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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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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의 생명이 달린 12월19일

등록 2006-12-28 00:00 수정 2020-05-03 04:24

대선 앞두고 지지율과 당원수의 급락으로 최악의 위기에 처해… 권영길·노회찬·심상정 등 대선 후보들이 당 결집해 분위기 바꿀까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가 될 것이다.”

‘2007년 12월19일(대선)이 갖는 의미는?’ 이런 물음에 대한 김윤철 진보정치연구소 실장의 주저 없는 답변이다. 대통령 중심제인 나라에서 정당의 최종 목표는 대선을 통해 권력을 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죽느냐 사느냐’의 기준은 두말할 것 없이 집권 여부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집권에 목을 맬 만큼 절박한 처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대선 결과는 당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결과가 나쁠 경우 더욱 그렇다. 물론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쉽게 예단해서도 안 된다.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점은 대선의 출발점인 현재 당 안팎의 상황이 거의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결과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한겨레21>이 1년을 앞둔 대선이 민주노동당에 어떤 의미가 있고 전망은 어떤지 짚기 위해 입을 빌린 전문가들도 정확히 일치하진 않지만, 그런 진단과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김윤철 실장을 비롯해 신장식 당 민생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 이창우 부산시당 사무처장, 하정호 광주시당 부위원장 등 당내 인사 4명에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 박상훈 고려대 교수(정치학),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사장 등 당 밖 인사 4명을 더해 8명이다.

정당 지지율 4·15 총선 이후 최악

민주노동당이 처한 현재의 조건은 나쁘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보자. 정당 지지율은 2004년 4·15 총선 뒤 최악이다. 지난 12월1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700명·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7%포인트)에서 4.2%를 기록했다. 2006년 초 9.3%이던 지지율의 하향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가장 높았던 2004년 5월13일의 21.9%에 견주면 지지율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강하한 것이다. 당원 수(7만5천여 명)도 창당 이후 처음으로 2006년 11월에 추세적인 감소를 보였다.

위기의 원인은 당 안팎에 고루 걸쳐 있다. 먼저 내부에서 찾는 것이 맞을 것이다. 구조적 요인(<한겨레21> 622호)에 의한 위기의 연속은 4·15 총선 1년 평가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주목해볼 만한 대목은 그러한 구조적 요인이 북핵 실험과 일심회 사건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대중이 잘 알지도 못하고 큰 관심도 없지만 당내 이른바 자주파(NL)와 평등파(PD)의 갈등은 분당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심각해졌다. 아직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선을 통해 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정파 구도가 제약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심상정 의원이 “특정 정파의 주자로 나설 생각 없다”(<레디앙>과의 12월18일 인터뷰)고 얘기할 정도다. 정파는 정치적 이해가 다름을 넘어서 철학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근원적인 것이다. 그 갈등은 결정적으로 대북 스탠스(입장)를 놓고 봉합돼 있을 뿐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리더십의 부재 탓도 있지만, 이는 당의 응집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박상훈 교수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민주노동당이 지속적으로 서바이벌(생존)할 수 있느냐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당의 응집력”이라고 말했다.

“원내로 들어와서 과연 뭘 했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하는 부분이지만, 대북 스탠스는 민주노동당을 언젠가 다시 괴롭힐 수 있는 변수다. 손호철 교수는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지 명확히 해야 한다”며 “북한과 거리 두기라고 할까,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들은 민주노동당과 조선노동당이 중첩되면서 떨어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법을 모색하는 당내 움직임은 없다.

짧지만 지난 3년여 동안의 원내 진출 뒤 국회에서 대중에게 각인시킬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지지율 하락의 내적 원인이다. 9~10석의 제3, 4당에 불과했지만 총선 때 13%의 지지를 보여줬던 민심의 실망감은 적지 않다. 홍형식 소장은 “개혁에 포커스(초점)를 맞추다 보니 사회 전체보다 노동자 등 특정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줬고, 일반 국민들이 보는 보편적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임상렬 사장도 “민주노동당이 원내로 들어온 뒤 과연 뭘 했냐”고 반문했다. 당직·공직 겸직 금지 규정으로 원내에 진출한 의원들의 당 관련 활동에 제약이 적지 않았겠지만, 정치적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도 새길 만하다. 하정호 부위원장은 “의원들이 당내 문제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는 문제”라고 말했다.

외부적인 상황도 좋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큰 틀의 진보개혁 세력이 통째로 무능하다는 인식과 선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민주노동당은 참여정부가 제공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런 측면에서 손호철 교수가 “노무현 정부 아래서 부동산 급등이나 사회적 양극화 심화 등은 오히려 서민층과 못사는 사람의 대변인을 하겠다는 민주노동당에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지적한 것은 타당하다.

물론 당장 위기에 부딪힌 민주노동당에 대선은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대선 준비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나갈 수 있다는 기대와 돌파해야 한다는 당위는, 당의 운명을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분모다. 김윤철 실장은 이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후보를 뽑는 과정을 통해 탈정파 구도를 실현하고, 대선을 기점으로 미조직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를 조직하고 지지를 확보하며, 당원 및 당직자를 하나로 묶어내고, 따로 준비할 시간이 없는 총선과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정당보다 늦게 건 대선 시동

대선 넉 달 뒤 총선이 있다. 대선의 결과가 곧 총선의 결과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래서 당장 집권을 꿈꿀 형편이 아니라는 현실을 아는 민주노동당의 많은 이들은 대선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게 아니라, 총선의 징검다리로서 의미를 찾는다. 노회찬 의원이 CBS 라디오 <뉴스레이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총선에서 제1야당을 이루는 사전 선거로서 이번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대선에서 500만 표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신장식 위원장은 “2008년 (총선)을 위해 대선을 한다는 소극적 목표는 곤란하다. 보수·수구와 제대로 맞장 떠 싸워나갈 수 있는 세력이 민주노동당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대중으로부터 열린우리당과의 분명한 차별성을 얻어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당의 대선 준비는 아직 더디고 언론의 주목도 또한 크게 떨어진다. 소수정당에 대한 푸대접이 제일 큰 요인이다. 하지만 다른 정당들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방식 등을 일찌감치 정해놓고 여러 후보들이 언론을 끌고 다니면서 나름대로 준비한 보따리를 풀어놓은 것에 비하면 시동이 다소 늦게 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선 기획단을 중심으로 그나마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경선 방식은 당내 후보와 세력들에겐 큰 관심거리이지만, 대중에겐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홍형식 소장은 “아직 범여권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후보 중심의 대선 국면에 대응하고 범여권 후보에 비해 시기적으로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후보의 조기 가시화의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후보는 누가 될까? 이 물음엔 위기를 해소하고 당을 이끌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도 담겨 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11월24~26일 당원 10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 당의 대통령 후보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후보는 권영길(49%) → 노회찬(28.6%) → 심상정(7.4%) → 문성현(3.3%)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큰 차이가 없지만, 권 후보가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당의 상징적 인물로서 오랫동안 누려온 ‘프리미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권·노·심 상위 세 후보가 정책적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은 경선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그나마 관전 포인트는 권 후보가 또다시 당 후보로 나설지, 그를 꺾고 새로운 후보가 탄생할지에 모아진다.

17대 대선은 어떻게 써나갈까

“당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명실상부한 대중 정치세력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번 대선은 진보 정당의 현실적 가능성을 보여줬던 일대 계기였다.” 민주노동당의 대선평가위원회가 2002년 대선에서 95만7148표(3.9%)의 득표를 기록한 뒤 펴낸 ‘제16대 대통령 선거 평가서’의 대선 총괄 평가 첫 페이지의 일부다. 민주노동당의 제17대 대통령 선거 평가서는 어떻게 쓰여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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