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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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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뢰 폭발물질은 없다”

천안함 흡착 물질 계속되는 의문…
양판석 박사 분석 결과, 합조단 자료의 산소·알루미늄 비율은 산화 알루미늄과 달라
등록 2010-07-02 22:42 수정 2020-05-03 04:26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어뢰 폭발로 인한 침몰’의 과학적 증거로 내세운 천안함 선체 및 어뢰 부품의 흡착 물질 분석 결과에 대해 다시 한번 과학적 의문이 제기됐다.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과학과 분석실장으로 있는 양판석 박사는 최근 작성한 보고서와 과의 인터뷰를 통해 “천안함의 흡착물은 폭발에서 예상되는 알루미늄 산화물(Al2O3)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 등 연구 결과와 격차

합조단이 지난 5월20일 공개한 어뢰의 프로펠러 부분. 한겨레 신소영 기자

합조단이 지난 5월20일 공개한 어뢰의 프로펠러 부분. 한겨레 신소영 기자

은 지난 815호 표지이야기 ‘어뢰 폭발물질은 없다’에서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물리학)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합조단의 흡착 물질 분석 결과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양 박사의 문제제기가 또 나오면서 폭발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 박사는 지난 6월24일 이승헌 교수와 국내 언론에 보낸 ‘천안함 흡착물은 산화 알루미늄(Al2O3)인가?’라는 보고서에서 합조단의 에너지 분광기 분석 결과(오른쪽 위 그래프)의 오류를 지적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합조단이 제시한 흡착 물질 분석 결과에 나타난 산소와 알루미늄의 비율이다. 합조단은 에너지 분광기 분석 결과 △천안함 선체 △어뢰 부품 △폭발 실험 등에서 나온 세 가지 흡착 물질 모두 알루미늄과 산소가 주성분이라며 이는 흡착 물질이 폭발로 인해 생겨나는 알루미늄 산화물(Al2O3)이라는 증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 박사는 합조단 분석 결과에 나오는 알루미늄과 산소의 비율이 알루미늄 산화물(Al2O3)에서 나타나는 비율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다.

보고서를 보면, 합조단의 자료에 나온 알루미늄과 산소의 비율은 (알루미늄을 1로 했을 때) 선체 흡착 물질은 0.92, 어뢰 파편의 흡착 물질은 0.90, 수중 폭발 실험에서는 0.81 정도가 나왔는데, 이는 양 박사가 조사한 일반적인 산화알루미늄(Al2O3)의 에너지 분광기 분석 결과에 견줘 산소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양 박사는 “이승헌 교수가 알루미늄 용해와 급속냉각 실험에서 얻은 자료에서는 알루미늄을 1로 했을 때 산소 비율이 0.25로 나왔고,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산화알루미늄(Al2O3)을 에너지 분광기로 분석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는 0.23이 나왔으며, 학술지 (2009년 5월)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0.11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는 천안함의 흡착 물질을 폭발 결과물인 알루미늄 산화물(Al2O3)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합조단의 에너지 분광기 분석 과정의 오류에 대한 지적도 있다. 양 박사는 지난 6월25일 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합조단의 에너지 분광기 분석 그래프상에는 알루미늄과 산소 이외에 여러 가지 이물질이 보인다. 이런 물질을 제거한 다음 실험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흡착 물질이 알루미늄 산화물(Al2O3)인지 규명하려면 소금 성분, 실리콘 성분, 마그네슘 성분 등을 제거한 뒤 좀더 엄밀하게 분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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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 과학자들이 함께 검증해보자”

양 박사는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내 전공 영역(지질학)에서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처럼,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과학적 논증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제안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또 “내 보고서 내용에 과학이 아닌 상상력이 보태져 호도돼서는 안 된다”는 말에 힘을 주었다.

보고서를 내놓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언론에 공개된 합조단의 자료를 봤다. 그 가운데 알루미늄 산화물(Al2O3)이라는 결론을 내린 에너지 분광기 분석 결과를 보니 구성 비율에서 산소가 너무 많이 존재했다. 알루미늄 산화물의 분석 결과라고 하기엔 이상했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했다.

실험이 아닌 분석 결과만으로 문제제기가 가능한가.

일반인에게는 에너지 분광기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지만, 이 에너지 분광기를 이용한 분석 방법은 (실험을 하는 이과 계통의) 전공자에게는 낯설지 않다. 대학원생 이상이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실험 장비다. 굉장히 복잡한 논의는 아니다. 합조단도 이 점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 분광기의 분석이 정확한 정보를 주지는 않는다. 에너지 분광기는 본격적인 조사 전에 우선적으로 해당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스크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분광기를 이용한 분석 자체가 잘못된 방식이었다는 말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이번 발표가 합조단이 원했던 (폭발 물질) 결과와 많이 다를 뿐이다. 내가 보고서에 기술했던 다른 논문 자료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알루미늄 산화물(Al2O3)이라는 판단이 충분히 가능한 실험 방법이다. 잘못된 방법은 아니다.

이 논의가 어떻게 진전되기를 바라나.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는 과학적 지식이 있다면 하나씩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내가 지질학 연구자 입장에서 논의를 보탠 것처럼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천안함과 관련된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된 상황이지만) 완성된 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서는 전체 그림을 완성할 수 없다. 그런 입장은 아니다.

그것은 어떤 그림인가.

다시 말하지만 과학적 논의다. 상상력이 보태져 다른 논의로 전개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 밖에 내가 발견한 사실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는지 연구자 입장에서는 잘 모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합조단에서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합조단의 자료가 왜 비정상적으로 산소를 많이 보이는지 합조단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합조단의 자료가 제한적이다.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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