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캠프의 자타공인‘맨’들, 유정복 의원과 정두언 의원의 맞장토론…“이념은 국민의 이익이 판단 기준” “좌편향 사회를 균형 잡힌 사회로”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한나라당의 유정복 의원(경기 김포)과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은 자타가 공인하는 ‘맨’들이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으로 현재도 박근혜 캠프에서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 의원은 직함은 없지만 이 전 시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은 2월8일 두 의원의 ‘맞장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두 의원은 검증 문제에서 ‘점잖게’ 격돌했다. 정 의원은 “검증이라는 외피를 쓰고 이명박은 빨갱이라는 흑색선전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 의원은 “그런(이념 혹은 색깔론) 문제가 중대한 문제인 양, 상대 후보가 정략적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정략적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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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살리고 능력 있는 정부로
사회: 가볍게 시작하자.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을 왜 지지하나.
유정복 의원(이하 유): 고금을 막론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믿을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 나라가 편안하고 발전한다. 가치관, 국정 운영에 관한 철학이 바르게 서 있느냐가 중요하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부터 원칙을 지켜왔고 약속한 것을 이행해온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괴멸 직전의 한나라당을 회생시키고 이후 모든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국가가 굉장히 어렵고 정부는 신뢰를 잃었다. 박 전 대표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역량과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다.
정두언 의원(이하 정): 어느 지도자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뀐다. 그런 사례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문제는 세 가지다. 정부의 무능과 경제, 그리고 10년 넘은 사회의 좌편향이 문제다. 경제를 다시 살리고, 능력 있는 정부를 만들고, 좌편향 사회를 균형 잡힌 사회로 만드는 데에 이 전 시장이 적격이다. 그래서 지지한다.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이 거기에 맞춰져 있기에 높은 지지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지지하는 근거, 혹은 지지 강도가 어느 정도인가. 상대 후보에 비해 우리 후보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수준인지, 아니면 상대 후보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될 경우에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정도인지.
유: 그런 생각 해본 적이 없다. 두 분 모두 한나라당의 소중한 자산이고 국민의 신망을 받고 있다. 개인이 가진 철학,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테고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당원과 국민이 평가하지 않겠나.
정: 상대 후보는 이래서 안 된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캠프에 유정복 의원 같은 분들만 있으면 좋겠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사회: 최근 후보 검증 문제로 양쪽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 같다. 역대 대선의 당내 경선에서도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격렬하게 충돌했다. ‘본선’에 나설 후보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어떻게 검증하는 게 바람직한가.
정: 모든 과정이 검증이다. 검증은 국민이, 언론이, 당원이 하는 것이다. 이미 검증이 이뤄져왔고 앞으로도 이뤄질 것이다. 검증 결과가 지지율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 (박근혜 캠프에서) 검증론을 제기했는데 그 검증은 네거티브 검증이다. 약점 캐기식이다. 선거운동 과정이 검증 과정이다. 그 사람의 태도와 정책을 보고 판단하는 게 검증이다. 네거티브 검증도 피할 이유는 없다. 앞으로 다 겪을 것이다. 자꾸 검증론을 부각시키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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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지 않도록
유: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현 정권이 워낙 신뢰를 못 받다 보니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높다. 정권 교체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역대 선거에서 잘나가던 후보도 본인의 취약점이라든지 더 나아가 모략에 의해 좌초된 경험이 있다. 약점이면 약점대로, 유언비어나 정치공작에 의해 당할 수 있는 부분까지 사전에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제기한 것이다.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다.
정: 후보는 검증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니다. 특정 후보 쪽에서 검증을 하자는 것이 자연스럽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약점 캐기식 검증이라면 잘못된 것이다. 이회창 총재는 검증 때문이 아니라 흑색선전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이 총재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섭섭해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런 흑색선전을 막는 것이다. 공작정치 금지법을 한나라당에서 만들고 있다.
유: 후보가 갖고 있는 환경과 여건이 다르다. 이회창 후보를 거론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하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해서 대선 전에 크게 낭패를 보는 상황이 되면 곤란하다. 약점에 대해서도 국민들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지, 그런 여지도 없이 정략적인 공세에 의해 국가 운명을 좌우할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선택이 왜곡되는 결과가 나오면 안 된다. 후보가 나서 검증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이해를 한다. 그러나 절차적인 문제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의 중요성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정: 유승민 의원이 검증 문제를 제기한 이후 박 전 대표도 검증하자고 하지 않았나. 그 뒤 인터넷 등에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는데도 (박 전 대표가) 계속 언급해서 그런 결과를 초래했다.
유: 유승민 의원의 개인 의견이었고, 그 이후에는 기자들이 자꾸 물어 원론적으로 대답한 것일 뿐이다. 검증이 필요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계속 문제 제기를 하는 것으로 비쳐진 측면이 있다.
정: 다시 정리를 하면 검증은 국민, 당원, 언론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박근혜 캠프에서 검증을 제기하면서 흑색선전이 난무해 부추긴 결과가 됐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 득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도 생각해봐야 한다.
간혹 팬클럽 때문에 곤혹스러워지기도
사회: 검증 문제와 흑색선전의 인과관계가 있나? 박 캠프 혹은 박 전 대표 지지자가 이 전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고 보나.
정: 의도적으로 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얘기다.
사회: ‘명박사랑’이라는 팬클럽 쪽에서도 박 전 대표의 사생활을 검증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 이후 ‘괴문서’ 소동도 있었다.
정: 이 전 시장이나 주변 사람들은 대응을 안 한다고 했는데 팬클럽이 전쟁을 선포한다. 국민들과 언론도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캠프와 팬클럽은 무관하다. 간혹 팬클럽 때문에 곤혹스러워지는 일도 있다.
유: 이해한다. 우리도 못마땅할 때가 있다. 팬클럽을 어떻게 관리하냐고 묻기도 하는데, 관여를 하기 시작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사회: 최근 여론조사(80쪽 참조)를 보면, 두 예비 후보의 분열 가능성을 점치는 쪽이 우세하다.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 모두 경선에 참여하나. 이 전 시장은 명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정:(웃음) 예의와 격식을 갖춰서 하려고 한다. 시점을 놓친 부분이 있고 흘러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사회: 경선 시기와 방식에 관해서는 양쪽의 이견이 좁혀졌나.
유·정: 경선 준비기구가 논의 중인데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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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당내 경선 전략과 본선 전략이 다를 수도 있나? 주로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쪽에서 제기한 한나라당 정체성 논란이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유: 전략을 얘기해버리면 전략이 아니지 않나. 대상과 규모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 근본적으로는 같다. 서로 다른 선거니까 약간의 차이는 있어야 하겠지만. 박 전 대표의 이념은 국민의 이익, 국익이 어떤 것인가가 판단 기준이다. 해묵은 이념에 대해 물어보니까, 냉정하게 얘기하면 박 전 대표가 어느 편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 국가보안법, 사학법에 대해 얘기하면 보수라고 색칠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달리 평가하는데 보수, 진보 이념은 전략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생각의 기본 틀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정: 지난해 7월 대표 경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색깔론이 나왔다. 이재오 의원을 빨갱이라고 주장했다. 성공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색깔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고진화·원희룡 의원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대선 후보 경선이 색깔론으로 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불리한 쪽에서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유: 이명박 전 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를 이념 면에서 볼 때 색깔론을 제기해서 득을 볼 쪽이 있겠나. YS가 대선은 시끄러워야 한다고 말했듯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집단적인 요구사항, 주장들이 분출할 것이다. 국민들이 보수적인, 혹은 좌익 편향적인 광고나 주장에 다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에서 그런 문제가 중대한 문제인 양 상대 후보가 정략적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정략적일 수 있다.
정략적 공격을 예상하는 게 정략적
사회: 국회의원들이 특정 후보에게 줄을 서고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문제는 어떻게 보나.
유: 획일적으로 얘기하기 힘들다. (두 예비 후보가 인연이 깊은) 정 의원과 나를 줄섰다고 보면 이상하지 않나. 자신의 신념과 철학이 맞아서 돕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 유 의원 말처럼 줄서기, 줄세우기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상대방을 자기 편으로 설득하기 위해 채찍과 당근까지 구사했다면 줄세우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본다.
사회: 2008년 총선은 2007년 대선 결과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이유는 다음 총선의 공천 문제와 연관이 있지 않나.
유: 정치가 많이 달라졌다. 제왕적 총재 시절과는 다르다. 현재 당 대표의 임기가 2년이고 총선 전에 공천심사위의 공정한 심사를 거칠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정치 개혁을 현격하게 후퇴시키는 행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정: 사실 내년 총선 공천 문제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고 잘 모르겠다. 이유가 있다. 수도권은 영남하고 다르다. 수도권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영남은 입장이 다르다. 누가 나와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사회: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의원들이 캠프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뛰나.
유·정: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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