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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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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소년’의 얼굴에 피어난 반점

‘덜 하는’ 삶을 위한 <한겨레21> 기자들이 제안하는 ‘실천21’
등록 2009-01-01 15:11 수정 2020-05-03 04:25
고기 섭취 줄이기

고기 섭취 줄이기

“형, 고기는 왜 이렇게 맛있을까?”

그렇게 해맑은 표정으로 삼겹살 5인분을 혼자 작살내던 소년이 있었다. 선배들은 그를 ‘고기소년’이라 부르며 피해다녔다. 하는 일 없이 고기만 축낸다며 ‘수사자’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

삼십 평생 외길 ‘육식인생’을 살던 그에게 2008년 여름 위기가 찾아왔다. 얼굴 곳곳에 붉은 반점이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처음 2주간 ‘이러다 말겠지’ 하며 버티던 그는 3주째 어느 날 피부과를 찾았다. 반점은 이미 가슴과 그 아래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고, 가려움증은 영혼을 갉아먹는 듯 집요했다. 피부과 전문의가 내놓은 해법은 명료했다. “고기 좀 그만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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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성 피부염이나 성인 아토피 등 피부질환은 대개 과도한 육식에서 비롯된다. 고기에 함유된 ‘기름기’는 일단 과식을 유발한다. 의 저자 안병수씨는 “고기를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동물성 지방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맛있으니 많이 먹게 되는 것이 당연하고, 이는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로 이어진다.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은 소화가 어려워 장에서 쉽게 썩는다. 이때 생기는 독소가 곧 피부질환과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뭐, 그렇다고 이 기사가 ‘당장 육식을 중지하자’는 극단적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신 적당히 먹자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당신은 ‘대체 얼마가 적당한데’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내 경우, ‘일주일에 육류 500g 이상 먹지 않는 것’이 목표다. 근거는 이렇다. 전문가들은 고기를 먹더라도 하루 50~80g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500g이면 하루 70g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음식점에서 파는 삼겹살 1인분은 대개 200g이다. 삼겹살을 먹겠다면 일주일에 1인분이면 충분하다. 왜냐면 평소에도 식사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육류에 입을 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요일이다. 의 전통 가운데 하나가 마감을 마친 뒤 치킨을 먹는 것이다. 마감을 마친 순서대로 회사 앞 ‘○○치킨’에 모여 사이좋게 통닭을 뜯는 몹쓸 전통은 수많은 ‘저질 몸매’를 만들어냈다. 치킨용 닭 한 마리의 무게는 무려 1kg! 아무리 뼈를 발라내 무게를 줄인다 해도 일단 치킨에 손을 대는 순간 육식 상한선은 무너지기 십상이다. 치킨 한 조각의 무게는 100g을 오르내린다. 기름이 좔좔 흐르는 ○○치킨의 황금빛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나로서는 새해 첫 번째 도전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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