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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쓰나미 대선판도 흔드네

지지율 급락 매케인 ‘선거운동 중단‘ 잔꾀… 오바마는 대립각 더 세워
등록 2008-10-03 12:04 수정 2020-05-03 04:25

존 매케인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돌연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한 그는 전세기의 기수를 워싱턴으로 돌렸다. 9월26일 저녁(미국시각)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텔레비전 토론도 연기를 제안했다.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자는 게다. 남은 기간은 많지 않다. ‘마지막 카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탁월한 승부사인 매케인 후보는 지난 8월 말 전당대회 때 무명의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발탁하며 지지율 열세를 일거에 회복했다. “부통령 후보가 대통령 후보보다 인기가 높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로 삽시간에 ‘페일린 효과’가 허망하게 증발해버렸다. 와 〈ABC방송〉이 9월19~22일 성인남녀 108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매케인 후보는 등록된 유권자 41%의 지지를 얻어, 51%의 지지를 받은 오바마 후보에게 10%포인트 차로 뒤졌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인 건 지난 7월13일 실시한 여론조사 이후 처음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존 매케인 후보(왼쪽)와 버락 오바마 후보의 한판 승부는 ‘누가 금융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할 인물로 비쳐지느냐’에 달렸다. REUTERS/ RICHARD CLEMENT·REUTERS/ JASON REED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존 매케인 후보(왼쪽)와 버락 오바마 후보의 한판 승부는 ‘누가 금융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할 인물로 비쳐지느냐’에 달렸다. REUTERS/ RICHARD CLEMENT·REUTERS/ JASON REED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 한가하게 선거운동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단합과 단호함, 그 두 가지가 필요하다. 누가 위기를 극복해낼 것인가. 진정한 지도자는 위기에 빛을 발한다. 매케인 후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자신의 선거구호처럼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게다. 그는 선거운동을 ‘중단’한 게 아니라, 선거운동 ‘방식’을 바꾼 게다.

선거운동 방식을 변경했을 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여느 선거 때처럼 외칠 필요조차 없어졌다. 금융위기라는 ‘쓰나미’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일단 ‘해법’에 대한 초기 반응은 비슷했다. 두 후보 모두 부시 행정부의 구제금융 법안에 대해 ‘유보적 찬성’ 입장을 보였다. 긴급 구제금융의 필요성이란 총론엔 공감하면서도, “이런 식의 정부 개입이 옳은지”(매케인 후보)와 “감시·감독 기능 없는 백지수표를 내줘도 괜찮은지”(오바마 후보) 등 각론에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구제금융을 둘러싼 논란이 길어지면서 두 후보 간 정책 차이가 차츰 분명해지고 있다. 두 후보가 9월22일 미 〈CNBC방송〉 인터넷판과 한 인터뷰는 이런 차이를 극명히 드러내줬다. 핵심은 ‘조세제도’로 모아진다.

매케인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세금 인상은 절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위기가 깊어질수록 ‘성장’이 중요하다는 게다. “무엇보다 ‘소비’를 장려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세금을 올릴 게 아니라 낮춰야 한다”는 게 매케인 후보의 생각이다. 미 금융시장의 ‘효율성’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매케인 후보는 최근까지도 미국 사회의 만성적인 골칫거리인 의료보험 개혁 방안으로 “금융시장처럼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은행의 현금자동인출기(ATM)처럼 어디에서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던 발언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이루는 근면·성실한 노동자들의 힘을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오바마 후보는 “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관리·감독 부재로 일자리와 연금·노후자금·주택까지 서민경제의 모든 측면이 위기로 내몰렸다”며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대단히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조세제도와 관련해선 “소수 부유층이 아니라 중산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 이뤄져야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며 “조세 감면으로 인한 세수 부족분은 금융업계 등에서 세원을 확대해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케인 후보는 언제나 규제가 나쁘다고 주장했지만, 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는 되레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 8년 동안 미국의 외교는 파탄났고, 경제는 무너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멀찌감치 달아나지 못하는 오바마 후보도, 차츰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에 신경이 곤두선 매케인 후보도 갈수록 고민이 깊어질 터다. 9월26일 현재 미 대선은 꼭 39일 남았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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