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 0의 공포.’
한나라당 지도부와 민주당 지도부는 요즘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역이 절묘하게 배치된 ‘4·29 재보선’ 탓이다. 이른바 양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영·호남에 2곳씩 두고, 수도권 1곳이 정점에 놓여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 텃밭에서 무소속과 진보 진영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명운을 건 승부(울산 북구)도 걸려 있다.
이번 재보선의 승패 평가 공식은 이렇다. ‘인천 부평을 당선+텃밭 1곳 이상 당선=대승.’ ‘인천 부평을 당선+텃밭 전패=선방.’ ‘인천 부평을 패배+텃밭 1곳 당선=사실상 패배.’ 그 밖의 경우는 ‘대패’다.
승패의 분수령은 인천 부평을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올인’을 선언했다. 후보는 지역 최대의 현안인 GM대우가 정했다.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인 이재훈 한나라당 후보와 GM대우 출신인 홍영표 후보가 맞서게 된 것이다. 서로 GM대우를 살릴 인물은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민주노동당 김응호 후보가 나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박빙 우세’를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예측불허 지역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울산 북구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단일화하면 힘겨운 상대가 된다. 경주 역시 ‘친이’ 쪽인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와 ‘친박’ 쪽인 무소속 정수성 후보의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쪽에서는 전주 덕진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가장 부담스럽다. 여기에 완산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건 전 국정원장의 ‘무소속 연대’ 바람까지 겹치고 있다. 이광철 전 의원이 지역 조직 장악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만만찮은 승부가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4월15일 인천 부평을과 경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분명해진다. 부평을에서는 이재훈 29.7%, 홍영표 29.1%로, 경주에서는 정종복 33.1%, 정수성 33.3%로 나타났다. 모두 오차범위(±3.7%) 안의 초박빙 승부다.
민주당은 ‘완산갑’ 사수에 우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동영·신건 동반 당선이 이뤄질 경우 ‘정동영 신당’으로 전북 지역이 갈라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 쪽은 당선되면 곧바로 복당을 신청할 예정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독자세력화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인천 부평을까지 잃으면 정세균 대표 체제는 결정적인 위기를 맞는다. 당대표를 내놔야 할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가장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손학규 전 당대표다. 정세균 대표의 선거 지원 요청을 받아들여, 자연스럽게 정치에 복귀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선거를 지원하기로 한 인천 부평과 시흥시장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더 큰 힘이 실릴 수 있게 된다.
한나라당은 전패를 하게 되면 박희태 대표 체제가 위기를 맞겠지만, 대표가 갈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에서 박희태 대표가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배지를 달고 하반기 국회의장을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아직 대표 체제를 흔들 자체 동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고, 이재오 전 의원 역시 당분간 잠행을 할 것이라는 것이 당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단일화하지 않으면, 사실상 한나라당에 승리를 ‘상납’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울산 북구의 진보적 토대는 물론 양당의 전국적인 토대에도 ‘빨간불’이 켜질 상황이다.
은 이런 격변을 앞두고 있는 전주 덕진과 완산갑, 울산 북구, 경주의 현지 민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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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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