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수다를 떨어야 하는 이유
올 한 해 내가 휴식을 위해 노력해야 할 아이템은 ‘수다 떨기’다.
먼저 ‘수다’가 어떤 말인지 사전을 찾아봤다. ‘[명사]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 국어학자들은 수다를 아주 드라이하게 표현해놓았다. 수다에는 ‘쟁이’가 이따금 따라붙는데, 그 뜻은 ‘[명사] 몹시 수다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왜 수다는 ‘떨다’와 붙여 쓰는 것일까? ‘떨다’를 사전에서 찾아봤다. ‘물체가 작은 폭으로 빠르게 반복하여 흔들리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떨다’는 ‘신중하지 못하고 가볍고 쓸데없이 움직임’의 의미를 부여받는 것 같다. ‘엄살떨다’ ‘주접떨다’ ‘부산을 떨다’ ‘방정을 떨다’ ‘야단법석을 떨다’ ‘아양을 떨다’ 등에 쓰인다. 미세하지만 계속되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수다 하면 떠오르는 건 떠든다는 이미지인데, 수다와 ‘떠들다’는 왜 같이 쓰이지 않을까? 중·고등학교 때 선생님한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떠들지 마라’였다. 그럼 떠들다의 사전적인 정의는 무엇일까? ‘[동사] 시끄럽게 큰 소리로 말하다’는 의미다.
그렇다. 수다는 조용조용하게 ‘떠는’ 것이지 큰 소리로 ‘떠드는’ 게 아니다. 상대의 얘기를 들어주고 상대 의견이 비록 나와 다를지라도 그 다름을 인정해주는 게 대화의 시작이다. 서로의 주장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떠드는 것과 달리, 수다는 부드러운 대화의 맛을 내주는 양념이다. 남자들이 서로 자기주장을 펴고 남의 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수다를 못 ‘떨기’ 때문일 게다. 내가 수다를 떨어야 할 이유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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