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클린턴-오바마 후보의 ‘러닝메이트’설 고개 들어, 나란히 대선에 나서는 게 ‘최선의 카드’임은 자명</font>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font color="#017918">[미국 ‘슈퍼 화요일’ 이후] </font>
‘매케인 대 오바마 또는 매케인 대 클린턴?’
조금씩 안개가 걷히고 있다. 20여 개 주에서 예비선거와 당원대회가 일제히 치러진 지난 2월5일 ‘슈퍼 화요일’ 이후 미 대선의 향방이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반환점을 돌아선 미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전, 민주·공화 양당 모두 유력 후보는 이제 둘씩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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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주 vs 13개 주, 1045 대 960
슈퍼 화요일의 결전에서 ‘승자’를 내지 못한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의 상황은 ‘종료 단계’로 접어든 모양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낸 미트 롬니 후보의 경선 포기와 ‘간접’ 지지 선언으로 탄력을 받은 선두주자 존 매케인 후보는 남은 경쟁자 마이크 허커비 후보(전 아칸소 주지사)를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 일부에선 허커비 후보의 경선 잔류를 “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우선 양당 경선구도의 현황부터 파악해보자.
먼저 민주당이다. 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슈퍼 화요일에 대의원 수가 많이 걸린 캘리포니아·뉴욕 등 8개 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782명의 대의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13개 주에서 1위를 차지한 버락 오바마 후보는 757명의 대의원을 추가했다. 2월8일 현재 클린턴 후보가 확보한 대의원은 1045명이고, 오바마 후보가 확보한 대의원은 960명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선 2025명 이상의 대의원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기 위해선 1191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면 된다. 슈퍼 화요일에 9개 주에서 승리를 차지한 매케인 후보는 605명의 대의원을 추가하며 경선 판도를 굳혀가고 있다. 7개 주에서 1위를 차지하며 201명의 대의원을 추가한 롬니 후보가 이틀 뒤인 2월7일 돌연 경선 포기를 선언한 것도 큰 힘이 됐다. 남부를 중심으로 5개 주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롬니 후보의 사퇴를 앞당긴 허커비 후보는 슈퍼 화요일에만 152명의 대의원을 추가했다. 2월8일 현재 매케인 후보가 707명의 대의원을, 허커비 후보가 195명의 대의원을 각각 확보하고 있다.
그럼 앞으로의 판세는 어떨까? 공화당부터 따져보자. 후보 선출이 유력한 매케인 후보의 최대 약점은 나이다. 1936년생이니, 올해로 72살이나 된다. 올해 46살인 오바마 후보가 태어나기 3년 전인 1958년 그는 미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두 사람이 각각 자기 당 대선 후보로 선출돼 텔레비전 토론을 벌인다면, 매케인 후보의 ‘연륜’은 오바마 후보의 ‘활력’ 앞에 ‘힘’보단 ‘짐’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5년 반가량 전쟁포로 생활을 한 매케인 후보는 1981년 전역한 뒤 이듬해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년 임기의 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한 그는 1986년 6년 임기의 연방 상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내리 4선을 하면서 22년째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류 중의 주류’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민주당 표밭에서 승리한 ‘이단아’ 매케인
매케인 후보의 정책적 입장도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의 시각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는 낙태에 반대하고, 자유무역을 강조한다. 사회보장제도의 광범위한 민간 위탁과 사형제도에 적극 찬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정책에서도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미군은 앞으로 50년 동안 이라크에 주둔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발언을 내놨을 때, “일본에선 60여 년, 한국에서도 50년 이상 주둔했다”며 “이라크에선 100년 더 주둔해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매케인 후보에겐 언제부턴가 ‘이단아’란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공화당 주류 보수파가 그를 미덥지 않게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난 2002년 매케인 후보는 민주당 러셀 파인골드 상원의원과 함께 정치자금 규제방안을 담은 ‘매케인-파인골드 수정안’ 통과를 주도했다. 자신들의 돈줄을 옥죄는 개혁입법에 적극 나선 인물을 공화당 주류파가 달가워할 리 만무하다.
매케인 후보의 입법활동은 지난해 이민법 관련 논쟁 당시에도 공화당 보수파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가 민주당 개혁파의 거두인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 함께 불법 이민자들에게 단계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을 뼈대로 한 포괄적 이민법 개정안을 발의한 탓이다. 그동안 공화당 주류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단속·처벌을 강조해왔다. 이 밖에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반대해온 총기규제에 대해서도 매케인 후보는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밝혀왔다. ‘꼬리표’가 붙은 이유다.
공화당 주류의 매케인 후보에 대한 ‘의심’은 지난 2월7일 경선전에서 물러난 롬니 후보가 막판까지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한 선거광고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이 광고에서 롬니 후보 진영은 “매케인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정책적인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불법 이민자에 대한 시민권 부여 방안 △부시 행정부의 세금감면 정책에 대한 반대 △휘발유세 인상에 대한 찬성 등 두 후보 사이엔 정책적 공통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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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화요일의 승리에도 매케인 후보가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날 경선에서 그가 대승을 거둔 뉴욕·뉴저지·코네티컷·일리노이·캘리포니아 등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표밭이다. 앞선 네 차례 대선에서 공화당은 단 한 차례도 이들 지역에서 민주당을 넘어서지 못했다. 반면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4년 대선 당시 슈퍼 화요일에서 승리한 13개 주 가운데 이번에 매케인 후보가 승리한 곳은 단 3개 주에 그쳤다.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선 매케인 후보의 인기가 여전히 시들하단 얘기다. 그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화당 주류 보수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선결과제’인 게다.
796명 ‘슈퍼 대의원’에 주목하라
클린턴 후보의 강보합세가 여전한 민주당 경선구도는 언제까지 어어질까? 슈퍼 화요일의 대결에서 뚜렷한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서, 일부에선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까지 클린턴-오바마 두 후보 간 혈전이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두 후보가 전당대회 전까지 우열을 가리지 못한다면, 전당대회에 참가한 대의원들의 표대결을 통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 2월6일치 인터넷판에서 ‘슈퍼 대의원’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 미 대선 후보는 경선 과정을 거치며 과반수의 대의원을 확보한 후보를 전당대회를 열어 추대하는 방식으로 결정한다. 경선 과정이 진행되는 사이 유력 후보가 떠오르면 나머지 후보들이 순차적으로 사퇴하면서 조기에 후보가 결정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며 확보한 대의원 수도 큰 차이가 없을 경우, 최종 ‘캐스팅보트’는 당연직인 슈퍼 대의원들이 쥐게 된다.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가하는 슈퍼 대의원은 모두 796명이다. 민주당 소속 연방 상하 양원 의원과 주지사, 민주당 전국위원회 간부 등 당 원로급 인사들과 함께 411명에 이르는 지역 활동가들이 대의원으로 참가한다. 이들은 경선을 거쳐 지지 후보를 확정하면서 선출된 일반 대의원과 달리 언제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 자칫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에 대선 후보가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는 당의 대선 후보를 조기에 선출하기 위해 경선 과정에 적극 개입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당내 싸움의 장기화로 공화당과의 ‘본선’에 지장이 생길 것을 염려한 탓이다. 는 2월7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의 말을 따 “늦어도 오는 4월까지는 대선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그때까지도 후보가 결정되지 않으면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생각보다 이른 시일 안에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이런 시나리오는 대체로 ‘오바마 후보 우위론’으로 이어진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2월9일 네브래스카·루이지애나·워싱턴 등지를 시작으로 메인·워싱턴DC·메릴랜드·버지니아·하와이·위스콘신 등 2월 한 달 남은 기간에 경선이 처러지는 지역에서 오바마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안에 선두 자리가 바뀌면서 ‘대세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클린턴 후보 진영에선 벌써부터 오는 3월4일 치러지는 ‘미니 슈퍼 화요일’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경선이 처러지는 오하이오·로드아일랜드·텍사스·버몬트 등 4개 주에 걸린 대의원은 모두 444명이다.
선거운동의 ‘생명줄’이라 할 선거자금의 쏠림 현상도 갈 길 바쁜 클린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월 클린턴 후보가 모은 선거자금은 모두 1300만달러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지만, 오바마 후보가 3200만달러를 모아내면서 빛이 바랬다. 지난 2월1일 오바마 후보가 민주당 성향의 최대 온라인 풀뿌리 정치조직인 ‘무브온’의 공식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며 슈퍼 화요일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 클린턴 후보는 자기 돈 500만달러를 긴급 수혈해 선거자금을 메워야 했다.
2월에 ‘오바마 후보 우위’ 굳어질 수도
슈퍼 화요일 이후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클린턴 후보 진영이 “2월 들어 일주일여 만에 7500만달러를 모금했다”고 발표한 지난 2월7일, 오바마 후보 쪽은 “슈퍼 화요일 이후 36시간 만에 7500만달러를 모금했다”는 성명을 내놨다. 선거자금 쏠림 현상은 무한 정치광고의 나라 미국에서 종종 지지율 쏠림 현상으로 이어진다. 2월은 클린턴 후보에게 ‘고비’임이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클린턴-오바마 후보의 ‘러닝메이트’설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정치전문 사이트 가 2월8일 “오바마 후보와 클린턴 후보가 한 배를 탈 수만 있으면 최상이겠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한 게 대표적이다. 두 사람이 정·부통령 후보로 나란히 대선에 나서는 게 민주당으로선 ‘최선의 카드’임은 자명하다. 다가오는 11월 미국에선 사상 첫 흑인 대통령과 여성 부통령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현재로선, 물론 사상 첫 여성 대통령과 흑인 부통령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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