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전교조 ‘빨갱이 사냥’ 신호탄?

교과부 제출된 ‘신 교원 노사문화 정착방안’ 보고서 단독 입수…
공산주의 이념 전파하는 조직으로 명시
등록 2009-10-29 14:10 수정 2020-05-02 04:25

“전교조는 특정한 이념과 실천을 조직의 주요 목적으로 하는 ‘정당 유사 조직’이며, 참교육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전교조가 강조하는 ‘더불어 사는 삶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상’은 창의성이 결여된 공산주의적 인간상이고, 전교조 강령은 주체사상 논리이자 ‘적과 동지’를 구분하고 지지자를 세뇌하는 스탈린주의적 정치 선전 기법의 핵심이다.”

전교조를 “특정한 이념과 실천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 유사 조직”으로 보고, 교장 권한을 강화해 전교조를 무력화해야 된다는 주장이 담긴 ‘학교 단위의 신 교원 노사문화 정착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 교과부는 이 보고서에 정책연구개발비 3500만원을 지급했다.

전교조를 “특정한 이념과 실천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 유사 조직”으로 보고, 교장 권한을 강화해 전교조를 무력화해야 된다는 주장이 담긴 ‘학교 단위의 신 교원 노사문화 정착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 교과부는 이 보고서에 정책연구개발비 3500만원을 지급했다.

“교사가 무슨 노동자냐”는 궤변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을 막던 1989년 이야기가 아니다. 그로부터 20년이나 흐른 지난 8월12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에 제출된 ‘학교 단위의 신 교원 노사문화 정착방안 연구’ 보고서 내용이다.

교과부는 올 초 정책연구개발비 3500만원을 들여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팀에 이 연구를 맡겼다. 정 교수는 교과부 관료 출신이다.

‘스탈린주의적 정치 선전 기법’ 비난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입수한 186쪽짜리 연구 보고서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전교조 강령이 명시한 ‘교육 민주화’란 단위학교 현장을 전교조가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18쪽) 노동조합으로서의 성격을 크게 뛰어넘는 전교조의 핵심 강령은 ‘참교육’이고, 참교육의 핵심 요소는 민족·통일 교육이다. 민족·통일 교육은 통일위원회 소관인데, 통일위원회는 사법기관이 수사를 통해 밝히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정도로 비밀에 가려져 있다. 즉, 참교육 전략은 일반 대중과 교육계의 지지를 토대로 교육행정 당국이 운영해온 기존 공교육 장학 체제를 타파하고 대체하기 위한 전략이자, 민족·통일 교육을 ‘트로이의 목마’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39쪽) 교장은 전교조 주변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전교조의 실체를 드러내고 이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166쪽)”

통일위원회는 전교조의 공식 조직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보건·특수교육·실업교육·여성 등 8개 상설위원회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도 이를 ‘비밀조직’이라고 매도하면서 전교조를 공산주의 이념을 전파하는 조직이자 교장·장학사 등이 역량을 키워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한마디로 노조 자체를 인정하기 싫거나 전교조를 무력화하려는 보고서로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단위학교의 자율성 및 교장의 권한 강화와 함께 전교조가 교과부·시도 교육청과 체결하는 단체협약의 무력화를 제시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신 교원 노사문화 정착방안’은 정기 연구과제로 선정된 것 중 하나로 정상적인 공모 과정을 통해 용역을 발주했을 뿐이다. 보고서의 결론은 교과부 공식 의견도 아니고, 관련해서 정책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교과부 공식 의견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러나 조승수 의원은 “시대에 뒤떨어진 매카시즘까지 동원한 연구에 세금으로 연구비를 지원한 교과부의 행태는 ‘전교조 죽이기’”라며 “교과부·교육청의 단체협약 해지, 시국선언 참여자 중징계와 기소 등 잇따른 전교조 무력화 시도의 일환일 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의 공무원노조 탄압 등 이명박 정부 들어 파행을 겪는 노사관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반박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