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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왕따, 조폭스럽다

등록 2006-09-19 00:00 수정 2020-05-02 04:24

금태섭 검사 ‘수사 제대로 받는 법’ 게재 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검찰… 압력에 못 이겨 연재 중단 통보… 검찰 스스로 조직의 배타성을 증명하다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담배를 질겅거리며) X까는 소리 말고, 땡겨! 분명히, 이건 알아둬라. 톱니 하나 빠졌다고, 공장이 스톱하진 않아. 그게 조직이야. 대한민국 검사가 1100명이야. 매년 90명씩 생겨나고… 수사는 계속될 거고…. 니들은 어차피 작살나게 돼 있다.”

‘용감한 검사’ 대 ‘정신없는 검사’

영화 의 한 장면이다. 조폭 태주(한석규)에게 붙잡혀 땅에 파묻힐 위기에 처한 마동팔 검사(최민식)가 내뱉는 말이다.

검찰 조직이 무슨 조폭 집단처럼 그려져 있다. 그리고 대중의 시각에는 여전히 검사와 검찰은 조직의 규율과 위계질서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문제는 실제로 대한민국 검사들이 일정 정도 그런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들을 만나보면 실제로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이 두 가지 있다. 바로 나라 걱정과 조직 걱정이다. 무슨 일만 생기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하나” “이 조직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나” 하며 푸념하기 일쑤다. 나라 걱정을 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칭찬받을 만한 일이지만, 조직 걱정이 너무 앞서면 ‘공익의 수호자’여야 할 검사가 자칫 ‘조직의 수호자’가 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그리고 지금 조직을 앞세우는 검찰의 문화에 희생될 위험에 처해진 한 검사가 있다. 지난 9월11일 에 ‘수사 제대로 받는 법’ 시리즈를 시작한 금태섭 검사(39·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사시 34회). 현직 검사가 직접 쓰는 형식도 그렇거니와 피의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를 언급한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10회 연재 분량의 첫 회가 나간 이날 반응은 뜨거웠다. 독자들과 네티즌들의 반응과 검찰 내부의 반응은 극과 극을 달렸다. ‘용감한 검사’ 대 ‘정신없는 검사’가 그것이었다.

금 검사는 연재 첫 회에서 검찰 내부의 반응을 미리 이렇게 예상했다. “처음 동료 검사들에게 수사를 받는 법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말했을 때의 반응을 잊을 수가 없다. ‘이자가 미쳤나’ 하는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런 걸 다 가르쳐주면 앞으로 수사를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한 친한 검사로부터는 반농담조로 ‘조직에서 추방당하고 싶냐?’라는 말까지 들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반응은 적중했다. 신문이 배달된 9월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와 서울중앙지검 청사는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금 검사를 옹호하는 반응은 거의 없었다. 9월11일 보도를 본 서울중앙지검의 한 고위급 검사는 “이건 대형사고”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검사 자격이 없는 거라고 본다”며 “옷 벗고 나가서 변호사가 된 뒤에 할 말을 검사가 하고 있다”고 흥분했다. 한 부장검사는 “금 검사가 혹시 다른 곳에 뜻이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으로 나갈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였다.

9월11일 이후 일주일 내내 회의 열려

검사 경력 5년 미만의 한 평검사 역시 “상부에 보고도 안 하고 이렇게 쓰니까 검찰 공식 의견인 듯 오해하기 십상”이라며 “검찰 이미지 제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검사가 피의자한테 진술을 거부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대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간부급 검사는 “금 검사를 잘 안다”면서 좀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검사들 첫 번째 반응이 ‘지가 언제 수사를 해봤다고 그러느냐’는 것이고, 두 번째 반응은 ‘그럴 시간이 있으면 수사 잘하는 법을 써라’는 것이다. 금 검사는 이미 검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된 상태다.”

심지어는 신문에 실린 금 검사의 깔끔한 사진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너무 섹시해서 문제가 안 될 수 없다”는 게 한 검찰 직원의 반응이었다. ‘작정하고 썼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동안 신문에 나오는 검사들의 사진은 대부분 사법시험을 합격한 이들의 사진 전체가 나오는 ‘법조인대관’이라는 책에 나오는 오래되고 칙칙한 것들이어서 ‘독수리 5형제 사진’이라는 은어까지 생겨났던 터였다.

9월11일 이후 검찰 조직 안에서는 일주일 내내 금 검사 글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직적인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대검찰청의 검사장급 검사들의 회의에서부터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들의 회의가 매일 열렸다. ‘당장 엄한 징계를 내려 글쓰기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에서부터 ‘이미 시작한 연재이니만큼 글은 계속 쓰게 하되 횟수를 줄이고 글 내용도 미리 봐서 수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온건론까지 나왔다고 한다. ‘사전 검열’이 자연스럽게 논의되는 분위기였던 셈이다.

9월15일 밤 10시 현재 의 취재 결과 검찰 조직의 여러 압력 때문에 금 검사는 연재를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려 쪽에 통보한 상태다. 유·무형의 압력이 끊임없이 가해졌고, 결국 금 검사가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애초 10회 분량의 기고가 단 한 번으로 끝나게 된 셈이다.

금 검사에 대한 검찰 내부의 객관적인 평가는 그의 경력에서 드러난다. 그는 여의도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95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뒤 그해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로 울산지검과 인천지검 등을 거쳐 2003년에는 엘리트 검사들의 필수코스인 대검찰청 연구관 검사로 재직했다. 인천지검에 근무할 당시에는 김대중 정부 시절 터진 대형 사건 가운데 하나인 ‘이용호 게이트’의 전담수사팀에 차출돼 대검 중수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수사 경력이 짧거나 부족하다는 검찰 내 일부의 지적이 부적절해 보이는 건 그의 이런 경력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세계검사대회에 참석하는 정상명 검찰총장의 유럽 출장에 동행하기도 했다.

천정배 장관 비판할 땐 조용하더니…

금 검사의 소신 행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올해 1월 대검 연구관으로 있을 당시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난하는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적도 있다. 그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 기소도 하지 않은 의혹 대상자에 대해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그 피해는 회복하기 힘들다”며 “언론을 상대로 혐의를 암시하는 말을 하는 것은 등 뒤에서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 무렵 검찰 출입기자들과 만난 천 장관이 ‘안기부 엑스파일 수사’와 관련해 “삼성과 관련한 부분은 제대로 수사가 안 됐으니 인사 때 수사팀을 문책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에 대한 의견이었다.

당시 그의 이런 발언을 문제 삼는 분위기는 거의 없었다. 이번 언론 기고에 대한 검찰 내부의 알레르기 반응은 검찰 조직문화가 여전히 배타적이라는 점을 웅변한다.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들면 ‘용기 있는 검사’가 되고, 형사소송법에 명시돼 있는 피의자의 권리를 대중적인 언어로 쉽게 설명해준 글을 쓰면 ‘정신없는 검사’가 되는 구조라면 ‘검찰 조직이 여전히 조폭스럽다’는 비난이 자연스럽게 나올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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