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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업 포스코 자율경영 되찾아야”

인사 개입 폭로한 우제창 의원 “한나라당 의원들도 내게 터뜨리라고 재촉”
등록 2009-05-13 16:40 수정 2020-05-03 04:25
우제창 의원

우제창 의원

국회에서 포스코 인사 개입을 폭로한 우제창 민주당 의원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5월은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어버이날로 이어지는, 지역구를 챙겨야 하는 시즌이다. 황금연휴 때 그는 단 반나절을 아이들을 위해 썼다고 했다. 그의 지역구인 경기 용인에서 어렵사리 인터뷰를 했다.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정권 실세의 포스코 인사 개입 폭로는 재보선을 앞둔 정치공세 아니냐”고 물었다. 우 의원의 대답은 단호했다. “난 폭로 전문이 아니다. 정책만 해온 사람이다. 뜨기 위해 한 것이 아니다. 포스코는 국민기업으로 남아야 한다. 권력 사유화는 절대로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터뜨린 것이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정권 때마다 포스코 회장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과거엔 정권이 그래도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게다가 2000년에 포스코는 완전히 민영화됐다. 그런데 MB 정권 들어 실세들이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하면서 이런 중립성이 망가졌다. 국민기업 포스코의 자율 경영을 지켜주고 포스코가 제대로 갈 수 있게 만들어주려고 밝힌 것이다.”

“이상득계 말고는 ‘왕차관’에 한 맺혀”

그는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폭로가 두 달여 동안의 ‘공기업 개혁’ 공부 과정에서 접했던 수많은 제보가 배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포스코 CEO 추천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물론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과 통화하며 ‘중앙대를 운운했다’는 내용까지 술술 꿰고 있었다.

우 의원은 심지어 한나라당 안에서도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문제를 터뜨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도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얘기는 파다했다. 친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나한테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문제를 왜 안 터뜨리느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친박뿐만 아니라 친이 쪽에서도 그랬다.”

친이 쪽에서도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문제를 터뜨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왜 그랬는지 물어봤다. “친이 쪽은 크게 세 파트다. 이상득 의원 계열, 정두언 의원 계열, 이재오 전 의원 계열이다. 그런데 정두언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 계열 의원들이 그랬다. ‘왕차관’으로 통하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전횡에 한이 맺혀 있기 때문인 듯하다.”

포스코에 관한 뒷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지난번 국회에서 문제제기를 한 뒤 포스코가 발칵 뒤집혔다고 했다. “포스코에서 대책반까지 만들었다. 새벽 2시까지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포스코 쪽에선 다음엔 뭘 터뜨릴지, 어디까지 갈지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예결특위 폭로 과정은 전략적

우 의원은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의혹 제기에 정치적 의도는 없었지만, 터뜨린 시기는 상당히 ‘전략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애초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터뜨리려 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장관은 산하기관도 아닌 민간기업 포스코에 대해 모른다. 개입 의혹이 있는 박영준 차장 앞에서 해야 했다. 그래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터뜨릴 계획을 세웠다.”

마침 한승수 국무총리가 유럽 순방을 갔다. 총리를 대신해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나왔다. 이한구 예결위원장에게 부탁해 최소한 차관급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래서 박영준 차장이 대신 나왔다. 박 차장은 내가 포스코에 관해 물어볼 줄을 전혀 몰랐다. 그래서 당황한 나머지 내가 묻자, 이한구 위원장이 제지하기 전까지 다 말했다. 작전이라면 이게 작전이었다.”

“박 차관이 이번 사건의 ‘몸통’일 것 같냐 ‘깃털’일 것 같냐”라는 질문에, 우 의원은 “‘만사형통’이 몸통이 아니겠냐’”며 의미 있는 사자성어를 남겼다.

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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