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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보 농성 40일, 멈추지 않은 포클레인

‘4대강 사수대’ 박평수 고양환경련 위원장 인터뷰 “대규모 준설 모습 참담”
등록 2010-09-02 22:30 수정 2020-05-03 04:26
이포보에 올라 40일째 농성중인 ‘4대강 사수대’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농성 현장의 풍경. ① 공사를 강행 중인 이포보 ② 농성자들의 밥상  ③ 랜턴 자가 발전기 ④ 천막과 빗물받이통 ⑤ 펼침막을 손질하는 염형철 서울환경련 사무처장.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포보에 올라 40일째 농성중인 ‘4대강 사수대’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농성 현장의 풍경. ① 공사를 강행 중인 이포보 ② 농성자들의 밥상 ③ 랜턴 자가 발전기 ④ 천막과 빗물받이통 ⑤ 펼침막을 손질하는 염형철 서울환경련 사무처장.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불볕이 더 가깝다. 남한강 위 27m 높이의 이포보 콘크리트 기둥 상판이 하얗게 탄다. 자재나 인부 말고는 있어선 안 될 4대강 공사 현장(한강 3공구). 그 위에 사람이 있다. 박평수 고양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장동민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다. 도심에선 연일 폭염주의보에 “더워 죽겠다”던 8월이다. 지난 7월22일 그곳을 점거했으니, 8월 말이면 딱 40일째가 된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세 가지다. △법정 홍수기 4대강 공사 중단 △범국민적 논의기구 마련 △국회 차원의 검증특위 구성이다. 아니, 요구는 하나다. 점거한 보에 펼침막으로 내건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다. 이들 가운데 박평수 위원장과 인터뷰했다. 30분가량이었다. 개조한 랜턴 자가 발전기를 1시간가량 손으로 돌려야 10분가량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이 된다. 그러니 사실상 3시간30분을 얘기 나눈 셈이다.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 외부와의 연락 가운데 가장 길었다”고 말했다.

 

농성이 장기화되고 있다. 애초 계획이었나.

7월22일 새벽 4시 정도에 보 상판 위로 올라왔다. 올라갈 수 있을지도 불확실했고, 걱정도 컸다. 사실 열흘 정도만 (점거 농성을) 계획했다. 식량도 열흘치만 가져왔으니까. 그 정도면 사태가 해결될 거라고 봤다.

처음 가져간 물건들이 무엇인가.

물 2ℓ짜리 18개, 햇반, 즉석요리 등 열흘치 식량, 김치, 그리고 버너, 코펠. 빗물을 담기 위한 어린이 풀장 튜브와 발전기도 가져왔다. 하지만 발전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시간이 지나면서 휴대전화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수동식 발전 랜턴을 개조해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데 썼다. 장동민 사무국장(환경운동연합 에너지위원회 위원)의 작품이다. 최대로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하하.

하루하루 어떻게 보내는가.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2시 전후에 잔다. 규칙적으로 이곳 현장 관계자들 생활 패턴에 맞춰서 지내려고 한다. 6시30분엔 공사장 인부들 아침체조 방송이 나오는데, (체조도) 같이 한다.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글도 쓴다. 공사 현장도 지켜본다.

그래도 하루가 길다. 한낮 달궈진 콘크리트 구조물은 낮엔 40도를 오르내린다. 시간마저 엿가락처럼 늘어진다. 이들의 시간표가 공사장의 것과 일치할 수도 없다. 농성자들은 별이 뜨면 눈을 감지만, 굴착기와 덤프트럭은 잠들지 않는다. 이전 24시간 진행되던 공사가 홍수기 들어 조금 단축됐을 뿐이다.

현장에서 내려다보는 강은 어떤가.

(환경운동가로서) 여기만 몇 차례 왔으니 잘 안다. 마실 물이 부족할 땐 양동이로 강물을 길어올려 끓여먹기도 했다. 옛날 물의 모습과 맛이 다르다. 불순물이 잔뜩 끼어 있다. 완전히 침전시켜 윗물만 겨우 떠서 쓴다. 이포 습지는 공사판으로 변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하류에선 가물막이를 쳐놓고 대규모 준설이 이뤄지는데, 준설선 소리와 포클레인·덤프트럭 소음에 물소리가 흔적도 없이 잠긴다. 폭우가 쏟아져도 공사가 진행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 또 막상 올라와보니 상판이 얼마나 넓은지 모른다. 보가 아닌 댐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그래도 식사는 해야 할 텐데.

아침 7시 첫 끼니를 먹고, 점심은 12시, 저녁은 6시에 먹으려고 한다. 처음 준비해온 햇반 등 식량이 떨어진 뒤에는 밑에서 (활동가 동료들이) 시공업체(대림산업) 관계자들을 통해 전달해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업체 쪽에서 선식으로만 제한했다. 그때부터 50끼 정도 선식만 먹었다. 유치장에도 사식을 넣어주는데, 농성이 장기화된다며 업체가 임의로 막은 것이다. 그마저도 양이 많지 않아 계속 절식해야 했다. 선식 한 끼가 40g 정도인데 20g으로 나눠 먹었다. 성인의 하루 섭취 권장량 2천cal 중에 우린 많아야 500~600cal였다. 다들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 하하.

 

7월29일이었다. 국회의원들이 방문해 사흘치 햇반과 선식, 물 등을 전달해주기로 공사업체의 약속을 받았다. 이튿날 업체는 선식 두 봉지, 죽염, 물만 올려보냈다. 염형철 사무처장은 “얼굴이 홀쭉해졌다. 5~10kg쯤 빠진 것 같다”고 말한다.

 

밥이 그립지 않나.

농성을 시작하며 햇반을 먹을 땐, 정말 먹을 음식이 아니더라. 그런데 나중에 선식만 먹다가 지난 8월8일 햇반, 단무지, 라면이 처음 올라왔다. 이런 진수성찬이 없었다. 소화하기 어려울까봐 꼭꼭 씹었다. (그 뒤로 매일 세 끼를 전달하는 것으로 업체와 협의했다. 의료진이 활동가들을 찾아가 영양부족, 탈진, 어지럼증 등을 진단한 뒤다.)

씻고, 싸고, 자는 일이 무척 고될 텐데.

낮엔 한증막에 있는 기분이다. 더위가 정말 힘들다. 천막을 쳤지만 햇볕이든 비든 절반은 들어온다. 추위는 견딜 만하다. 비누를 사용하지 않을 뿐 빗물을 받아 샤워도 하고, 소금으로 양치도 한다. 소변은 생수병에 담고, 대변은 선식 봉지나 비닐봉지에 담아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다. 분리수거도 여섯 종류로 하고 있다. 하하. 그래도 과거 노동자들의 투쟁에 비하면 쾌적하다 할 정도다.

무엇이 가장 힘든가.

정부의 무관심이다. 여전히 홍보가 부족하니 강화하겠다고만 하질 않나. 국민 생각도 개조시키면 된다는 태도다. 분노가 치민다. 그리고 녹색성장실천연합회라는 4대강 사업 찬성 단체에서 한밤중에 확성기를 틀어놓고 우리들 이름까지 부르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쏟아낸다. 국회의원도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는 게 제지되는 판인데, 이들은 공사 관계자나 경찰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들어온다. 지금은 좀 잦아들었지만, 경찰도 밤새 몽둥이로 난간을 긁고 ‘안 내려오면 강제집행하겠다’는 방송을 새벽까지 해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감에 시달렸다.

정부 쪽에서 방문한 적은 없나.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심명필)이 7월29일 한 차례 왔다 갔다. 다른 얘긴 필요 없고 내려와서 얘기하자고 하더라. 아, 그리고 경찰 헬기가 네 차례 농성장 상공을 선회한 적이 있다.

올라간 걸 후회하지 않나.

4대강의 생명들이 죽어갔고, 정부와의 대화를 촉구하려 모든 방법을 썼지만 통하지 않았다. 지방선거 결과도 반대 여론을 반영했지만, 정부는 공사 중단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무기력했다. 선택할 게 많지 않았다. 7월15일 이곳으로 답사를 와 (점거 농성을) 최종 결정했다. 참가하겠다는 이가 더 많았는데, 선배 활동가들이 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첫째아들이 고3이고 둘째가 감수성이 예민한 고1이어서 눈에 밟혔는데, 아이들 장래를 생각해서 가자 했다.

‘극단적 선택’이란 비판이 있다. 법원은 지난 8월20일, 업체의 퇴거명령 및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세 사람에게 하루 9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염형철 사무처장은 “공사를 예정대로 하고 있다고 장담해왔고 실제 업체 쪽에선 우리를 무시하고 공사에 몰입해왔는데, 지금에 와서 손해를 주장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에 900만원씩 내는 호텔에 묵게 되었는데, 룸서비스라도 좀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며 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셋이 환경운동에 투척한 삶만 40년가량 된다. 40일은 아주 짧다. 지난 8월24일, 세간에는 이들이 점거농성을 풀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셋은 “5천 명이 이곳에 와 우리를 격려하고 갔다”며 “(농성을 풀고) 더 큰 국민운동으로 전환할 때인가 고민했지만, 백기투항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 내려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전화를 끊으려는 기자에게 “어디 사느냐, 내려가면 생맥주 한잔하자” 외마디를 던졌다. 상상만으로 고통이다. 농성도, 4대강 공사도 9월로 건너간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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