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외피는 단순 폭행이다. 지난 1월18일 밤 10시께 경기 김포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은 경내에서 잠을 자던 중 사찰에서 키우는 개가 짖는 소리를 들었다. “거기 누구 있소?”라고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다.
주먹으로 맞고 언덕 굴러 전치 2주 상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사건을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 지난 1월28일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지관 스님의 모습.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다시 잠이 든 그는 2시간여 뒤 또 개 짖는 소리를 들었다. “거기 누구야?”라고 소리쳤더니 “웬 중놈의 새끼가 밤중에 고함을 지르고 지랄이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플래시를 들고 나가 신원을 확인하던 중 경찰관에게서 주먹으로 한 대 얻어맞고 뒤이은 몸싸움 과정에서 언덕길을 굴렀다는 게 지관 스님의 증언이다. 코 옆 일곱 바늘을 꿰맨 그는 전치 2주 진단서를 끊었다.
경찰관의 주장은 다르다. 용화사 옆 민가에서 태어나 25년여를 살았고 여전히 친형이 그곳에 살고 있다는 경기 의왕경찰서 교통과 김아무개 경사는 친하게 지내는 경기경찰청 609전경대 이아무개 경사, 그리고 두 사람의 부인 등과 함께 자신의 친형 집에 놀러 갔다가 싸움에 휘말리게 됐다고 한다. 그는 먼저 때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드잡이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일어났다고 그는 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사건은 언뜻 스님과 경찰관 사이의 단순 폭행 사건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경기 군포시 산본이 집이고 의왕경찰서가 직장인 경찰관은 왜 평일인 월요일 밤에 집에서 한참 떨어진 김포의 친형 집에 있었을까? 다음날 출근은 하지 않아도 됐나? 김 경사는 과의 통화에서 “교통과 근무는 한나절 반 일하고 다시 한나절 반 쉬는데, 18일 낮에 일을 마쳤기 때문에 다음날은 쉬는 날이라 형님 집에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은 이후 정치적 사건으로 번졌다. 지관 스님이 김포불교환경연대를 이끌면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앞장서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정권 차원의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인 것이다. 더구나 가해자가 경찰관이라는 점 때문에 이런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조계종 총무원 쪽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경찰청장의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경기경찰청 쪽은 사건의 진상을 우선 규명하겠다는 태도다. 사건 이후 한때 조계종과 경찰 사이에 화해하는 듯한 모양새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나, 사건을 수사 중인 김포경찰서 쪽에서 이 사건의 성격을 스님과 경찰관이 서로 폭력을 휘두른 ‘쌍방 폭력’으로 규정한 뒤 다시 어그러지는 분위기다.
사건이 이처럼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한 데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불교계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정권 초기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가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전국의 모든 교회는 집어넣고 사찰은 전부 빼 불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당시 조계종 총무원은 “노골적인 종교 차별과 기만 행위는 우리가 인내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었고, 특정 종교 중심의 국가 운영은 종교 간 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까지 청구했다. ‘이명박 정부의 헌법 파괴 및 종교 차별 종식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 뒤로도 소망교회 장로인 이 대통령은 목사를 불러 청와대 안에서 예배를 보는 등의 행동으로 다른 종교단체의 반발을 샀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이 역점을 둔 4대강 사업이 불도저식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불교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국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관이 스님을 때린 사건은 ‘화룡점정’의 구실을 한 셈이다. 1월28일 경기 일산 동국대병원에서 만난 지관 스님은 “이명박 정권 들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조사받고 압력받는 등 독재정권 때처럼 탄압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종교 편향과 민주적 리더십 부재가 낳은 한 편의 희비극이 돼가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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