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의 정년퇴직이 임박해지면서 정부와 공기업 등이 정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의 한 고용지원센터. 한겨레 강재훈 기자
청년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에도 ‘청년백수’가 여전히 100만 명을 넘고 있다. 우리 시대 청년은 일자리 진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젊음을 다 보내고 있다. 그런데 청년을 혹하게 하는 소식이 하나 있다. 1955년부터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 900만 명이 평균정년 나이 56살을 맞아 올해부터 은퇴한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청년층 일자리 문제가 그만큼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일자리를 독점하던 베이비붐 세대가 자리를 비워주면 청년들에게 숨통이 트일 것인가?
장년·청년층 일자리는 ‘보완재’ 성격기존 선진국의 경험이나 연구를 종합해보면, 세대 간 일자리 경합과 갈등은 과장된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고령층의 조기 은퇴가 청년층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가정하에 추진된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조기 퇴직 촉진 정책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주장은 청년 일자리와 고령자의 일자리가 ‘대체재’라는 가정과 전체 고용총량이 고정돼 있다는 가정 두 가지를 전제해야 한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와 고령자의 일자리는 ‘약한 보완재’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 기존 연구의 분석 결과다.
청년 일자리와 고령자의 일자리가 숙련 수준이 비슷할 경우 서로 대체재일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로는 숙련 수준에서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다.
청년 일자리와 고령자의 일자리는 서로 다른 종류의 일자리일 경우도 많다. 또 고령층 일자리가 늘면 국가 전체적으로도 생산량이 늘어 그에 따라 청년층 일자리도 많아진다. 오히려 고령층이 노동시장에서 대거 이탈하면 고용총량이 줄어들고 이것이 오히려 청년층의 일자리를 줄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이 기존의 조기 은퇴 촉진 정책에서 고령자 고용 촉진 정책으로 유턴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노동시장을 볼 때, 고령자는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기능직에 편중돼 있고 청년층은 대기업 사무전문직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청년층과 고령층의 일자리 대체 현상은 일반적으로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미시적으로는 세대 간 일자리가 경합을 보이는 영역이 있을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에서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 청년층이 원하는 직장은 공공부문이나 대기업 일자리다. 이 일자리들에서는 여전히 베이비붐 세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청년층의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하고 대기업에서도 20%를 갓 넘는 수준이다. 이는 조직의 인력구조가 기형적이고 조직의 고령화 문제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질의 일자리에서는 세대 간 고용 기회의 불균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양질의 일자리 부문에서는 ‘아버지가 아들과 화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세대 간 일자리 나누기가 요구되는 것이다.
사회 안전망이 부재한 상태에서 ‘아버지’한테 무작정 노동시장에서 빨리 나가라고 할 수 없다. 아들 세대는 아버지 세대가 더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아버지 세대는 자신들이 독점하던 고용기회와 노동시간, 임금을 줄여야 한다. 단순히 임금피크제와 같은 방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무급훈련휴직제·정년연장·청년고용할당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검토해볼 수도 있다. 40~50대에게 재충전을 위한 무급훈련휴직을 인정해주고 그만큼 정년을 연장한다. 그렇게 빈 일자리로 청년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세대의 일자리 나누기인 것이다.
청년 고용할당·장년 무급훈련휴직 병행 가능한편 정년제가 적용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외하면 중소기업 일자리는 사실상 청년층과 고령층의 일자리 대체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중소기업에게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감면해주는 정책도 고려해 볼만하다. 이와 함께 아버지나 아들 모두 가고 싶어하는 질 높은 일자리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전병유 한신대 평화공공성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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