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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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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 직전 교신, 기술적으로 불가능”



국방부가 사고 시각 증거로 제시한 ‘천안함-사령부 간 교신’에 의혹 “초단파가 도달하기엔 너무 멀다”
사고 장소도 다르다는 초병 진술 나와
등록 2010-08-20 15:53 수정 2020-05-03 04:26
지난 4월7일 국방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교신 기록 일부를 공개했다. 사진은 한 방송사 영상 캡처 화면. 확대한 사진을 보면 2함대가 조난신호 전파로 주로 쓰이는 VHF-CH16을 이용해 천안함과 교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7일 국방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교신 기록 일부를 공개했다. 사진은 한 방송사 영상 캡처 화면. 확대한 사진을 보면 2함대가 조난신호 전파로 주로 쓰이는 VHF-CH16을 이용해 천안함과 교신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방부가 천안함 사건 발생 시각 논란을 잠재우려 지난 4월7일 공개했던 천안함과 평택 2함대 사이의 교신 내용에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부가 교신에 사용했다고 밝힌 전파로는 기술적 문제로 통신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장소에 대한 의혹도 다시 제기됐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을 통해서다.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백령도 한 초병의 진술서로, 원래 발표와는 달리 ‘폭발 원점’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구조가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군 “중계기 사용해 가능” 해명하지만…

“○○○, 여기는 ○○○, 감도 있습니까?”(2함대) “여기는 ○○○, 이상.”(천안함) “여기는 ○○○, 감도 양호 감도 양호, 이상.”(2함대) “귀국 감도 역시 양호, 교신 끝.”(천안함)

이 교신은 경기 평택의 2함대 사령부와 백령도의 천안함 사이에서 사건 당일 밤 9시19분30초부터 33초간 주고받은 내용을 녹음한 것이다. 국방부가 이 교신 내용을 공개한 것은 사건 발생 시각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던 4월 초였다. 해양경찰청에 사고가 접수된 시각이 밤 9시15분이었다는 점과 9시16분 실종 승조원의 휴대전화 문자 전송이 갑자기 중단됐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증언 등이 논란을 촉발했다. 사실 이런 논란은 군이 자초한 것이었다. 군이 사건 바로 다음 날인 지난 3월27일 브리핑에서 천안함의 침몰 시각을 밤 9시45분이라고 발표했다가 다음날 9시30분으로 정정하고 다시 며칠 뒤 9시22분으로 앞당기면서 의혹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 교신 내용의 공개로 논란은 군 당국이 발표한 사고 시각인 밤 9시21분57초 쪽으로 기울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문병옥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대변인은 “천안함이 21시19분30초부터 33초간 2함대사와 VHF16(국제상선검색망)을 통해 교신했는데, 이는 2함대사가 망의 유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부정기적으로 군함을 호출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교신 녹음 내용을 들려주면서 “22분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정상근무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새롭게 제기된 의혹은 국방부가 국제상선검색망이라고 표현한 통신 전파의 종류가 ‘VHF’(Very High Frequency), 즉 초단파였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초단파는 육지에서 50km 이내인 연근해 지역을 운항하는 일반 선박에서 주로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국방부가 교신에 사용했다고 밝힌 ‘VHF-CH16’은 긴급상황이 발생해 주변 선박에 도움을 요청할 때 쓰이는 국제 규격 전파다. 따라서 연안 선박은 운항 때 이 채널을 항상 열어놓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도달 거리다. 백령도 인근에 있던 천안함과 평택에 위치한 2함대사령부의 거리는 약 250km다. 도달 거리가 평균 30km인 초단파로 통신하기는 이론상으로 불가능하다.

전파 도달이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 군 관계자는 “초단파가 (도달 거리가 길어지는 주파수 대역을 가진) 마이크로웨이브로 변환되면서 백령도에서 직접 평택으로 교신하기 때문에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 군은 KT의 통신시설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백령도 안의 군 전용 통신기를 함대에서 원격으로 작동시켜 전파를 변환한다”고 설명했다. VHF-CH16의 교신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런 방식은 수십년된 것으로 조난신호를 위해서도 망을 수시로 점검하지만, 남북을 왕래하는 상선이나 북 함정 등이 VHF-CH16로 연결이 돼 있어서 해당 지역의 함정에서는 늘 감도를 수시로 점검한다”고 덧붙였다.

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웨이브로 변환해도 백령도에서 평택까지 전파가 도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통신업체 연구원은 “마이크로웨이브로 정상적인 통신을 하기 위한 거리는 최대 50km”라며 “우리 서해안에서는 중계기를 설치하기 힘든 섬과 섬을 연결할 때 100km가 넘는 구역에서 쓰이기도 하지만, 이 경우 기상상태에 따라 통신장애가 많이 발생한다. 200km가 넘는 거리를 가정하면 사실상 통신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누구나 듣는 공용 통신망 이용했나

또 다른 의문점도 남는다. 우선 군이 VHF-CH16 무선통신 방식을 쓰느냐에 대한 의혹이다. 방송사의 전파 송출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군대 시절 해군 구축함에서 통신을 담당했다”며 “(해군이 쓰기 시작한 지 몇십 년 됐다는 그 장비를 이용해) 200km가 넘는 원거리에서 VHF 음성 통신을 한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군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구난신호용 공용 통신망을 이용해, 그것도 북과의 접경 지역에서 군사기밀로 분류되는 호출부호를 쓰면서 감도 체크를 할 이유가 없다’는 의혹이 더해진다. 해양경찰청의 통신 체계를 보면, 군이 사용했다는 VHF-CH16은 해경 함정끼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보안’을 위해서다. 작전 중인 함정끼리는 위성통신을 이용하거나 암호 장비를 이용해 교신한다. 이는 함정과 본청, 또는 구난 무선국 사이의 통신에서도 마찬가지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북의 상선이나 함정도 들을 수 있는 VHF-CH16을 써서 교신하는 방식은 해경 쪽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VHF-CH16은 근거리의 어선과 교신할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주로 검문검색이나 어선 동태 파악을 위한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군이 사용하는) 호출부호와 같은 대외비로 취급되는 민감한 사항은 이 채널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감도 체크를 한 것뿐이고 중요한 내용이 있다면 다른 교신 방법을 쓴다”며 “호출부호는 감도 체크를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VHF-CH16을 마이크로웨이브로 변환하는 방식은 다른 기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해안통신망을 사용하는 한 기관의 관계자는 “굳이 국제적으로 누구나 들을 수 있는 통신망을 단일한 회선을 구축해 마이크로웨이브로 변환하면서까지 수시로 이용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VHF-CH16처럼 모두가 듣는 망은 그저 열린 상태로 두고 들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 논란에 대해 언론 3단체가 구성한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의 노종면 책임검증위원(전 YTN 노조위원장)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나왔다”며 “호출부호 등 군사기밀이 담긴 교신 내용까지 발췌해 공개한 증거를 둘러싸고 논란이 생겼다면 그것을 전부 공개해서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 위원은 “당시 교신 내용과 함께 공개된 통신 조회 기록 등에 대해서도 재검증이 필요하다”며 “러시아 조사단 보고서의 지적처럼 기존 정부 발표와는 다른 조난신호가 실제로 있었는지 면밀히 따져보기 위해 교신 공개 범위 또한 당일 교신 기록 전체로 넓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폭발 원점에서 2km 떨어진 곳에서 구조”
해안 초병이 진술한 구조 지점

해안 초병이 진술한 구조 지점

사건 발생 장소에 대한 의혹도 또다시 제기됐다. 지난 8월10일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백령도 한 해안 초병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애초 군 당국은 폭발 원점 인근에서 생존자 구조가 이뤄졌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군이 발표한 폭발 원점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구조가 진행됐다는 내용이다. 이 해병의 진술서에는 “천안함 사건 현장에서 본인이 직접 해안 탐조등을 비추는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기록돼 있다. 군 당국 발표 당시에는 이같은 사실이 언급되지 않았다.

최 의원이 공개한 해안 초병의 진술서는 사고 당일 “21시30분경 초소 기준 방위각 170도 2km 지점에서 해군 함정 3척이 와서 구조했다”며 “서치라이트(해안 탐조등)로 근처 해안을 비추면서 해군들이 이쪽으로 올 수 있게 비췄고, 생존자가 있지 않을까 탐조등을 계속 비췄다. 그 후로 초소 기준 방위각 180도 2km 지점으로 해군함이 계속 와서 좌초된 PCC(초계함)를 구조했다”고 당시를 묘사하고 있다.

이 초병의 진술에 따르면, 사고 지점은 군 당국이 발표한 폭발 원점보다 남동쪽으로 대략 2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 해병이 목격한 사고 지점은 근무 초소를 기준으로 거의 정남(방위각 170~180도, 2km 지점)쪽인 반면, 군 당국이 발표한 사고 지점은 남서(방위각 220~240도, 2.5km) 지점으로 큰 차이가 있다(그림 참조). 이 지점은 백령도 연안의 암초인 ‘수심여’와 ‘노출여’ 등이 있는 곳과 가까워 천안함 사고의 원인으로 좌초가 작용했을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된다. 최 의원은 지난 7월 현장조사를 통해 초병과 직접 만나 목격한 위치를 재확인했다.

최 의원은 특히 “해군함이 와서 ‘좌초’된 PCC를 구조했다”는 초병의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 최 의원이 만났을 당시 이 초병은 “(좌초됐다는 사실을) 상황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알았다”고 말했다. 초병의 이런 진술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사고) 초창기의 혼란 때문에 ‘좌초’라고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최 의원은 “초병의 진술 내용을 볼 때 사고 지점이 군 당국이 발표한 것과 다를 수 있다.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려면 무엇보다 천안함의 항적 기록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 보고서 발간 연기돼

“사건 초기라 발생 시각과 장소에 혼란이 있었던 것을 인정합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난 수개월 동안 천안함 사건의 발생 장소와 시각을 두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되풀이했던 말이다. 사건 발생 5개월이 돼가는 지금, 김 장관의 말은 유감스럽게도 현재진행형이다. 의혹에 대한 국방부의 해명은 여전히 허점을 쉽게 드러내고, 그나마 과학적인 답변을 전담했던 합조단은 해체됐다. 8월 초로 발간이 예상됐던 국방부의 천안함 사건 종합 보고서마저 발간 시점이 연기됐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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