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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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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설이 지나야 새해라니까!


신년호에서 기자들이 약속한 ‘실천 21’, 연말 되니 구차한 변명이 더 많네…
이번엔 독자들의 새해 다짐을 공개해드립니다
등록 2009-12-25 11:50 수정 2020-05-03 04:25

은 올해 신년호 특집 기사를 통해 ‘덜 하는’ 삶을 위한 작은 실천을 제안하며 기자들이 각자 올해 실천할 항목을 공개했다. 21가지의 실천 목록, 이름하여 ‘실천21’이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송년호를 맞아 실천 후기를 싣는다. 당당하게 혹은 겸연쩍게.
새해 다짐을 세우고 있는 독자들은 과감하게 에 ‘공개 편지’를 보내주시기 바란다(2009년 12월31일까지, han21@hani.co.kr).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작지만 참신한’ 실천 목표를 선정해 ‘공개’해드리겠다. 그리고 2010년 말에 ‘후기’를 받아 싣겠다. 가차 없는 평가 도장과 함께. 편집자

음력설이 지나야 새해라니까!

음력설이 지나야 새해라니까!

포옹이 늘었다가스요금 줄이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손발이 찬 여자와 절약 정신이 투철한 남자가 함께 산 지도 2년9개월이 됐다. 둘의 보금자리는 바람이 벽을 통과하는 부실한 빌라였다. 여자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보일러는 돌고 돌아 겨울철 가스요금은 10만원을 넘겼다. 여자가 보일러를 켜면 남자는 껐다. 전쟁이었다.

2009년, ‘사랑의 보일러 작전’ 가동을 선언했다. 침대를 작고 따뜻한 방으로 옮기고 바닥에는 카펫이나 이불을 깔았다. 집 안에서도 옷을 두껍게 입고 양말이나 슬리퍼를 착용했다. 잦은 포옹을 통해 체온을 나누는 ‘육탄전’도 불사했다.

‘보일러 작전’ 수행 중 의도치 않은 ‘반전’이 발생했다. 2년의 전세계약 기간이 만료돼 부실한 빌라를 떠나게 됐다. 무조건 ‘따뜻한 집’을 찾아나섰다. 새집은 지은 지 2년 된 아파트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가 그러하듯, 단열·방음에 신경을 썼다. 방마다 온도조절 장치가 따로 붙어 있다. 창틀은 단열과 방음 효과가 기존보다 2배 이상 뛰어난 제품이다. 벽도 두껍다. 강풍이 불어도 집 안에선 모른다.

‘보일러 작전’이 새집의 장점과 만나자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 2009년 10월15일~11월16일 사용한 가스량이 34.9㎥이다. 부실한 빌라에서 살던 2007년 같은 기간의 가스 사용량은 74m³였다. 가스요금은 3만원을 넘지 않았다.

반전은 하나 더 있다. 이젠 남자가 보일러를 켜고 여자가 끈다. 남자는 여자가 추울까 배려하게 됐고 여자는 남자의 절약 정신을 배웠다. 이러니 포옹이 늘었다. 집은 갈수록 따뜻해진다. 사랑의 보일러 작전, 이만하면 대성공!

통신사 옮기자 날아간 포인트

정보통신요금 챙기기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연초에 세웠던 목표는 정보통신요금 챙기기. 먼저 실행한 것은 편의점이나 제과점에서 이동통신사 멤버십 포인트 사용이었다. 구입액의 10%를 할인받을 때마다 스스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MP3를 다운받기 위해 가입한 사이트와 웹하드 서비스의 사용료를 정리하기로 했던 건 뒤로 미뤄놓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한꺼번에 해결했다. 휴대전화기의 충전지가 수명이 다해 새것을 알아보려고 매장에 들렀다. 새 충전지를 사는 것보단 새 기기를 구입하는 것이 낫다는 점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기기들을 둘러보았다. 마음이 가는 기기는 10만원 이상을 내야 했다. 어떻게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중학생들이 같은 기기를 신규 가입이라며 공짜로 받아 나갔다. 순간 기분이 상했다. 10년 넘게 사용해온 나에겐 그런 혜택이 없었다. 그래서 홧김에 통신사를 옮겼다. 물론 기기도 공짜로 받았다. 그랬더니 휴대전화 요금에 묶여 나오던 MP3 사이트와 웹하드 사용료 결제가 같이 해약됐다. 물론 전에 쓰던 통신사의 멤버십 포인트는 날아갔다.

절반의 성공

대형마트 안 가기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올해 초 개인적으로 대형마트에 가지 않기로 선언한 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은 내 선언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른바 SSM(Super SuperMarket)과 중소형 점포와의 대격돌이 펼쳐졌다. 대기업이 배부르는 동안 동네 상권이 죽어서야 되겠느냐는 여론이 일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정당한 전쟁’은 절반만 성공했다. 완전히 발길을 끊지는 못했다. 평균 한 달에 한 번 미만 간 것 같다.

대형마트 안 가기

대형마트 안 가기

웬만한 물건은 동네 슈퍼에서 사려 했고, 과일도 동사무소 근처 과일가게를 이용했다. 그래도 대형마트를 가게 된 까닭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겠다. 그러려면 내 가족 일부의 명예가 훼손돼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선언만으로는 행동의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다잡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을 회유하고 설득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대형마트에 드나드는 횟수는 약간 줄었지만 사용 액수는 많이 줄었다. 예전엔 한 번 갈 때 15만∼20만원가량 카드를 그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거의 10만원 미만의 매출만 올려주고 왔다. 새해엔 좀더 고급한 ‘정치’를 해보려 한다.

흥행 예감

출산 선물로 신문 주기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출산 선물로 그날치 신문들을 모아 주면 감동의 선물이 될 것이라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그 뒤로 내 주변에서 아이를 낳았단 얘길 듣지 못했다. 지난 1월에 한 독자로부터 이 제안을 실천했다는 전자우편을 받고 블로거에 소개한 적도 있다.

“조카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하게 돼 감사의 말씀을 드리려 메일을 보냅니다. 작은형님과 조카에게 내의와 함께 그날치 신문 다발을 전해줬습니다. ‘역시 젊은 사람은 달라. 선물도 센스가 있네~.’ 그 자리에 계시던 작은형님을 비롯해 큰형님, 시어머님은 제 선물이 참 의미 있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류 기자님의 아이디어 덕분에 센스 있는 올케가 됐네요^^.”

출산 선물로 신문 주기

출산 선물로 신문 주기

다음은 블로거에 붙은 댓글이다.

유재철: 좋은 생각입니다. 저는 주로 먹는 걸로 선물하는데.

수선화: 요즈음 같아선 10년 전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고 말하는 게 두려워요….



시작도 끝도 미미하였나니

카드 끊기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문구는, 그냥 문구였을 뿐이다. 현실은 대개 ‘시작은 미미하고 끝도 미미한’ 것들투성이 아닌가.

신용카드를 없애겠다고 호기롭게 다짐하며 출발한 2009년은 ‘카드 청산의 해’가 아니라 ‘카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해’로 남게 됐다.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이 565만원이었는데,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떼어본 올해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확인서’에는 사용액란에 932만원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사실 올해 초 ‘술·살·돈’이라는 내 인생의 세 가지 약점과 “신용카드를 없애겠다”는 다짐을 지면으로 내보낸 뒤, 주변의 몇몇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친한 한 법조인은 “술, 살, 돈…. 나도 마찬가지. 잘해보자고”라는 문자를, 한 방송사 후배 기자는 “선배, 정말로 카드 없앨 건가요?”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들의 문자에는 공통적인 뉘앙스가 있었다. ‘네가 과연 그럴 수 있겠니’라는 우려였다.

그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며 마음을 다잡아먹었건만, 나의 게으름은 그들의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대화’ 받으실 분~

블로그 만들기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블로그라는 토끼굴에서 진지전을 하겠다”는 1년 전의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블로그 말고 다른 토끼굴을 팠다. 전자우편이다. ‘대화’라는 간판을 달아 지인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여러분의 이야기에서 언론의 영감을 얻고, 저 역시 소소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온라인 대화”라고 인사말을 적었다.

처음 그것을 받아본 사람은 80여 명이었다. 2009년 12월 넷쨋주 현재, 449명이 받아보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17차례 보냈으니, 3주에 한 번꼴이다. 기사 뒷이야기도 쓰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쓴다. “고맙다. 잘 읽고 있다”는 답신을 제법 받았다. 취재에 쏠쏠한 도움이 되는 답신도 있었다.

‘아이폰’으로 ‘트위터’하는 시대에 전자우편이라니 참 고색창연하다. 그래도 찬찬히 길게 대화하기에는 전자우편이 좋다. 블로그와 달리 누가 내 글에 맑은 눈을 허락하는지 알 수 있어 더 좋다.

이름을 밝히고, 하는 일을 적고(하는 일이 없다면 그것도 적고), 연락처를 달아서 전자우편을 보내주시면, ‘대화’ 상대로 업데이트해드리겠다. 익명은 사절. 실명의 용기 있는 시민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 449명과의 ‘대화’를 4490만 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토끼굴이 그 정도는 돼야 얼어붙은 땅을 밑바닥에서 흔들어 무너뜨릴 수 있다.

선언은 선언일 뿐

읽기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을 숙제 삼아 읽었다. 선언은 선언적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게다가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듯, 내 안의 유령도 밤마다 마포를 배회했으니 실천한 셈이다.

그 실천의 결과로 이 예언한 ‘저승사자’도 성큼 다가온 듯하다. 빨간 커버에 싸인 건강검진 결과표가 지금 책상 위에서 나를 째려보고 있다. 2년 전 내시경 검사 때는 침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마무리하며, 수면 내시경에 의존한 동료들을 안쓰럽게 바라봤었는데…. 이번엔 내시경이 목구멍에 닿는 순간부터 신음을 토해내며 굴욕적인 자세로 뒹글어야 했다. 2년 새 이렇게 허약해진 걸까? 무표정한 얼굴로 말 한마디 안 건네던 여의사의 ‘난폭 운전’ 탓으로 돌리며 애써 위안했다. 하지만 종합진단 판정란의 글씨는 자칫하면 한 페이지를 넘겨야 할 정도로 맨 하단까지 빽빽하게 내려왔다. 이상 항목은 예년의 5가지에서 11가지로 급증했다. 질적 변화도 수반됐다. 주당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의례적 증상 말고 예사롭지 않은 부위의 징후들이 추가됐다. 표현 수위도 ‘상담이 요망됩니다’에서 ‘치료가 필요합니다’로 바뀌었다.

회사 송년 모임에서 인삼 선물세트를 받았다. “그래, 더 이상 유령처럼 살지 말고 저승사자를 몰아내자.” 인삼 음료 병을 호기롭게 치켜드는데 유통기한 표지가 눈에 띄었다. 날짜를 보니 이틀밖에 안 남았다. 비록 마시지는 못했지만 선물도 선언적 의미가 중요할 것이다. 그럼 이미 실천한 것이다.

억지로 한 번, 그래도…

템플스테이

박용현 편집장 piao@hani.co.kr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일에 매달렸다. 올해도 일중독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유를 잃어버린 몸과 마음은 급기야 위험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마감 때만 되면 짜증이 폭발했다. 기자들에게 일방적인 요구만 쏟아냈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화를 냈다. “너무나 생동감 있는, 그러나 너무나 천박한” 한국 사회를 만들어온 그 생활 방식을 나도 답습하고 있었다.

얼마 전 서울 북한산 자락의 금선사를 찾은 것도 독자한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업무상 책임감의 작용이었다. 그래도, 템플스테이(산사체험)를 하겠다고 약속한 건 잘한 일이었다. 억지로라도 한번 고요 속에 묻혀보는 건 해볼 만한 일이었다. 텅 빈 공간에서 오로지 나와 대면하고자 한 그 시간은, 해탈을 허용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무엇이 문제인지는 어렴풋이 깨닫게 해줬다. 새해에는 철마다 한 번씩 산사를 찾아가리라, 다시 공개 다짐을 해본다.

다시 샤워기를 붙들고…

하루 5분 명상하기

박수진 기자 한겨레 24시팀 jin21@hani.co.kr

‘비워야 채운다.’ 망각에서 창조는 시작된다고 했다. ‘창조적 발상’을 낚겠다며, 사실은 부산함을 떨치고 고요함과 차분함을 낚겠다며 명상을 다짐했건만, 그만 그 다짐을 망각했다.

하루 5분 명상하기

하루 5분 명상하기

2009년 주어진 52만5600분이라는 시간 동안 단 ‘20분’을 비워낸 한 해였다. 지난 8월 어느 날, 두 달에 한 번 모이는 독서 모임. 끝날 때면 항상 참가자 가운데 날씬한 생머리의 요가 선생님이 ‘요가’를 가르쳐준다. 그날은 요가 말미에 모두가 가만히 앉아 명상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20분의 기억을 더듬자면, 더위도 잊고 내 안으로 잠수해 들어간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명상 말미에 여덟 달 전 다짐을 되뇌었건만, 다시 또 까맣게 잊었다.

새해에는 다짐을, 연말에는 반성을. 패턴은 올해도 반복된다. 다시 한번 여러 ‘명상 고수’들의 조언대로 샤워기를 붙잡고 물 흐르는 소리에 집중하는 1단계부터 시작하련다.



가슴팍의 빨래판!

고기 섭취 줄이기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1년 전 나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찌질한’ 신년 계획을 세웠다. ‘일주일에 고기 500g 이상 먹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70g 남짓한 양이다.

그로부터 1년간 나의 식사는 편하지 않았다. (특히 회사 안팎에서) 고기에 젓가락만 갖다대면 집요한 견제와 구박이 쏟아졌다. “뭐야, 고기 안 먹는다면서!” 심각한 오독의 결과다. 나는 고기를 ‘줄인다’고 했지 ‘안 먹겠다’고 한 적이 없다. 하루 70g이면 적지 않은 양인 것이다.

고기 섭취 줄이기

고기 섭취 줄이기

그래서 고기를 끊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대신 줄이긴 확실히 줄였다. 매번 저울에 달아본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500g은 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운동량도 줄었다는 사실이다. 근력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많은 양의 육류 섭취가 필수다. 고기를 적게 먹어 운동을 끊은 건지, 운동을 하지 않아 육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건지 몰라도 어쨌든 둘 다 줄었다.

고기를 줄이겠다는 약속이 결국 근육량의 감소로 이어진 셈이랄까. 불현듯 1년 전 그때 내 복부에 늠름하게 자리잡고 있던 ‘왕(王)자’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현실은 복부의 식스팩이 아니라 가슴팍의 빨래판! 약속을 지킨 자의 슬픔이다.

무서운 형광등의 ‘쩡’ 소리

TV 끄고 자기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집에는 주인 행세를 하는 여자 하나와 벌레 두 마리가 있다. 여자는 세 마디를 한다. “문이 열렸습니다.” “문이 닫혔습니다.”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 벌레는 TV방과 부엌의 형광등에 산다. 불을 켠 지 한두 시간이 지나면 울기 시작한다. 숨도 쉬지 않는 짠한 울음이다. 형광등을 갈았다. 1시간30분이 지나자 숨죽였던 벌레는 어김없이 되살아났다. 초크전구(글로스타터)가 아닐까, 다시 벌레 죽일 생각을 한다. 벌레는 올해 실천한다고 한 TV 끄고 자기, 불 끄고 출근하기에다 대고 이를 간다. 거실에서 불을 켜고 잠을 자다가 일어나면 TV 소리를 누르고 벌레가 운다. 쩡한 새벽의 콧김처럼 냉정하다.

TV 끄고 자기

TV 끄고 자기

냉장고가 열린 채 있어서 놀란 적이 한 번, 퇴근길 화장실 불에 아차 한 적이 두 번(정도), 그리고 일부러 불을 켜놓고 집을 나간 게 열 번(정도). 아무튼 출근 전 부지런히 멀티탭을 살폈다. TV 부팅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앞을 놓쳤고, 컴퓨터를 켰다가 화면이 안 밝아서(전원이 연결 안 된 경우의 현상) 전원을 켠 게 여러 번이다. 그러나 전기세는 줄지 않았다. 보일러를 거의 틀지 않고 “세수는 하느냐”고 할 정도로 온수 사용량도 적으니, 벌레는 죽여도 되지 않을까. 그리운 TV 앞 명당자리여.

식물자전거, 쭈~욱 쉬다

자전거 출퇴근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던가. ‘식물자전거’를 되살리기에는 1월의 강바람, 너무나 차가웠다. 무엇보다 발이 꽁꽁 얼 것만 같았다. 따뜻해지는 봄을 기다리기로 하고 일주일 만에 자전거를 다시 베란다에 세웠다.

봄이 왔지만 또 다른 핑계가 생겼다. 뒤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가 발목을 잡았다. 야간 대학원에 다니며 자전거로 출퇴근하기는 무리였다. ‘출퇴근이 어렵다면 동네 한 바퀴라도 돌겠다’던 다짐도 새로운 핑계에 무릎을 꿇었다. 휴일에 두세 번 자전거를 끌고 나갔는데 (쓰면서도 낯부끄럽다) 아내의 화초들을 피해 자전거를 베란다에서 꺼내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핑계만 하나 더 늘었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것을 이루는 법인데,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웠던 것은 아닌지…. 당뇨와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는 건강검진 소견서를 받아드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말 1년이 지났다고?!

성격에 맞지 않는걸

수다 떨기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고백하자. ‘남자도 수다를 떨자’ 도전은 실패했다.

일단 성격 탓이다. ‘수다 떨기’는 내 성격에 맞지 않았다. 경제나 역사 얘기를 난 좋아한다. 귀를 쫑긋 하고 듣는다. 하지만 드라마나 스포츠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난 입을 다문다. 일상의 소소한 얘기에도 난 별 감흥이 없다.

남자의 특성도 있는 것 같다. 남자들과 얘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건, 남자들의 얘기는 수다가 아니라 논쟁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술자리에선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자신이 맞고 상대가 틀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핏대 높여 싸운다. 그럴 때마다 피곤하다.

‘그렇다면 여자와 수다를 떨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지 마시라. 여자들의 관심사(모두 그러하진 않지만)인 연예인과 드라마에 난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맞장구쳐주기 힘들었다. 이래저래 1년 동안 수다 떨기는 참 힘에 부쳤다. 나의 ‘실천21’은 끝내 실패했다. 대신 수다를 떠는 것보다 남의 말에 좀더 귀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게 더 내 스타일에 맞는 것 같다.

조류 날라리의 고백

당원 되기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철새면 어떤가, 당원이면 됐지”라고 썼다.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한 번 당적을 옮겼다. 여러 해 전 어느 정당에 ‘입당’했다가 ‘탈당’을 했고, 지금은 다른 정당에 적을 두고 있다. ‘조류’의 반열에 오를 최소한의 자격은 갖춘 셈이다.

신년호에서 독자들께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시라”고 꼬드겼다. 정작 ‘당원’으로서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약정한 당비는 매달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당 계좌로 자동이체된다. 1년 내내 잊고 지내다 연말정산 때 당비 영수증이나 챙기는 수준이다. 1년6개월쯤 전에 이사를 했지만, 오늘에야 지구당 위원장 이름을 확인했다. 주변 시·군·구가 한 지역구로 묶여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간혹 당 홈페이지 게시판을 들락거리긴 하지만, 논쟁에 적극 뛰어들어 글을 남긴 일은 한 번도 없다. 당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횟수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조류’에다 ‘날라리’다.

2010년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누굴 찍을까, ‘당원’은 투표장에서 고민하지 않는다. 경선 때 내가 민 후보가 아니어도 좋다. 당이 선택하면 우리는 찍는다. 그 한 표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으면서. 당원 노릇, 참 쉽다.

욕실의 비명

아침의 냉수욕

이태희 기자 한겨레 경제부문 hermes@hani.co.kr

덜 하는 삶을 위한 기자들의 ‘실천21’으로 ‘찬물 샤워’를 선택한 대가는 유명세였다. 글을 올린 직후 회사 안팎에서 만난 동료와 취재원들(국회의원부터 보좌관, 그리고 기업 임원 등 이런저런 이들)의 맨 처음 질문은 “정말 찬물로 샤워하느냐”였다. 포기할 수도 없게 된 상황에서 2009년 그해 첫겨울의 우리 집 아침은 늘 ‘으아~’ 하는 욕실의 비명 소리와 함께 시작되곤 했다.

아침의 냉수욕

아침의 냉수욕

찬물 샤워를 시작하게 된 것은 “몸살에 즉효”라는 회사 선배의 말 때문이었다. 그런데 초여름에 찾아온 몸살감기 앞에서 나의 몸은 “따뜻한 물!”을 절규하고 있었다. 타협은 쉬웠고, 이후 샤워를 마친 욕실 거울은 늘 짙은 수증기로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찬물 샤워를 잊고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 3년 만에 만난 고향 친구가 술에 취해 “정말 궁금하다”며 “너 진짜 찬물로 샤워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며칠 뒤 “실천기를 써달라”는 전화가 왔다. 흑… 벗겨지지 않는 이 굴레여. 전화를 받은 다음날, 우리 집 욕실에서는 ‘으아~’ 하는 비명이 다시 울렸다. 그 다음은 어떠냐고? 묻지 말아주시면 안 될까요.

어깨 통증 때문에…

치과 가기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못 갔다. 치과는 일찍일찍 가야 돈이 절약된다며, 올해엔 사랑니 2개를 뽑고 충치 7개를 치료하고야 말겠다고 독자에게 굳게 약속했건만, 결국 치과는 가지 못했다.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마감을 일찍 끝낸 어느 금요일, 회사 근처 치과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 치료받을 수 있을까요?” 의사가 수술 중이어서 안 된다고 했다. 취재가 생각보다 일찍 끝난 날 사랑니를 뽑으려고 했다. 하지만 치과는 이번에도 나를 거부했다. “당일 발치는 안 됩니다.”

약속을 못 지킨 더 큰 이유는 건강하지 않은 치아보다 더 고통스러운 어깨 때문이었다. 오른쪽 견갑골 주변 근육이 찢어진 것처럼 아팠다. 통증은 나날이 심해져 팔까지 아팠고, 나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리기도 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목이 빳빳이 선 일자였다.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었다. 조금 나아지는 듯했지만, 계속 약을 먹기가 싫었다. 한의원으로 바꿨다.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토요일 오후 1시간은 행복했지만 통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말하자면 지금 난 새해 결심을 지키지 못해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거다. 아, 내년에도 반복될까? 이 비겁한 변명!

딸 손 먼저 잡아야겠다

자원봉사 활동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아뿔싸! 벌써 1년이야? 아이 참, 이제 하려고 했는데.”

신년호에 난 딸아이의 손을 잡고 자원봉사 활동을 가리라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야말로 산 교육이 아니겠느냐며 목에 힘까지 주었다. 그러나 올해가 다 가도록 못했다. 물론 딸아이는 아이대로 학교에서 또는 엄마와 함께 몇 번 봉사활동을 갔지만.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다. 그런데, 이런! 딸아이와 손잡고 자원봉사 가는 건 그만두고라도 손을 잡은 기억도 없다. 내 뇌의 용량이 딸려 기억이 안 날 뿐인가? 아무리 돌이켜봐도 2009년에 내 딸의 손을 잡은 기억이 없다.

내 맘대로 해석하자면, 우리는 신년의 약속을 못 지킬까봐 한 번 더 기회를 주기 위해 설날이 두 번 있다. 음력 설을 새해의 기준으로 삼아 그 전에 꼭 딸아이와 손잡고 자원봉사에 참여해야지. 그리고 당장 오늘 저녁엔 집에 가서 딸아이의 손부터 잡아야겠다.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도 물어보고, 좋아하는 가수가 누군지도 알아봐야지. 근데, 가만있어라… 회사 송년회를 비롯한 일정이 이번주에 줄줄이다. 밤 12시 이전에나 들어갈 수 있을까? 자는 아이 깨워서 손을 잡고 술 냄새 팍팍 풍기면서 물어보면 성질내지 않을까?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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