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국내 펀드’ -1.84%, ‘해외 펀드’ -4.04% 수익률 기록, 최고·최악의 펀드 순위 공개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회사원 김수연(가명)씨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펀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속이 상한다. 수익률이 하염없이 곤두박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26일 코스피가 2천 포인트를 돌파하자, 주변 사람들은 온통 주식과 펀드 얘기만 했다. 김씨는 자기 혼자만 재테크에 뒤처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미래에셋증권 지점을 찾았다. “펀드의 ‘펀’자도 몰랐어요. 그래서 미래에셋 언니가 추천해주는 펀드에 가입했어요. 해외 펀드가 더 수익률이 좋다며 해외 펀드를 권유하더라고요. 한국과 중국, 인도 3개국에 집중 투자한다는 펀드에 가입했어요. 처음에는 수익률이 좋고 해서 펀드에 가입하길 잘했다 싶었죠.”
‘펀드 광풍’ 1년 만에 평균 ‘마이너스’
그때 가입한 펀드가 ‘미래에셋맵스 코친디아셀렉트Q’였다. 처음에는 수익이 좋았다. 지난해 10월 기준 수익률은 97.99%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는 ‘홈쇼핑’하듯 미래에셋 펀드 4개에 추가로 가입했다.
그러나 지금 김씨는 이 펀드들을 환매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김씨처럼 ‘묻지마’식 펀드 가입자들의 속이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수익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펀드 열풍’ ‘중국펀드 광풍’이 한반도를 휩쓸고 간 지 딱 1년 만이다.
지난 1년 펀드 수익률은 어떻게 됐을까? 국내외 펀드의 1년 평균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펀드평가업체 ‘제로인’과 함께 2007년 7월1일~2008년 7월1일 설정규모 100억원 이상 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분석해보니, 국내 주식형 펀드(662개)는 -1.84%, 해외 주식형 펀드(767개)는 -4.04%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올 상반기 평균수익률은 -12.01%였다. 대부분의 펀드가 수익은커녕 원금마저 까먹고 있는 것이다.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도 1년 평균수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 종목과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해외주식형의 1년 평균수익률은 -4.04%였지만 올 들어선 -17.93%로 주저앉았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27.05%), 인도(-35.21%) 등의 펀드가 큰 폭으로 빠졌다. 반면 원자재와 자원부국 펀드는 1년 평균수익률이 20%를 훌쩍 넘어섰다.
국내 주식형 ‘ING 1억만들기…’가 최악
은 이들 펀드 가운데 수익률 상위 50곳과 하위 50곳을 각각 뽑아 분석했다(전체 명단은 인터넷 사이트 http://h21.hani.co.kr 참조). 어떤 펀드가 짭짤했고, 어떤 펀드가 죽을 쒔을까? 사람들이 많이 가입한 펀드(설정 규모가 큰 펀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국내 주식형(설정규모 1조원 이상) 가운데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는, ‘미래에셋 디스커버리주식형’(7.04%), ‘미래에셋 3억만들기 인디펜던스주식 K-1’(6.81%), ‘한국삼성그룹 적립식주식 1Class A’(3.92%) 등이다. 5위권에는 미래에셋 펀드가 4개였다. 미래에셋이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국삼성그룹 적립식주식’의 수익률은 -5.67%였으나, 같은 기간 미래에셋 펀드들은 수익률이 -11%에 이르는 등 빠지는 추세는 미래에셋이 더 큰 편이었다.
설정규모 3천억원 이상 중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ING 1억만들기 주식 1’(-11.24%)’, ‘삼성 당신을 위한 리서치주식종류형 1A클래스’(-9.31%), ‘CJ지주회사 플러스주식 1-C1’(-8.26%) 차례였다. 5위권 안에 CJ가 운용하는 펀드가 2개나 됐다.
전문가들 “지금은 팔 시점 아니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어떨까? 설정규모 4천억원 이상의 해외 펀드 가운데 짭짤한 실적을 올린 펀드는, ‘슈로더브릭스주식형-자A’(26.13%), ‘슈로더브릭스주식형-자A-1’(26.07%), ‘슈로더브릭스주식형-자E’(25.14%), 등이었다. 반면 가장 많이 까먹은 펀드(설정규모 1천억원 이상)를 보면, ‘프랭클린템플턴재팬 주식형자(A)’(-30.36%), ‘골드만삭스-맥쿼리 글로벌인프라재간접(자)-1Class C’(-21.49%), ‘골드만삭스-맥쿼리 글로벌인프라재간접(자) 1Class C’(-20.69%) 등이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이수진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 가운데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대부분 해당 운용사의 주력 펀드로 규모가 큰 편이었다. 해외 펀드의 경우 글로벌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률이 저조한 상태지만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는 선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수익률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금이 환매시점일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 부장은 “코스피가 정점이던 1900선 언저리에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환매 시점은 늦었다. 현재 가격조정이 상당히 진행된 만큼 급하게 쓸 용도가 아니라면 환매를 늦추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진 연구원도 “당장 급한 돈이 아니라면 분위기에 휩쓸려 환매하는 것은 자제하는 게 낫다. 어차피 펀드 투자는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이익이 난 부분은 줄여 분할 매도하는 방법도 있다. 글로벌 펀드의 경우 신흥국에 편중돼 있으면 신흥국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줄여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로또 심리 버리고 내 펀드 찾기
삼성증권은 7월8일 ‘하반기 펀드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시장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가장 잘 아는 시장에 분산투자하라고 강조했다. 잘 알수록 장기투자가 가능하고 최악의 경우에도 대응의 여지가 크다는 점 때문이다.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듯 많은 정보를 꼼꼼히 챙기고 어느 정도의 시간도 투자해야 한다. ‘로또’와 같은 대박 심리로 펀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회사원 하정수(가명)씨. 3~4개 펀드에 들고 있는데, 현재 펀드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2년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원자재 펀드에 투자했다. 최근 만기가 된 이 펀드의 수익률은 24%였다. 중국·인도 펀드가 뜨기 전인 2006년에 슈로더브릭스 펀드에도 가입했다. “중국과 인도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주목한 거죠. 이 펀드는 지난해 수익률이 85%까지 갔으나 최근에는 하향 곡선을 타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수익률은 66%에 이르지요.”
남들보다 꼼꼼히 분석한데다 장기투자를 한 까닭에 그는 이같은 수익률을 지킬 수 있었다. 하씨는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동료와 친구, 신문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와 같은 해외 언론 사이트에 들어가 꼼꼼히 경제 기사를 읽고, ‘모닝스타’라는 투자 전문 사이트에도 들어가 체크한다.
그는 남들이 모두 미래에셋에 들더라도 미래에셋을 고집하지 않는다. “남들처럼 이름만 믿고 무턱대고 펀드에 들어가지는 않아요. 시간을 쪼개 분석한 뒤 내게 가장 맞는 펀드를 찾으려고 해요. 펀드를 자기가 결정하듯, 펀드 투자 결과도 자기가 책임져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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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로인(기준일 2008년 7월1일, 자산규모 100억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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