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사장님이 부동산임대업은 젬병이셔

등록 2007-11-23 00:00 수정 2020-05-03 04:25

MB가 영일·영포 빌딩을 소유하고 관리한 역사…강남 한복판 금싸라기 빌딩에서 3년 연속 적자?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직업은 ‘사장’이다. 그는 1977년부터 92년까지 현대건설과 인천제철 등 10개 현대 계열사 사장과 회장을 지냈고, 대선 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김경준씨와 악연을 맺은 LKe뱅크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제 사람들의 눈에 띄는 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여전히 ‘사장님’이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강남·서초구 일대를 근거로 부동산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명기업’과 ‘대명통상’을 소유한 사장이다.

70년대 특별상여금 3천만원으로 구입

대명기업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1709-4번지에 건축된 이 후보 명의의 ‘영포빌딩’, 대명통상은 서초구 양재동 12-7번지에 세워진 ‘영일빌딩’의 임대사업과 건물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그 밖에 이 후보는 ‘대명주’라는 상호의 중식당이 영업 중인 서초구 서초동 1717-1번지 빌딩도 소유하고 있다. 이 빌딩의 관리를 맡고 있는 주체는 이 후보 자신이다.

현대의 회장, 서울시장, 한나라당 대선 후보라는 그의 공식 직함에 가려진 대명기업 사장 이명박은 어떤 모습일까. 영포빌딩이 들어선 서초동 1709-4와 중식당 대명주가 영업 중인 1717-1은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교대역을 잇는 법조타운의 한가운데 자리해 있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 내려 7번 출구로 나간 뒤 인천정유의 정유소를 끼고 우회전하면 저만치 ‘영포’라고 쓰인 간판이 보인다. 영포빌딩을 오른쪽으로 끼고 꺾어진 뒤 왼쪽을 보면 중식당 대명주를 만날 수 있다. 영일빌딩이 들어선 양재동 12-7번지는 양재역 5번 출구로 나가면 마주하게 되는 주상복합 건물 ‘양재 한신휴플러스’ 뒤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강남의 금싸라기들이다.

먼저 땅 취득 경위를 보자. 이 후보가 서초동과 양재동의 노른자위 땅을 사들인 시기는 70년대다. 이 후보는 서초동 땅에 대해서는 1976년 6월 현대건설 부사장이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 대형 항만공사를 수주한 공로로 받은 특별상여금 3천만원을 가지고 당시 총무이사였던 정택규(작고)씨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산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양재동 땅은 1972년 매입한 지하철 공채(310만2천원)의 만기가 돌아와 현금 대신 체비지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부동산 투기 또는 투자를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여러모로 일이 잘 풀려 강남의 금싸라기 땅을 소유하게 됐다는 얘기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지만, 이를 뒤집을 명확한 물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 후보의 해명은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어찌됐든 이 후보는 그 터에 1991부터 94년까지 영포빌딩·영일빌딩·대명주 식당 등의 건물을 신축해, 부동산 임대사업을 개시한다.

세간에 부동산 임대업자 이명박의 면모가 처음 드러난 것은 1993년이었다. 그해 3월 민주자유당은 8월에 처음 도입되는 공직자 재산신고에 대비해 당 소속 의원 162명과 당무의원 8명을 합친 170명에 대한 ‘1차’ 재산공개 행사를 기획한다. 그해 3월22일 도하 일간지에 공개된 재산 상세내역에서 이명박 민자당 의원(전국구)은 영포빌딩의 건물·땅값 5억5700만원, 영일빌딩 건물·땅값 5억9500만원 등을 합쳐 전 재산을 62억3240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는 영포빌딩의 재산 산출액은 “전세보증금 32억9천만원을 빼고 계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명의 이전·땅 파는 소란 뒤 신고액 274억

재산 공개 이후 그는 큰 곤경에 빠지게 된다. 재산을 축소 신고하려고 안간힘을 쓴 정황이 드러난데다, 강남 노른자위 땅을 취득하게 된 경위와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등에 대한 뒷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1차 재산 공개 엿새 전인 그해 3월16일 시가 12억~14억원짜리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6동 401호(80평)를 도아무개씨 이름으로 명의 이전했고(매각대금은 어디로 갔는지 밝히지 않았다), 8월로 예정된 2차 정식 공개를 앞두고는 대명주 식당 터 옆 470평짜리 땅을 공시지가(평당 2400만원)의 절반 가격(평당 1275만원)으로 팔아치웠다. 그러나 이 후보는 당시 민자당 지도부에게 땅 매입 정황을 납득시키는 데 성공해 징계 대상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 난리를 겪은 뒤 이 후보는 8월 정식 재산공개 때 1차 때보다 4배 정도 늘어난 274억2053만원을 총재산으로 신고한다.

1993년 9월7일치 관보에 실린 이 후보 재산의 상세내역을 보자. 이 후보의 재산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것은 영포빌딩으로 이 후보는 건물의 가치를 108억2978만원으로 신고했다. 그 다음으로는 아직 건물이 신축되기 이전의 대명주 식당 터가 80억976만원, 셋째로는 영일빌딩 50억1069만원 순이었다(2002년 이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뒤 영포빌딩의 재산가액은 62억8769만원 신고된다. 10년이 흐르는 사이 1993년 108억원이었던 건물의 가치가 오르기는 커녕 45억4천여만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다른 빌딩들도 마찬가지다). 임대료 수준은 어떻게 됐을까. 영포빌딩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1992년 10월7일 4층 서북쪽 사무실 60평에 세든 송아무개(현재 나이 56살)의 전세금은 1억2천만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월세 없이 전세로만 세를 들였다고 가정할 때 평당 보증금은 200만원 수준. 200만원에 영포빌딩의 연면적 1755평을 곱해 산출한 영포빌딩의 전세금 규모는 35억1천만원으로 추정된다. 이 후보가 93년 3월 1차 재산공개 때 밝힌 전세금 32억9천만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땅값은 오르고, 영포빌딩의 임대료 수준도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변 서초구 부동산 네 곳을 탐문해보니 “이 후보 빌딩의 평당 보증금은 350만~400만원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필요경비율, 표준의 두 배

그러나 이 후보가 국세청에 신고한 임대소득은 일반인의 상식과 크게 어긋난다.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10월19일 보도자료를 통해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이 후보가 국세청에 신고한 임대소득 금액을 공개했다.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영포빌딩의 경우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연속, 영일빌딩은 1998년 한 해, 대명주 식당 건물은 2004년 한 해 동안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 임대수익이 적자가 났다는 것은 임대료 수입보다 건물 관리비용이 더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법조타운 부동산 관계자는 “이 근처에서 지하 4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을 갖고, 그것도 3년 연속으로 적자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u>크게 보기 </u>

왜 알짜배기 건물에서 적자가 났을까. 정확한 사정은 알기 힘들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강기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실의 나원주 보좌관은 “건물 관리에 쓰이는 필요경비가 과대 계상돼 있다는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강 의원 쪽이 제시한 이 후보의 ‘국세청 임대소득 신고내역서’를 보면, 국세청이 정한 표준 ‘필요경비율’(총수입에서 필요경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3.5%지만,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영포빌딩의 필요경비율은 74~76%, 대명통상은 60~7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명주 건물의 필요경비율도 국세청의 표준 필요경비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35~45%에 달한다. 영포빌딩의 경우 2006년 6억3천여 만원을 임대료로 거둬들였지만, 건물 유지 비용으로 4억8천만원을 썼기 때문에 실제 임대료 수익은 1억4천여 만원에 불과했다.

흩어진 필요경비들은 어디로 갔을까. 일부는 ‘위장 취업’이 드러난 이 후보의 큰딸 주연(36)씨와 아들 시형(29)씨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강 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주연씨는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대명통상에 이름을 걸어놓고 매달 120만원을 받았고, 시형씨는 2007년 3월부터 현재까지 매달 250만원을 받았다. 이 기간에 주연씨는 미국에 있었고, 시형씨는 외국계 금융회사인 국제금융센터(SIFC)에 근무하고 있었다. 실제 근무하지 않는 친인척을 직원으로 올려 월급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수입을 줄이는 것은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건물 관리 직원들은 처음에는 “주연과 시형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가 “상근은 아니지만 일부 건물 관리에 기여했다”고 말을 바꿨다. 11월14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이 후보의 세금 탈루 의혹을 조사해 검찰에 고발해달라고 국세청에 조사 촉구 요청서를 넣었다.

그래도 “자녀들이 건물 관리에 기여”

왜 영포빌딩은 3년 연속 적자를 냈을까, 왜 이 후보 소유의 빌딩들은 필요경비율이 국세청 기준보다 두 배 이상 높을까.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며 여러 치적을 이루었음에도, 부동산 임대업자 이명박 사장은 탈세 혐의자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 같다. 자녀들의 ‘위장 취업’으로 불거진 미납 세금을 부랴부랴 토해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