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경선 불참 가능성을 내비친 박근혜의 선택은?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궁지에 몰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이런 식으로 하면 한나라당은 원칙도 없고 경선도 없다”며 경선 불참 가능성을 내비친 박 전 대표는 5월11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칩거는 현재의 난관을 헤쳐나갈 묘책을 찾기 위함인데 잘 보이지 않는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상황임에도 외견상 강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이명박-수용, 박근혜-거부’라는 모양새가 됨으로써 자칫 당 분열 책임의 멍에를 뒤집어쓸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칩거가 길어질 수도 있다.
2002년 탈당 사유도 경선 규칙과 연관
박 전 대표에게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이 2002년에 있었다. 2002년 2월28일,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 전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거부한 채 어떻게든 집권만 하겠다는 기회주의적 생각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탈당의 명분은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이었지만, 경선 규칙과도 깊게 연관돼 있었다.
박 전 대표는 2001년 말 당 대선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다. 하지만 경선에서 당선될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한나라당은 이미 ‘이회창당’이었다. 이회창 총재는 1997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두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이 불거져 낙선했지만 부동의 후보였다. 박 전 대표는 2002년 초 이부영 부총재, 김덕룡 의원 등 한나라당 비주류 중진들과 함께 국민참여경선을 통한 대선 후보 선출, 총재직 폐지 등을 요구했다.
이 총재는 거부한다. 하지만 그해 연말 대선에서 패색이 완연했던 민주당이 역동성 있는 ‘국민참여경선’을 채택하자 마지못해 흉내라도 내야 했고 박근혜 당시 부총재의 ‘상품성’에 주목한다. 쟁점은 경선 선거인단 구성 방식이었다. 이 총재는 여론조사 방식을 고집했다. 박 부총재는 △대의원 1만5천 명 △당원 2만 명 △일반 국민에 해당하는 모집 당원 3만5천 명 등 7만 명의 선거인단 구성안을 제시하면서 “의미 있는 경선이 되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 총재 쪽을 압박했다.
논란 끝에 경선 방식은 이 총재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정됐고 박 전 대표는 “1인 지배체제 틀 안에서 국민참여경선의 모양새만 갖추는 경선”이라며 탈당했다. 4월 말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뒤 한때 ‘제3세력으로 발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11월 한나라당으로 복당했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유세를 다녔다.
박 전 대표에게 현재의 상황은 2002년 악몽의 재연이다. 2002년 불공정한 경선 규칙이 탈당의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걸레’가 돼버린 경선 규칙을 수용하는 것은 ‘굴욕’이다. 그렇다고 탈당하기에는 몸이 무거워졌다. ‘딸린 식구’는 많은데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서는’ 의원들의 속성을 고려하면 2008년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공천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박 전 대표를 따라나설 의원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세력으로서 의미 있는 수준의 탈당이 아니라면 박 전 대표의 미래가 없어질 수도 있다.
1·2차 방어막 무너지면 남지도 나가지도…
그런데도 결단의 시각은 다가온다. 5월15일 상임전국위원회, 21일 전국위원회에 ‘강재섭 중재안’이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 박근혜 캠프 쪽은 “중재안의 부당성을 알리면서 상임전국위 상정을 저지할 것”이라지만, 전국위원회 통과 이후의 계획은 공란으로 남겨뒀다. 1차 방어막(안건 상정 저지)과 2차 방어막(전국위 표대결)이 무너지면 남기도 나가기도 곤란해진다. 10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굳히기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이 전 시장 쪽이 공간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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