에 사들여, 보유 주식 수는 변함없으면서 3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자본이득을 챙기는 ‘횡재’를 했다.

또 산업은행은 전정도 회장이 포스코에 주식을 매각하기 직전인 3월11일 이미 갖고 있던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붙어 있는 신주인수권을 주당 5135원(프리미엄)을 받고 총 229억원에 전 회장에게 매각했다. 주식 전환 가격인 4485원을 감안하면 전 회장으로서는 주당 9620원에 445만9220주를 확보한 셈이다. 결국 전 회장은 포스코에 성진지오텍 주식 445만 주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1만6331원에 팔고, 대신 산업은행에서 445만9920주를 주당 9620원의 싼 값에 사들인 것이다. 보유 주식 수는 변함없으면서 3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자본이득을 챙기는 ‘횡재’를 했다. 산업은행은 전 회장에게 신주인수권을 넘긴 이유에 대해 “2009년 성진지오텍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할 때 전 회장에게 경영권 보장 차원에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기로 약정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산업은행, 성진지오텍, 전 회장 등 3자가 체결한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전 회장에 대한 우선매수권 부여 조항은 없었다.

포스코와 산업은행의 성진지오텍 주식거래 흐름도

포스코와 산업은행의 성진지오텍 주식거래 흐름도

산업은행, BW 조기 매각으로 115억원 손해 자초

산업은행이 전 회장에게 신주인수권을 조기 매각한 점도 의문이다. 포스코의 경영권 인수는 당연히 증시에 호재로 받아들여져, 향후 주가 상승이 당연시되는 상황이었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조기 매각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성진지오텍의 주가는 매각 당일 1만350원에서 10월14일 현재 1만9천원까지 급등했다. 산업은행이 신주인수권을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시점도 신주인수권의 84%는 불과 보름 뒤인 3월25일이었고, 나머지 16%는 4개월 뒤인 7월21일로 멀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신주인수권을 전 회장에게 팔지 않고 직접 주식으로 전환해 시장에 팔았을 때 예상되는 추가 자본이득은 3월25일(1만2050원)과 7월21일(1만2350원) 종가의 평균치인 1만22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15억원에 달한다. 또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400억원을 웃돈다.

산업은행이 포기한 이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은 고스란히 전 회장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산업은행이 법적 근거 없이 신주인수권을 특정인에게 임의 매각해 특혜를 주고, 은행 스스로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것은 일종의 배임 행위”라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전정도 회장에게 신주인수권을 매각한 것은 경영권을 포기한 대가”라고 해명했다. 산업은행은 또 “신주인수권 매각으로 229억원의 자본이득을 이미 얻었고,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더라도 향후 주가 움직임은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신주인수권 매각에 비해 직접 주식으로 전환해 파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당시 은행 안에서도 신주인수권을 당장 파는 것보다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해서 파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전정도 회장의 신주인수권 인수는 포스코·산업은행과의 3자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산업은행은 전정도 회장의 주식 매각 자문사 역할도 했다. 주식 인수 작업을 주도한 포스코의 전략사업실 관계자는 “전정도 회장이 산업은행이 보유한 신주인수권을 자신에게 팔지 않으면 포스코에 주식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면서 “산업은행과 전 회장 간의 신주인수권 거래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경영권 인수 당시 전 회장과 주주 간 협약을 맺어 △경영권 양도 △추가 주식 취득 금지 △포스코에 보유 주식 우선매수권 부여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신주인수권 매수자를 유영금속으로 바꿔달라는 전 회장의 요구를 수용해 4월22일 재계약을 했다. 전 회장의 요구는 신주인수권 매입과 관련한 특혜 시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처로 해석된다. 포스코도 이 요청을 받아들인 뒤 주주 간 협약 대상에 전 회장 외에 유영금속까지 포함시킨 새로운 협약서를 체결했다.

성진지오텍 경영실적 추이.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성진지오텍 경영실적 추이.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경영권 인수하고도 CEO는 그대로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에도 전정도 회장을 최고경영자에 유임시켰다. 포스코는 “신규 사업 분야이기 때문에 회사를 잘 아는 전 회장에게 3년간 경영을 맡기고 실적이 좋으면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 회장은 경영권 매각에 따른 프리미엄으로 수백억원의 자본이득을 얻고서도 최고경영자 자리는 그대로 유지했다. 전 회장은 주식 지분에서도 포스코에 뒤이어 제2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영권을 매각한 전 대주주가 제2대 주주로서 최고경영자 자리를 그대로 지키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성진지오텍 직원들도 전 회장이 회사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생각지 않는 분위기다. 회사의 한 간부는 “일종의 공동경영으로 생각한다”면서 “5년 뒤의 일은 그때 가봐야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하지도 못하고 돈만 퍼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장차 포스코와 전정도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재 포스코와 전 회장 간의 지분 차이는 크지 않다. 제1대 주주인 포스코의 지분율은 29.38%다(전체 주식에 신주인수권의 주식 전환과 산업은행이 보유한 전환상환우선권의 주식 전환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전 회장의 지분은 유영금속까지 합하면 23.92%다. 친인척과 임직원이 가진 우호 지분 2.63%를 합하면 전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전체 지분은 26.55%에 이른다. 포스코와의 차이가 2.83%에 불과하다. 벌써부터 주변에서는 산업은행이 보유 중인 전환상환우선주 16.61%(697만9927주)의 향방에 주목한다. 전환상환우선주는 일반 보통주와 달리 상환권과 전환권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진 우선주다. 투자자가 상환을 원하면 발행사가 원금을 갚은 뒤 우선주를 소각하고, 전환을 원하면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 성진지오텍의 주가가 최근 많이 올라, 산업은행이 상환보다는 보통주로 전환해 매각할 게 확실시된다. 전 회장이 산업은행에서 전환상환우선주를 매입하면 제1대 주주로 올라선다. 포스코는 “새로 체결한 주주 간 약정서에 따르면 전 회장은 전환상환우선주 매입이 불가능하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제3자가 산업은행의 전환상환우선권을 인수한 뒤, 전정도 회장과 연합해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서도 “주주 간 약정서에는 전정도 회장이 주식 의결권을 포스코에 적대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의무화한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이사회의 구성원을 과반수 확보하는 데 전 회장이 동의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또 성진지오텍이 지난 10월14일 포스코건설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800억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포스코의 우호 지분이 40% 선으로 높아진다는 점도 근거로 꼽는다. 하지만 전 회장의 우호 세력이 산업은행의 전환상환우선권을 매입하면 주식 수에서는 역시 포스코에 앞서게 된다.

산업은행은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을 지난 3월 전 정도 회장에게 넘겼다. 계속 보유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추가 이익 수백억원을 포기했다.한겨레 이종찬

산업은행은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을 지난 3월 전 정도 회장에게 넘겼다. 계속 보유했을 때 누릴 수 있는 추가 이익 수백억원을 포기했다.한겨레 이종찬

금융감독 당국도 “이해하기 힘든 거래”

포스코와 산업은행의 특혜성 주식거래에 대해서는 금융감독 당국에서도 이상하게 생각한다. 금융감독기관의 고위 관계자도 “포스코가 100%에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이나, 포스코의 경영권 인수로 주가 상승이 당연히 예상되는 시점에서 산업은행이 서둘러 신주인수권을 전 대주주에게 매각한 과정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산업은행에 대한 감독 당국의 특별검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번 이상한 주식거래의 뒷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포스코의 고위 관계자는 “성진지오텍의 전 대주주에게 막대한 특혜를 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로 정치 실세의 막강한 힘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면서 “울산이라는 성진지오텍의 지역적 연고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쪽은 이런 의혹에 대해 “성진지오텍은 담수설비, 해양설비 등의 플랜트 사업 분야여서 기존 화력발전 플랜트 중심인 포스코건설과 함께 다양한 플랜트 사업에 진출할 필요가 있어 인수하게 된 것”이라며 “정권 실세 개입 등의 의혹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산업은행의 특혜성 주식거래에 대해서는 금융감독 당국에서도 이상하게 생각한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번 이상한 주식거래의 뒷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산업은행이 키코로 경영난에 처한 성진지오텍에 대해 다각적인 자금 지원을 한 것도 대단히 파격적이라고 말한다. 산업은행은 다른 7개 은행과 공동으로 신규 운영자금 1800억원을 빌려줬다. 이 중에서 산업은행의 대출액은 56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채권단은 성진지오텍의 기존 대출금 2500억원에 대해서도 2013년까지 상환을 유예했다. 이와 별도로 산업은행은 성진지오텍의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상환우선주 500억원어치를 사줬다. 나머지 채권단은 모두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상환우선주 인수를 거부했다. 채권단의 한 간부는 “키코로 피해받은 중소기업이 많지만, 성진지오텍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대규모 지원을 받은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성진지오텍은 키코로 인해 3천억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입어 당시 부채비율이 6914%에 달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안 좋았다”면서 “성진지오텍이 아무리 성장 잠재력이 있더라도 산업은행의 지원과 투자는 상당히 과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의 지원 과정에서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여러 키코 피해업체 중에서 성진지오텍에 대해 가장 먼저 패스트트랙 지원 프로그램을 적용해 신속히 지원한 것은 맞지만, 그 외에도 많은 지원 사례가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성진지오텍에 대한 지원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정권 실세 배후 의혹”

민주당의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소속이던 민주당의 박선숙 의원은 “산업은행 민유성 행장과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정인철 전 대통령기획관리비서관이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주요 은행장,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등과 정례모임을 가질 때 단골 멤버였다”면서 “포스코와 산업은행의 비정상적인 주식거래가 이뤄질 수 있던 것은 현 정권의 실세가 배후에서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의원은 “이런 비정상적인 주식거래가 누구의 주도로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국정감사를 통해 금융감독기관에 산업은행에 대한 철저한 검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말 바꾸는 포스코와 산업은행
없는 조항 있다 하고, 있는 현실 없다 하고

산업은행은 전정도 성진지오텍 회장에게 신주인수권을 매각한 이유와 관련해 “지난해 3월과 7월 두 차례 성진지오텍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할 당시 경영권 보장 차원에서 전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포스코도 전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고 산업은행을 거들었다. 하지만 산업은행 울산지점과 성진지오텍 간에 작성한 ‘신주인수권부사채인수계약서’를 보면, 전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조항이 없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담당자의 실수로 관련 조항이 계약서에 누락됐다”면서 “하지만 내부 결제서류(품위서)에는 우선매수권 부여와 관련한 언급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계약서가 아닌 내부 결제서류에 의거해 전 회장에게 신주인수권을 매각한 것은 전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명백한 특혜라고 할 수 있다. 금융감독기관의 고위 관계자도 “산업은행의 해명은 말이 안 된다”면서 “더구나 경영권을 이미 내놓은 전 대주주에게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인수·합병 전문가들도 “명색이 한국을 대표하는 투자은행(IB)으로 발전하겠다는 산업은행이 우선매수권 부여 같은 핵심 내용을 계약서에서 빠뜨리는 실수를 했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포스코도 경영권 프리미엄 지급과 관련해 여러 번 말바꾸기를 했다. 포스코의 전략사업실 간부는 처음에는 “거의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전정도 회장의 주식을 매입했다”면서 “인수 뒤 포스코와의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대단히 싸게 매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정도 회장과 미래에셋 사모펀드로부터의 주식 매입 가격이 다르고, 전 회장에게는 100% 가까운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자 포스코의 말이 바뀌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래에셋 사모펀드와 성진지오텍 주식 1234만 주를 평균 1만2900원에 일괄해서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고, 전정도 회장과의 주식 매매 가격 배분은 미래에셋 쪽에서 자율적으로 알아서 결정했기 때문에 우리는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고 해명했다. 포스코는 또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전정도 회장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꼭 필요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프리미엄을 더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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