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박산업은 해마다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카지노를 비롯해 경마·경정·경륜 등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행산업’이라 일컫는 도박산업의 전체 매출 규모는 2000년 6조원대에서 2007년 15조원대로 불어났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다. 산업의 성장과 함께 도박중독자 양산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지난해 11월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전자카드제도의 도입이다. 사용액에 일정한 제한을 둔 각자의 전자카드를 등록하게 해, 이 전자카드로만 카지노·경마·경륜·경정 등의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출 감소를 우려한 사행사업자 등의 극심한 반발에 부닥치면서 전자카드제는 시행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월30일, 최영 강원랜드 사장과 김광원 한국마사회 회장 등은 김성이 사감위 위원장을 찾아가 전자카드제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다. 이보다 앞선 7월13일에는 강원랜드 노동조합 등 관련 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사감위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자카드제 도입 등 사감위가 추진하는 각종 규제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역 언론과 보수 단체들까지 전자카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저해된다는 게 주된 반대 논거다. 는 지난 7월29일치 사설에서 “폐광 지역 경제 회생이란 특수 목적을 갖고 설립된 강원랜드에 대한 전자카드제 도입은 원점에서부터 재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 계열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도 지난 9월22일 논평을 내어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신용평가기관에 경마·경정 등을 즐긴 이력이 개인별로 모두 기록되고 관리될 것”이므로, 그런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서민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감위 관계자는 “전자카드는 신용카드 등과는 전혀 별개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서민대출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감위의 계획은 일단 좌초되는 양상이다. 우선 전자카드제를 2011년 전면 도입하려던 계획에서 한발 물러섰다. 사업자별로 시범운영 기간을 거치고 일정액 이하 사용자는 카드 사용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수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다른 규제책은 이미 시행에 들어간 매출 총량제다. 해마다 사행산업별로 매출 총량을 설정해놓고 이를 지키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0.67%에 이르는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를 201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0.58% 수준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이에 따라 정선 카지노에 설정된 올해 매출 총량은 1조1089억원이다. 하지만 이미 상반기 매출이 목표치의 절반(5544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5972억원에 달해 연말이 되면 올해 기준치를 초과할 전망이다. 정선 카지노 쪽은 “우연의 게임 결과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므로 매출 총량 통제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태도다.
이런 가운데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사감위가 매출 총량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조항 자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해놓았다. 안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사행업자들은 그나마의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안상수 발의안은 조항 자체를 들어내참여연대 서민희망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이헌욱 변호사는 “지금처럼 사업자들에게 맡겨놔서는 사행산업이 건전한 레저로 갈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사감위가 출입 횟수, 베팅 한도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전자카드제와 매출 총량제를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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