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 ‘노동규제완화(안)’ 제시 직후 ‘노동규제개혁위원회’ 전격 구성한 노동부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노사정위원회’는 껍데기만 남고, 이제 ‘노동규제개혁위원회’가 나선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3년 9월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이른바 노사관계 로드맵) 마련에 나섰다. 논의 장소는 노사정위원회였다. 민주노총은 참여를 거부했고, 3년여에 걸친 오랜 논의와 공방 끝에 2006년 말 결국 ‘정부안’으로 로드맵은 확정됐다.
당시 정부안은 △부당해고의 형사처벌 조항 삭제 △부당해고에 대해 원직 복직 대신 금전보상제 허용(근로자가 요구할 경우) △필수공익사업에 쟁의기간 중 필수유지 업무 도입 △필수공익사업에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 등을 담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 내용은 국회에 제출돼 노동법 개정에 반영됐다. 노동계는 이를 ‘로드맵 개악’이라고 규정했다.
임금 덜 주고, 해고·비정규직 더하도록
지난 5월19일, 노동부는 ‘노동규제개혁태스크포스’와 노·사·정 대표 및 공익위원들이 참여하는 ‘노동규제개혁위원회’를 전격 구성했다. 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협약을 추구하는 노사정위원회와 달리, 노동규제 개혁(사실상 완화·철폐)을 목적으로 구성된 위원회다. 민주노총은 즉각 노동규제개혁위원회 참여를 거부했다. 사실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관한 대부분의 규제는 곧 ‘노동 보호’를 뜻하고, 이런 규제는 수십 년간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싸워서 쟁취한 제도들이다.
그런데 노동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5월15일 지식경제부가 경제5단체의 요구를 담은 ‘노동규제완화(안)’을 노동부에 제시한 직후 구성됐다. 이 완화(안)은 △기간제 및 파견제 사용기간 3∼4년(현행 최장 2년)으로 연장 △최저임금에 각종 수당 포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때 노조 동의 규정 삭제 △무노동 무임금 준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근로자의 요구가 없어도 부당해고에 대한 금전적 보상제도 허용 △유급 주휴일 무급화 △일반 사업장에도 파업 때 대체근로 허용 △파견 허용 업종을 네거티브 리스트로 대폭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임금을 깎고, 해고를 더 자유롭게 하고, 비정규직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들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관철하지 못한, 아직 남은 노동규제들을 이번에 죄다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노동부 쪽은 “노동 규제 전반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에서 보내온 건 사용자단체의 의견일 뿐이고, 노동계의 요구도 다 같이 검토해 논의할 만한 내용을 선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제2차 노사관계 로드맵’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크게 뒤흔들 만한 이런 노동규제 완화 논의가 노사정위원회가 아니라 노동부가 독자적으로 구성한 ‘노동규제개혁위원회’라는 태스크포스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노·사·정 간에 오랫동안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노사정위원회 틀을 버리고, 노동규제개혁위원회라는 태스크포스를 통해 속전속결로 노동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구상이다. 노동부 쪽은 “6개 분야별로 노동규제개혁 액션러닝팀을 구성해 집중 운영하면서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할 생각이다. 또 단기적으로 노동규제를 개혁하는 성과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확대해석을 다소 무릅쓴다면, 노동규제를 둘러싼 논의를 노동부가 직접 맡겠다고 나선 이번 조처는 노사정위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속에 노사정위원회도 무력화되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 전면 대응에 나서
노동부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더 나은 규제’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모든 제도들에 ‘경직성’이란 딱지를 붙이고, 규제를 풀어 노동을 유연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노동단체 쪽이 노동규제개혁위원회에 ‘규제 강화’ 요구를 제출하더라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상 사용자단체가 요구한, 즉 지식경제부가 제시한 사항들을 논의해 관철하는 위원회가 될 공산이 크다. 노동부마저 재계의 요구를 관철하는 부처로 전락하는 것일까? 민주노총은 5월23일 “노동규제개혁위원회의 출범은 ‘노동판 광우병 사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전면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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