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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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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일 바람불까 불 끌 바람불까

등록 2008-06-27 00:00 수정 2020-05-03 04:25

6월20일 새벽까지 촛불 진로 고민한 ‘국민대토론회’에 쏟아진 의견들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촛불집회 10대 참가자 면접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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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기로에 섰다. 정권 퇴진 운동으로 향하는 강풍도 불고, 쇠고기 문제에 집중하자는 약풍도 분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해 6월19일 저녁부터 20일 새벽까지 5시간 넘게 이어진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다양한 단체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16명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강경론이 우세한 가운데 온건론이 맞섰다. ‘이명박 퇴진’ ‘한나라당 해체’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박수가 터졌지만, 한편에선 쇠고기 문제에 집중하자거나 사회개혁 운동으로 발전시키자는 온건론도 만만찮게 나왔다. 국민소환제 도입, 세금 납부 거부 등 다양한 운동 방식도 제기됐다. 토론회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렸지만 토론은 광장을 넘어 전국에서 뜨거웠다. 인터넷 중계를 보면서 수천 건의 댓글을 다는 누리꾼의 열기로 전국이 달아올랐다.

촛불 봉송·주체별 행진 등 창의적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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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회의는 토론회 이전에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 의견을 모았다. 대책회의 명칭부터 촛불집회 운영 방식까지 다채로운 제안이 나왔다. 먼저 의제를 민영화, 대운하 등으로 확장시켜나가자는 취지에서 대책회의 명칭에서 ‘광우병’을 떼고 ‘정책반대 대책회의’ 혹은 ‘정권퇴진 대책회의’ 등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다. 대책회의에 바라는 다양한 주문도 나왔는데, “대책회의가 주도하면 구호가 참 경직되고 질립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톡톡 튀는 구호나 다른 구호들이 터져나온다면 앞에서 그런 구호들을 소개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정민 평화인권연대 활동가는 “촛불집회 초반엔 앞에서 ‘이명박은’ 하면 각자가 알아서 ‘물러가라’ ‘나와라’ 등 구호를 이어서 외쳤다”며 “지금처럼 ‘이명박은 물러가라’로 구호가 단일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똑같은 구호를 써서 손팻말을 돌리기보다는 차라리 백지와 크레파스를 나눠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서울광장을 벗어나 집회 장소를 다변화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미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강남에서 촛불집회를 벌인 사례도 있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구별로 따로 촛불집회를 열자는 의견도 나왔다. 송민섭씨는 ‘촛불 봉송 운동’을 제안했는데, 올림픽 성화 봉송처럼 한반도 남단의 마라도, 동쪽 끝인 독도 등에서 촛불 점화를 해 국토를 순회한 다음 청와대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매일 촛불 행진의 주체를 따로 정해서 하자는 의견도 더해졌다. 영화인, 방송인, 향우회 같은 모임부터 쥐띠들, 파마한 사람들, 마른 사람들, 이명박 대통령 닮은 사람들, 방위 출신들, 이문열 책을 가진 사람들, 왼손잡이들, 영어 못하는 사람들까지 행진 주체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이 넘쳐났다.

‘질긴 놈이 이긴다’는 취지에 바탕해 여름 휴가를 서울광장에서 보내자는 ‘캔들케이션(CandleCation)’ 제안도 나왔다. ‘CandleCation’은 Candle(촛불)과 Vacation(휴가)의 합성어로, 유가 고공 행진으로 휴가를 집에서 보낸다는 미국식 용어인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을 응용한 것이다. 가족 단위로 촛불 휴가를 나와 낮에는 청계천에서 물놀이하다 시청에서 올림픽 중계를 보고 밤에는 촛불집회와 도심 행진을 벌이자는 제안이다. 여기에 촛불여름성경학교, 촛불민주주의학교 등을 운영하는 방안도 더해진다.

이렇게 촛불집회는 집회의 형식도 혁명해왔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예전엔 폴리스 라인뿐 아니라 집회 라인이 있어서 집회 참가자와 시민의 경계가 뚜렷했다면, 촛불집회 이후엔 그것이 허물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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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회의는 24, 27일 각각 2, 3차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렇게 모은 의견은 6월 말~7월 초 ‘국민의견투표’에 부쳐 촛불의 진로를 결정한다. 한편에선 토론이 길어져 대응이 늦어질 것을 우려해 토론 일정을 줄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물·전기·가스… ‘생활 시위’ 나선 시민들”

설사 촛불이 당장은 사그라진다고 해도 또다시 타오를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원재 사무처장은 “사실 물, 전기, 가스 얘기를 운동 진영이 하루이틀 말하지 않았다”며 “예전엔 노조만 하는 얘기였지만 이제는 시민들이 자기 얘기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광우병 문제로 터진 ‘생활 시위’가 언제든 계기만 생기면 또다시 터져나올 조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일상을 파고들면서 존재의 불안이 커졌다. 어쩌면 쇠고기를 계기로 터져나온 불만은 단순히 정권 차원을 넘어선 체제의 위기를 반영하는지 모른다. 이원재 사무처장은 “서울광장 안팎에서 토론을 진행하다 보면 발언의 주제를 벗어나 자기 삶을 하소연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유난히 많다”고 전했다. 이렇게 언어로 표현하는 논리의 수위는 얕아도 불만은 깊기에 촛불집회는 그토록 끈질겼는지 모른다.

그래서 여전히 희망은 진행형이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에서 촛불집회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언젠가 또다시 정치적 행동주의를 촉발시킬 무의식의 기억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미 그것은 87년처럼 승리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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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인들이 청와대에 말한다’ 그 뒤

계속되는 아우성 “대통령 기자회견 실망”

아고라의 아우성은 계속됐다. 과 다음 아고라가 공동으로 마련한 ‘아고라인들이 청와대에 말한다’ 게시판에는 청와대를 향해 아우성치는 아고리언들의 글이 끝없이 올라온다. 6월14일 이후로 올라온 300여 건의 글 가운데 갈무리한 아고리언의 목소리다(지면 관계상 글은 발췌했고, 제목과 글쓴이의 아이디는 그대로 공개했다).

먼저, 19일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에 올라온 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담화하지 말고 대화부터 하자 - ID 밍밍

대국민 담화? 웃기고 있네, 담화하지 말고 대화부터 하자.

촛불집회를 ‘천민민주주의’로 비하하고 인터넷 여론을 ‘디지털 포퓰리즘’으로 폄하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등 ‘또 다른 2MB’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주성영 의원님께 - ID 유희청

서울에 사는 자녀 둘을 둔 소시민 유희청입니다. 자기 이름 걸고 이야기하라시기에 실명으로 글을 올릴게요. 촛불시위에 참석한 사람들, 법의 지배를 무시하는 세력 아닙니다. 다만 이 말씀은 드리고 싶군요. 의원님께서 계시는 국회의사당에서 직접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이고 간접민주주의와의 조화를 위해 필요한 국민소환제를 법률로 만들어놓지 않아서,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시청광장에서 외치고 외쳐도 이명박 정부와 국회가 들어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서는 저항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촛불을 든 천민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 ID Dimple

국민을 천민으로 보는 고귀하신 분들. 그것 아십니까? 귀하신 분들 월급도 천민의 혈세라는 것을. 머슴으로 섬기겠다면서요? 요새는 주인을 천민이라고 부르십니까?

재신임 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고, 국민소환제 도입 등을 모색하자는 의견도 꾸준하다.

대통령 재신임 투표 건의합니다. - ID 송이후니

해보면 주사파인지 국민 과반수인지 알게 되겠죠. 재신임 투표는 대통령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죠? 자신 있으시다면 재신임 투표 해주세요.

방송 장악, 의료 민영화, 물 사유화 등 쇠고기를 넘어선 의제에 대한 글들도 넘친다.

제발 의료 민영화 안 됩니다! - ID 아고라인

쇠고기도 중요한 문제지만 의료 민영화도 정말 정말 안 됩니다! 제발… 경제를 안 살려도 좋으니 민영화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청와대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촛불 여학생의 가장 무서운 플랜카드 내용 - ID dibidib

촛불 여중생과 여고생의 이 플랜카드 내용에 모든 플랜카드 내용이 다 들어 있었다. 내용은 바로 “우리 이제 방학이다”.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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