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강제 철거 몇시간 뒤 국회 통외통위에서 여야 전격합의… 임종석 의원만 유일하게 “유감”표명… 정부 로비도 영향 끼쳐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국회가 또다시 ‘약속’을 어기고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를 미뤘다.
국방부가 지난 9월13일 경찰 등 1만6천여 명을 동원해 경기 팽성읍 대추·도두리의 미군기지 확장·이전 예정 터에 있는 빈집 강제 철거작업을 끝낸 지 불과 몇 시간 뒤의 일이었다. 이날 아침만 해도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는 9월28일 하루 동안 열리는 것으로 못박혀 있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의 열린우리당 쪽 간사인 임종석 의원과 한나라당 쪽 간사인 진영 의원의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통외통위 위원들에게 배포된 심의 안건에도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미합중국 군대의 서울 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에 대한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의 건’ ‘자료제출 요구의 건’ 등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와 관련해 3개의 안건이 올라 있었다. 날짜를 잡았으니, 이날은 청문회와 관련해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나라당의 부담 또는 두려움
청문회를 좌절시킨 것은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이 내세운 이유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종근 의원은 “안 하겠다고 오해하지 마라.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내용이 뭔지 궁금해서 알아보겠다는 건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이 얼마나 될 것인지 소상하게 국회에 보고할 준비가 안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일단 한나라당은 국방부 쪽에서 시설종합계획(마스터플랜·MP)을 보고할 시점에 청문회를 하자는 입장을 다시 정리했다. 속내는 다르다.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당이 이 문제에 막연한 부담이랄까 두려움이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과 맞물려 반미 감정이 불붙을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문회 연기의 속내이자 청문회 자체가 불투명한 이유다.
한나라당의 책임만도 아니다. 열린우리당의 몇몇 의원들은 청문회 개최의 필요성을 역설해왔지만 이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임종석 의원만이 “(청문회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못하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애당초 (용산기지 이전 협상안을) 비준해줄 때 엉터리였다. 과도하게 예산이 늘어나면 국회의 제동이 필요한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정부의 로비도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이날 여야 간사의 합의 자리에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과 유명환 외교부 차관이 끼어 “청문회 날짜가 9월27~28일 열리는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와 겹쳐, 청문회를 준비하기 어렵다”고 거듭 밝혔다.
김빼기는 계속될 듯
국방부는 앞서 9월11일 보도자료를 내어 “마스터플랜은 현재 모두 4단계 가운데 3단계인 중간 마스터플랜의 검토 단계에 있으며, 이를 토대로 최종 마스터플랜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이전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마스터플랜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마스터플랜은 이르면 10월 중순쯤 완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 개최가 정부와 한나라당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해 절충하더라도 11월 중에는 열려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뜻대로 됐다. 또 흐지부지되면서 정부의 뜻대로 ‘영원히’ 잊혀질 수도 있다. 권영길 의원실의 이용승 보좌관은 앞으로 “김빼기로 가겠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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